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말하는 “메이데이! 가장 구하고 싶은 노동자는?”
노동자들이 말하는 “메이데이! 가장 구하고 싶은 노동자는?”
  • 참여와혁신
  • 승인 2020.05.01 20:30
  • 수정 2020.05.03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노동절 130주년, 서울 도심 곳곳에서 만난 노동자들에게 물었다

취재 : 이동희ㆍ박완순ㆍ정다솜ㆍ손광모ㆍ백승윤 기자

세계 노동절 130주년을 맞은 2020년 5월 1일. 코로나19로 대규모 집회가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절을 기념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전국 곳곳에 울려 퍼졌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명환)은 세계 노동절을 맞아 ‘2020 세계 노동절 민주노총 선언’을 발표하고 “코로나19 이후 불평등, 양극화가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것”을 선언했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가맹조직과 지역본부 역시 세계 노동절을 기념하기 위한 공동행동을 펼쳤습니다.

<참여와혁신>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세계 노동절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만나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노동절 13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당신은 우리 사회 어떤 노동자를 가장 구하고 싶은가요?”

노동절을 의미하는 메이데이(May day)는 위급 상황에 쓰이는 긴급 구조 신호인 메이데이(Mayday)와 동음이의어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고용대란에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걸 생각하면, 올해 메이데이(노동절)는 노동자들이 보내는 메이데이(긴급 구조 신호)를 우리 사회가 귀 기울여 한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긴급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는 노동자는 누구일까요? 노동자들이 말하는 가장 구하고 싶은 노동자는 누구일까요?

이상규 민중당 대표

□ 이상규 민중당 대표(전 건설노동자, 민주노총 조합원)

“이틀 전 이천 물류창고에서 화마로 목숨을 잃은 건설노동자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현장은 대한민국 건설 현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입니다. 사고 현장이 특별히 노동조건이 나빠서도 아니고, 특별히 문제가 있어서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모든 건설 현장과 똑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일회용품에 불과합니다. 이 같은 현실을 건설사도, 고용노동부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에는 비용이 반드시 따르기에, 건설 단가를 줄이기 위한 자본의 탐욕에 의해 노동자들은 위험에 처합니다. 세상에 이럴 수 있습니까. 노동절을 이틀 앞두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 김영훈 정의당 노동본부 본부장(전 민주노총 위원장)

“지금 누구보다 구하고 싶은 노동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노동자입니다. 특히, 이스타항공에서는 노동자들의 정리해고가 눈앞에 닥쳐있습니다. 이들을 구해야 합니다. 정의당 노동본부에서는 오는 5월 6일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예정자들과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김만석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경기본부 부본부장

“구하고 싶은 노동자, 실제로는 우리죠.(웃음)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이요. 전국적으로 3만 명 정도 있는데, 반은 직고용, 반은 민간위탁이에요. 제가 일하는 안산만 해도 13개 업체가 있고 이 업체의 대부분은 2~3년 전만 해도 유령직원을 고용한 것처럼 수억 원의 인건비를 부당하게 착취하고 그 인원만큼 직원에게 힘든 노동을 강요했어요. 관리감독해야 할 지자체는 전혀 관심 갖지 않았고요. 이렇게 새나가는 돈만 해도 엄청납니다. 민간위탁으로 세금 낭비하지 말고 직고용 해달라는 내용이 우리의 주된 요구입니다.”

 

□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죠. 원래도 해고가 가장 쉬운 노동자들이었는데,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느꼈던 게 진짜 해고하기 쉬운 비정규직이 가장 불안하고 살아남기 힘들겠구나 하고 많이 느꼈고요. 사실 저희 같은 톨게이트 수납원 경우에도 기나긴 투쟁으로 현장에 돌아가는 것이 약속됐지만, 지금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거의 3개월 정도를 복귀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거든요. 만약에 우리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노동자가 아니었다면 대안 없이 무작정 기다렸겠죠? 결국은 저희가 다시 한번 움직여서 오는 5월 14일 복귀 날짜를 받아낸 거거든요. 가장 보호받지 못하고 불안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닌가 싶어요.”

□ 박완규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부지부장

“지금 민주노총이 내는 목소리가 맞다고 봐요.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 특히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구해야 해요. 5인 이하 사업장은 그야말로 무풍지대입니다. 해고당해도 구제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4대 보험을 적용하지 않아도 무방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노동자가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거잖아요. 똑같이 세금 내고 똑같은 국민의 권리를 갖고 있는데 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그런 일이 생겨야 하나요? 도대체 이 나라는 어느 시점, 어느 경제 수준에 도달해야 밑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질까요? 이런 의문이 계속 들어요. 무늬만 선진국인 거죠. 노동자의 권리를 이대로 내버려둘 거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는 왜 가입했나 싶어요. 이런 것들이 너무 앞뒤가 안 맞다고 생각해요.”

