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윤의 취식로드] 소외된 모두, 앞으로
[백승윤의 취식로드] 소외된 모두, 앞으로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5.02 00:00
  • 수정 2020.05.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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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윤의 취식로드] 길 위에서 취재하고, 밥도 먹고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1월의 어느 비정규직 노동자 기자회견장에서 장애인노조지부 지부장을 처음 만났다. 연대 참석한 지부장은 기자회견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나섰다.

이유를 물어보니 예약한 장애인콜택시를 타야 하기 때문이란다. 지금 타지 않으면 언제 또 콜택시를 잡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전동휠체어를 이끌고 택시에 올랐다. 그 분투에 호기심이 생겼다.

몇 달이 지나 지부장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장애인의 노동을 취재하고자 지난 한 달여간 중증장애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대부분은 ‘정상적인’ 일자리 근처에도 가지 못한 실업자들이며,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해 노동의 밖에서 '노동'을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2.6%이며 고용률은 20.9%에 그친다. 그중 비정규직이 71.6%다. 그마저도 현실을 들여다보면 장애인 일자리 실태는 수치보다 참담하다.

“계속 혼자만 일하려고 하면 안 된다. 다른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재계약은 없다.” 어느 시청에서 1년 일한 뒤 재계약을 하지 못해 일자리를 잃은 장애인 A씨가 담당자에게 들은 말이다. 장애인을 위한 공공부문 일자리는 돌려막기식이다. 현실은 배제되고 수치만 통계에 반영돼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고 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일자리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보다 주체적으로 요구하기 위해 장애인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올 해 420장애인차별철폐행진에 참가한 여러 장애인 단체들도 공공일자리 보장과 지원방안을 요구했음은 물론이다. 장애인들은 노동권을 향해 본격적으로 행진하기 시작했고, 멈추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진보는 거스를 수 없기에 언젠가 쟁취하리라 믿고 바란다.

변화가 속도를 내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건 노동계, 특히 양대노총의 연대다. 노동은 모든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지만, 자본주의가 세운 효율과 경쟁의 논리는 그 당위적 명제를 거부한다. 국가 정책엔 빈틈이 많다. 노동조합은 다르다. 양대노총은 노동권을 위해 존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재난이 노동자와 약자를 위협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상이 재난과 다를 바 없는 장애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겪어왔고, 주장한 바다. 이제 장애인들의 노동을 직시하는 건 노동조합이 자기 정체성을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다. 언젠가 그들이 주장한 대로 장애인이 일하는 일터가 상식이 되는 세상이 왔을 때, 노동계는 무엇을 했는지가 역사로 남을 것이다.

노동절은 연대의 날이다. 연대가 있어야 노동조합도 있다는 걸 되새기는 날이기도 하다. 노동 밖으로 내몰려 노동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도 함께해야 할 것이다. 노동에서 소외된 모두와 함께 앞으로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