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요즘 뭐 읽니?
녹색연합, 요즘 뭐 읽니?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5.02 08:10
  • 수정 2020.05.02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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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④ 녹색연합

북커버 챌린지 ‘#7days7covers’가 SNS를 꾸준히 달구고 있다. 이 챌린지는 7일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좋아하는 책 표지를 SNS에 올리며 다음 참여자를 태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독서문화 확산이라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인의 다양한 독서 취향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참여와혁신>도 활동가들이 요즘 뭘 읽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요즘 뭐 읽으세요?” 답변은 다양했다. “갑자기 책이요?” “책 읽을 시간 없어요” 대부분 난색하다가도 어디선가 책을 한 권씩 꺼내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설명과 독후감이 없는 북커버 챌린지보다 재밌었다. 당시 반응도 좋아 연재 꼭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앞으로 노동조합에 국한하지 않고 노동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요즘 뭐 읽으세요?” 이번에 물어본 주인공은 녹색연합이다. 참여와혁신과는 정기적으로 기고를 받는 돈독한(?) 사이다. 사실 녹색과 노동을 함께 상상하는 일은 아직 우리에게 어색하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굉장히 가까운 사이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5명의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요즘 읽는 책을 모아봤다. 사진은 박효경 녹색연합 활동가가 고생해주셨다. 

 
배선영 녹색연합 상상공작소 활동가 ⓒ 박효경 녹색연합 활동가 breadrose@greenkorea.org
<재난 불평등 : 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 존 C.머터, 동녘,​​​​​​ 2016.

"재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순전히 사회적 현상이다"

코로나19, 기후 위기 같은 전 지구적 재난의 시간을 통과하며 여러 불평등을 목격하게 돼요. 저자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인 '파인만 경계'를 설명하면서 재난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시도에 대해 썼다고, 머리글에서 밝히고 있어요. "재난이 자연적인 사건일 뿐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이 처음 타격을 가하는 무시무시한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에는, 재난은 자연적이다. 그 순간은 자연의 탓이다. 그러나 재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순전히 사회적 현상이다"라는 문장에 특히 크게 공감하며, 읽고 있어요.

 

김백정은 녹색연합 조직팀 활동가 ⓒ 박효경 녹색연합 활동가 breadrose@greenkorea.org
<몸의 말들>, 강혜영, 이현수 외, 아르테, 2020.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부제, 사랑도 혐오도 아닌 몸 이야기.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읽으면서 나도 이 저자들만큼이나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살을 뺀 날씬한 상태를 갈망하고), 고치려하고, 그대로의 몸을 싫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몸이 바로 나인데! 나는 역시 날 사랑하지 않았구나! 발문에서 정희진은 '타인의 시선을 상대하는 용기, 나이듦을 인정하는 것, 아픈 상태도 인생의 소중한 부분이라는 인식, 남의 몸에 대해 되도록 적게 말하기부터 시작하자'고 말해요. 오랜 시간 아팠던 사람, 지금도 타인들이 세워놓은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는 사람, 자신을 더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요.

 

이선진 녹색법률센터 활동가 ⓒ 박효경 녹색연합 활동가 breadrose@greenkorea.org
<최후의 전환>, 프리초프 카프라, 우고마테이(옮긴이 박태현, 김영준),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바꾸지 않는다면 인간문명은 행성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

<최후의 전환>에는 다음과 같은 실존적 위기의식이 근저에 깔려 있다. "우리 인간이 착취적이고 파괴적인 행동 양식을 제때 바꾸지 않는다면 인간 문명은 행성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 카프라와 마테이가 이 책을 저술한 것은 바로 인간 문명의 지속을 위하여 착취적이고 파괴적인 행동 양식이 바뀌어야 함을 선언하는 데 있다. 이러한 인간의 행동 양식은 자본주의적 산업시스템이라는 맥락에서 나타나는데, 그들이 보기에 특정 세계관이 이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려면 먼저 이 같은 시스템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것을 떠받치고 있는 세계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카프라와 마테이는 착취적이고 파괴적인 행동 양식을 추동하는 세계관을 한마디로 '근대의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명명한다. 그리고 법학(법이론)이 과학과 함께 이 세계관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음을 주요 명제로 상정한다.  -역자 서문 중-

역자 서문에 나와 있는 저자의 ‘근대의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했어요. 그 문제를 어떻게 대면하고 해결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읽고 있어요.

 

김진아 녹색연합 녹색이음팀 활동가 ⓒ 박효경 녹색연합 활동가 breadrose@greenkorea.org
<나의 비거니즘 만화>, 보선, 푸른숲, 2020.

비건되기는 다른 존재와 연결되기

일상에 더해가는 새로운 도전들이 때로 삶에 큰 변화의 원을 그려내기도 해요. '나의 비거니즘 만화'는 저자가 비건이 되기로 마음먹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든 고민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만화예요. 저자는 다른 생명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통해 변화하는 감정을 직면하고 생각을 정돈해가죠. 결국 다른 존재와 연결되는 경험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되짚어보는 성장의 경험이기도 하죠.

 

신지선 녹색연합 녹색이음팀 활동가 ⓒ 박효경 녹색연합 활동가 breadrose@greenkorea.org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케이틀린 도티, 반비, 2020.

"남은 삶을 꽉꽉채워 행복해야겠다고"

죽음은 매우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결코 내 주변에는 오지 않을 일로 여겨지기도 해요. 그래서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은 몇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나 봐요. 이 책의 저자는 죽은 자를 매일같이 마주하는 장의사예요. 장의사가 들려주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해요.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남은 삶을 꽉꽉 채워 행복해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