[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청소노동자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청소노동자
  • 정다솜 기자,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4.25 14:58
  • 수정 2020.04.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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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그림자 #유령

우리가 사는 곳 어디에나 청소노동은 존재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곳곳을 쓸고 닦고 소독하고 치우는 청소노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죠.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은 여전히 '그림자'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은 마스크 1장 지급받지 못하면서 수없이 들어 올리는 쓰레기봉투가 위험한 건지 아닌지도 모르니 "환장하겠다"고 말합니다. 비정규직 병원 청소노동자는 바뀐 동선을 정규직 노동자와 달리 나중에야 알게 돼 섭섭함을 안고 일합니다. 이번 주 '참여와혁신'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필수 업무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림자 취급을 받는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양성영
양성영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부위원장

▶양성영(51), 15년차 민간위탁업체 소속 전주시 환경미화원

- 환경미화원들은 코로나19로 어떤 어려움 겪고 있나요? 
정부가 코로나19 대책을 잘 세웠다고 평가받잖아요. 그런데 코로나19 감염자나 자가격리 대상자들이 내놓은 쓰레기들을 다 치우고 뒷마무리하는 환경미화원에 대한 감염예방 대책은 따로 없어요. 특히 민간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더 열악하죠. 장갑도 일반 장갑이고 1주일에 2장씩 약국에서 마스크를 직접 사서 사용하고 있어요. 이 문제 때문에 전주시에도 몇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에요. 옛날에 봤던 시선 그대로, 청소노동자들을 '그림자' '유령' 취급하는 거죠. 그동안 환경미화원을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밤에 일하게 하고,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구석에 숨겨놨잖아요?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도 이러는 것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파요.

- 감염 우려는 없나요? 
자가격리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쓰레기봉투를 내놓은 건지 모르잖아요. 처음엔 모든 쓰레기봉투가 코로나19 감염자가 내놓은 쓰레기봉투처럼 보였어요. 지금은 관성화되어서 어떻게든 치워야 하니까, 일하고 있지만 정말 환장할 노릇이죠. 

- 방역물품은 잘 지급받고 있나요? 
전혀 없어요. 노동조합이 항의하니까 전주시에서 2,000장을 나눠준 적이 있는데, 1회용 얇은 마스크였어요. 그래서 환경미화원들은 쓰지 않으려고 한 거죠.  지금은 집에 계시는 가족, 친척분들이 약국에서 두 장씩 사서 모아주고 있어요.

- 지금 가장 필요한 대책은 뭔가요? 
최선은 하루에 한 장씩 방역마스크를 지급받는 거예요. 전국에 환경미화원이 5만 명인데 반은 지자체 소속 무기계약직이고 반은 서울시 환경미화원을 포함해 민간위탁업체 소속이에요. 업체에서 알아서 해야 하다 보니 업체들은 자기 돈 써서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지급하지 않는 거죠. 코로나19를 비롯해 어떤 상황이든 마지막 정리를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이들까지 어떻게 대책에 포함시킬 것인가, 이 고민을 정부가 진지하게 해봤으면 좋겠어요.

- 근본적인 대책은 뭘까요? 
코로나19 이후로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어요. 환경미화원들이 그나마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은 지자체이기 때문에 민간위탁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같은 시민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치우는 건데, 민간위탁을 해서 중간에 착취구조를 만드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이런 비합리적인 제도 아래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은 우리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시스템으로 고칠 수 있는 문제니까 시스템으로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 사태로 확인했듯 공공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청와대, 정부 여당, 지자체들이 앞장서면 민간위탁 문제가 해결되고 환경미화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겁니다.

 

이연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전 민들레분회장
이연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전 민들레분회장

▶이연순, 14년차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정보 공유가 안 돼서 힘들었어요.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응급실에 와서 치료한 적이 있는데, 우리에게는 쉬쉬했어요. 나중에 응급실 조합원들 통해서 알게 됐죠. 이야기를 안 해준 거예요. 알면 우리도 스스로 대처하고 준비하고 할 수 있었을 텐데요. 

- 감염 걱정도 많겠네요? 
우리는 의료폐기물 처리도 해요. 코로나19 감염 환자 쪽은 교육받은 청소노동자들이 직접 치우죠. 힘든 작업이라고 하더라고요. 응급실도 음압실이 4개 있는데 거기 갈 때는 옷도 철저히 입어야 하고 마스크도 당연히 착용하고요.

- 마스크는 지급되나요?
처음엔 이틀에 한 개씩 줘서 노조에서 문제 삼았어요. 지금은 하루에 한 개씩 받아요. 근데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파란색 덴탈마스크 있잖아요, 한 번 쓰고 버리는 걸 받아요. 일회용 마스크가 일일용 마스크가 된 거죠. 그래도 우리는 괜찮게 하루 한 개를 받게 됐는데, 시설, 승강기 안전 노동자들은 접촉이 적다고 이틀에 하나 줘요. 병원과 계속 이야기 중이에요.