□ 김선기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교육선전국장

“위험에 처한 모든 노동자를 다 구해야겠지만... 하후상박(下厚上薄, 아랫사람에게 후하고 윗사람에게 박함)이라고 하죠? 우리 사회보다 아래에 머물고 있는 노동자들은 고용도 불안정하고, 언론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듯이 특수고용 노동자를 비롯해서 최저임금 노동자, 나아가 일자리마저 지킬 수 없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런 노동자들이 최우선적으로 구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해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에는 대표적으로 제화노동자들이 있죠. 그리고 특수고용 노동자인 학습지노동자들도요. 재가요양보호사 노동자들도요. 지금 직격탄을 맞고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공공운수노조는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와 연대할 겁니다. 공공운수노조에는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있죠. 특고,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부터 시작해 5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까지 있어요. 현태 코로나19로 인한 비상경제 상황에 놓이면서 무급휴직, 권고사직, 정리해고 등과 같은 문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공공운수노조에는 공공기관 노동자들도 있죠. 하지만 공공기관은 코로나19 사태에 큰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공공기관 노동자만 대변에서는 안 돼요. 연대해야 합니다. 계급적 연대, 사회적 연대, 한마디로 말하자면 ‘함께 살자’로 가야 합니다.”

□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

“돌봄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구하고 싶어요. 돌봄노동자의 경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노인,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은 돌봄노동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다는 게 확인됐어요. 그러나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돌봄노동자의 노동은 평가절하돼 왔어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마찬가지에요. 현재 위기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노동인데도 마스크 하나 지급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어요. 이주노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 이주노동자가 참 많아요. 더 위험한 일, 더 힘든 일을 하는 게 이주노동자들이에요.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에서도 이주노동자가 죽었어요. 이주노동자라고 해서 이런 일을 겪게 해서는 안돼요. 차별 없이 같이 살아야 해요. 최근 우리나라 유학생이 코로나19로 인해 독일에서 차별 받은 사실에 온 국민이 분노한 일이 있었죠. 그 분노가 이주노동자 차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해요.”

□ 오명훈 전국학생행진 학생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그리고 현재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해고위기에 처해 인천 영종도를 떠나야 하는 노동자들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기존 노동권에서 보호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에요. 분명히 노동자이지만, 코로나19처럼 가장 어려운 시기가 닥쳤을 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문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지부장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 노동자. 그 중에서도 당장 해고를 앞두고 있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을 구하고 싶어요. 이스타항공은 경영부실로 인해 이미 지난해 제주항공으로 매각이 결정된 바 있죠. 코로나 위기를 틈타 국제선 운항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더니 묻지마 구조조정 강행으로 노동자에게 희생을 전가하고 있어요. 아시아나케이오지부는 아시아나항공기 청소노동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스타항공과 같은 항공 관련 업종이기 때문에 계속 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대를 통해 해고가 철회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예정입니다.”

□ 이석주 공공운수노조 용인경전철지부 지부장

“강남역 철탑 위에서 300일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생각나네요. 하늘, 고공에서 긴 시간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자, 세상에 알리고자 철탑 위에서 싸우고 있는 김용희 해고노동자와 연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신상환 서울메트로 9호선 지부장도 생각나네요. 다시 말하면 서울메트로 9호선과 연대하고 싶은 거죠. 같은 궤도사업장의 입장에서 9호선은 2,3단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고, 곧 공영화 논의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민간위탁의 문제점은 이미 드러났고, 이는 결국 공영화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용인경전철도 민간위탁으로 같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서울메트로 9호선의 일이 남일 같지 않습니다. 연대하고 싶습니다.”

□ 홍창의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사무국장

“학교 방과 후 강사에게 연대를 보냅니다. 지금 코로나19 이후 일이 없어 생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학교 방과 후 강사 노동자들도 그중 하나입니다. 온라인 개강을 하면서 이분들의 일자리가 사라졌죠. 이분들의 생계 어려움이 끝날 수 있도록 학교가 하루 빨리 정상화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지금 이 시기를, 어려움을 이겨냈으면 합니다.”

 

 

□ 곽대훈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지회 조합원

“백화점에서 일하는 서비스업 종사자와 보안요원 등 노동자들을 구하고 싶어요. 저임금으로 인해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어려움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어요.”

 

 

□ 김OO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지회 조합원(익명 요청)

“지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 등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생각납니다. 코로나19로 많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배민라이더스 노동자들도 이들과 연대해서 처우개선을 위해 함께 투쟁하면 좋겠습니다.”

 

 

□ 김경민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조지부 교육선전국장

“공공운수노조 노동자들, 그리고 활동지원사지지부에 속해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노동권 쟁취를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동지들도 마찬가지에요. 특히, 활동지원사지부의 경우 장애인노조 출범 전부터 응원하고 있던 노동자들인데요.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냈으면 합니다.”

 

□ 정명호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조지부 지부장

“활동지원서비스 노동자들이 생각나요. 이들은 수탁기관이 고용해 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노동조건이 열악합니다. 바우처시스템에 의한 일방적인 수가 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열악한 임금은 물론, 노동의 대가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습니다.”

 

 

□ 김종환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조지부 사무국장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들. 이틀 전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보여줬듯이 이런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위험에 취약한 노동자들이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노동자들과 연대해 안전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 배재현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조지부 조직연대국장

“전국활동지원사지지부를 구하고 싶습니다. 우리 장애인노조지부와 가장 밀접하고 가깝게 활동하고 있는 노동자들이죠. 너무나도 열악한 처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어요. 이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 구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고문

“전반적으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죠. 가령 장기요양 활동지원사들이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아요.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나몰라라하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죠. 사회서비스 노동자들 대부분 공감하실 거에요. 제가 활동지원사 한 지가 거의 9년이 돼가요.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면서 돌아가신지 올해가 50년 되는 해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우리 활동지원사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적용받지 못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연차, 주휴 수당을 못 받고 있는 게 현실이죠. 휴직해도 휴직수당이 없으니 생계는 막막하고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