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예견된 人災
또다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예견된 人災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4.30 16:06
  • 수정 2020.04.30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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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비용절감’, ‘허술한 안전관리’가 인재 일으켜
화재 참사에 대한 노동자가 참여하는 전방위적 진상조사 필요
4월 29일 화재 참사가 일어난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 ⓒ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4월 29일 화재 참사가 일어난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 ⓒ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노동절을 이틀 앞두고 화마로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났다.

지난 29일 이천 소재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30일 오전 현재 최소 38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하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화재 현장 수색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공사 현장 지하 2층에서 우레탄 작업 도중 폭발이 일어나 화재로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함께 발생한 유독가스로 화재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이 대피하지 못한 채 참변을 당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번 화재 참사는 예견된 인재라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은 “우레탄 작업 중 폭발과 유독가스 발생으로 대피하지 못해 많은 노동자들이 죽은 것으로 추측하건데, 지난 2008년 이천 코리아2000 냉동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40명의 노동자가 숨진 참사와 거의 유사하다”고 전했다.

반복되는 물류창고 화재참사의 원인 속에는 ‘비용절감’과 ‘허술한 안전관리’가 숨어있다. 건설산업연맹은 “물류창고 벽체는 대부분 금속판 사이에 단열재를 넣은 샌드위치 패널로 짓는데, 단열재를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스티로폼이나 우레탄 등을 주로 사용한다”며 “우레탄은 불에 약하고 불이 붙으면 독성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단열재 작업인 우레탄폼 시공 중에는 다른 공정과 동시 작업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 우레탄 거품을 분사하는 과정에서 유증기가 발생하는데, 용접 등 화기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가스 폭발 화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 진행 정도를 줄일수록 이윤이 남는 건설업 하청 구조는 동시 작업을 관행적으로 묵인하게 한다.

건설산엽연맹은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일정 크기와 높이에 해당하는 건설공사에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해 심사를 받도록 정해져 있다. 김영만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지금 언론에서도 확인된 이야기로는 이번 화재가 난 현장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 시 화재폭발 위험 주의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는데, 조건부 적정 판정을 받았다”며 “계획서 작성시 제출서류는 정확한지, 계획서대로 이행됐는지 관계기관의 관리감독이 면밀히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이후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대상이 연면적 5천 제곱미터 이상인 냉장·냉동 창고시설까지 확대됐다. 이번 참사가 일어난 곳도 지하층과 지상층 몇 곳이 냉장·냉동 창고시설로 활용될 계획이었고 연면적이 1만 1천 제곱미터가량이었다.

또한 건설산업연맹은 원청의 안전보건 의무 이행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하청 현장에 대한 지배·관리 권한이 있는 원청의 책임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진상조사를 통해 시공 계획 단계부터 시행 및 관리감독 과정까지 들여다보고 화재 위험 유발 요인을 다방면으로 조사하지 않으면 인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맹은 “대형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해당 지역사회, 관계 기관, 노동자,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가 꾸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대형 참사를 다시 만들기 때문에 중대기업처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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