- 노동자들이 빠짐없이 보호받아야 할 텐데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어떤 바이러스가 생겨날지 모르잖아요. 코로나19가 확산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도 아직도 차별이 계속돼요. 우리가 정규직 됐지만 병원에서는 청소노동자들에게만 퇴근사인을 요구했고, 오후 3시 57분까지 모여서 퇴근 조회하고 가라고 하기도 했어요. 아침에 출근 사인만 하면 되지 일일이 할 필요도 없는 건데요. 그래서 싸웠어요. 이런 차별 아래서 정보 공유도, 마스크 지급도 원활하게 잘 안 된 거죠. 

 

허경순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지부 지부장
허경순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지부 지부장

▶허경순(60), 6년차 부산대병원 청소노동자

- 의료폐기물을 치우기도 했나요? 
전문 인력이 와서 처리해요.

- 마스크 지급은요? 
제대로 안 됐죠. 처음에는 자기 돈으로 사서 쓰라고 했어요. 노동조합에서 줘야 한다, 줘야 한다 해서 줬어요. 요즘은 주6일 일하는데 5장 줘요. 1장 모자란 건 사서 써야 하고요. 

- 병원 청소하다 보니 감염 걱정도 크겠어요. 
걱정돼요. 가족도 많이 우려하고요. 그래도 격리시설이 따로 있고 확진자와 이동동선이 겹치지 않게 설계되어서 괜찮아요. 

- 다른 어려움은 없나요? 
어쩔 수 없이 노동자들의 동선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인데 바뀐 동선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요. 청소하러 갔는데 길이 바뀌어 못 들어가고 그랬죠.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미리 알려주면 우리도 잘 따르는데, 자기 직원 아니고 용역 비정규직이니까 관심이 없는 거죠. 교섭도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고요.

 

허경순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지부 지부장
이선옥 KTX 청소노동자 

이선옥(52), 3년차 KTX 청소노동자 

- 어떤 일을 하세요? 
고양 KTX차량기지에서 고속차량을 청소합니다. 여성노동자는 실내, 남성노동자는 실외 청소를 하는데요. 차고지에 들어오는 열차를 청소하다 보니 격일로 야간 근무를 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승객이 줄어든 만큼 일도 줄었어요.

- 방역물품은 잘 받았나요? 
초기에 모든 사람이 그랬듯이 마스크가 부족했어요. KTX 17-18호는 해외 입국자 수송 전용 칸이었는데요. 그 칸 청소는 마스크를 매일 따로 줬어요. 다른 칸 청소는 마스크가 부족해서 며칠씩 쓰고 그랬죠. 개인적으로 사거나 천마스크를 빨아서 쓰는 식으로요. 지금은 약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고, 회사에서도 일회용 마스크 15일치를 줘요. 

지금은 화장실 청소와 실내 청소를 할 때 마스크와 자갑을 구분해서 써요. 열차 내 방역은 따로 기간제 소독 방역 사원을 둬서 방역일까지 맡지 않았고요. 다만 청결은 더 신경 쓰죠. 걸레를 장소(화장실, 선반, 의자 손잡이, 문고리 등)마다 구분해서 사용하고요. 그나마 업무가 좀 복잡해졌다면 그 점이겠죠. 

- 감염 걱정도 있으시죠?
그렇죠. 개인 건강도 걱정됐고, 철두철미하게 마스크를 착용했어요. 우리는 소독제도 개인적으로 가지고 다녔어요.화장실 손잡이처럼 사람들 손이 더 닿는 데는 더 꼼꼼히 소독하고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이선옥 민주여성노조 코레일테크 경인선부지부장
이선옥 민주여성노조 코레일테크 경인선부지부장

▶이선옥(58), 4년차 제물포역 청소노동자

- 역사 청소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확진자나 자가격리자 동선에 제물포역이 떴다 하면 비상이에요. 엄청 걱정하죠. 사람이 많이 왔다갔다하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쓰레기통에 마스크를 엄청 버리고 가요. 그거 치울 때 걱정되는 거죠. 그래도 목장갑 위에 고무장갑 끼고, 토시도 해요. 소독도 하고. 근데 업무 전체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덜 다니니까, 노동강도는 줄어든 것 같아요. 

- 그 외에는요? 
감염될까 봐. 내가 감염되면 역을 폐쇄해야 하니까. 사람들이 역을 이용하지 못하고 다 돌아가야 하는 게 상상이 되니까. 심적으로 엄청 힘들었죠. 

- 방역물품 지급은 어때요?
코로나19 감염자가 급격하게 증가할 때는 회사에서 좀 줬어요. 구하지를 못해서 힘들었죠. 초반에는 한달치로 5개를 줬어요. 그 외에는 사서 썼고요. 내 건강을 알아서 지켜야 하니까요.

- 방역물품 지급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우리는 맨 아래 단계예요. 솔직히 기대도 안 하고 그냥 사서 쓰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