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수당 받는 돌봄노동자는 오늘 내일 상황도 모른다”
“시간당 수당 받는 돌봄노동자는 오늘 내일 상황도 모른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4.29 18:11
  • 수정 2020.04.29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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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봄노동자들 재난지원금 지원 촉구 기자회견
“정부 정책과 지방자치단체 대응 제대로 이루어져야”
아이돌봄노동자 재난지원금 지원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아이돌봄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이돌봄노동자 재난지원금 지원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아이돌봄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서울시 서대문구 아이돌봄노동자 강성자 씨는 13년 째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선생님들이 배가 고프다”고 토로했다. 여성가족부가 2007년 처음 도입한 아이돌봄 사업은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가정을 대상으로 아이돌봄노동자를 파견하는 정책이다.

“우리는 무노동 무임금이라 일하지 않으면 돈을 줄 수 없다고 해요. 4대 보험의 보장도 받을 수 없어요. 밀려오는 세금이고 카드 값이고 거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생활해요.” 강성자 씨는 코로나19 이후 돌봄노동을 취소하는 사례가 급증했고, 마스크 지급은 센터마다 다르게 운영된다고 했다.

4월 29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 강성자 씨를 비롯한 아이돌봄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 재난 기간 아이돌봄노동자의 재난지원금 지원을 촉구했다. 해당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위원장 직무대행 이영훈) 서울경기지부가 주최했다.

이영훈 공공연대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은 “3월 아이돌봄노동이 취소된 사례는 2,000건에 육박하고 있고, 여러 당사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이분들은 평소에도 급여가 적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서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무급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정희 아이돌봄 서경지희 사무국장은 “부모님들이 아이돌봄노동자 서비스를 취소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고, 시간당 수당을 받는 돌봄노동자는 오늘 내일 상황도 모른다”며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아이돌봄 노동자들에게 지원금 지급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는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강광철 장애인활동사지회 준비위원장은 “우리는 일이 없는 거지 놀고 싶어 노는 게 아니다”라며 “재난지원금을 함께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오인환 민중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돌봄은 공공의 영역이고, 왜 정부와 사회가 아이돌봄 노동자, 취약한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렇게 자리에 나와서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꼬집었다.

차진각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처장은 “이 어려운 시기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돌봄노동자 분들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봄노동 당일취소 수수료는 9,890원이다. 24시간 이전에 취소한 경우 수수료는 없다. 인천광역시는 긴급재난생계비 지급대상에 아이돌보미들을 포함하기 위해 노력중이나 서울시는 감감 무소식이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아이돌봄노동자 네 명과 그늘에 함께 섰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 달에 열 몇 시간 하는 선생님들도 있고. 하루에 두 집을 왔다 갔다 해도 한 달에 60시간이 안 돼요. 우리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요.”

“취소는 당일에도 할 수 있고, 연차는 3일 전에 쓰라고 하니. 취소가 돼도 연차를 못 쓰죠.”

“그러니까 그런 것도 다 소용이 없어요.”

“하루 전에 취소가 되면 우리는 한 푼도 못 받고 다른 집도 못 가요.”

“2월 이후부터 코로나19 때문에 선생님들 일을 쉬게 됐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일을 못 하는 선생님들이 자괴감에 빠져요. 나한테 일을 안 주는 건가, 일이 정말 없는 건가.”

“마스크도 어느 구는 지급하고, 어느 구는 지급이 안 돼요. 천차만별이에요. 저희 구는 한 사람 당 열 두 개가 지급 됐어요. 체온계는 다들 사비 보태서 사요.”

“우리는 체온계 얘기는 하지도 않았어요. 여기 다르고 저기 다르고.”

“어떻게 보면 나라에서 하는 거니까 여가부에서 다 구입을 하든가 해야지 중구난방이에요. 이제는 우리도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