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자라 부르기 전에 안전환경 만들라"...배달노동자로 맞은 첫 노동절
"무법자라 부르기 전에 안전환경 만들라"...배달노동자로 맞은 첫 노동절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5.01 20:14
  • 수정 2020.05.09 0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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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에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 요구
"연대를 통해서 열악한 노동환경 극복 희망"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첫 노동절을 맞이한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민라이더스지회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첫 노동절을 맞이한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민라이더스지회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첫 노동절을 맞이한 배달의민족지회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가지며 노동절을 기념했다.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민라이더스지회(지회장 김영수)는 “지금 이 시간에 일감을 포기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 모인 건, 21대 국회에 우리의 열악한 처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희 강남서초분회 분회장은 단상에 올라 “우리는 빨리 달릴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가진 노동자”라고 입을 열었다. 

이성희 분회장은 “주문한 고객도, 업소도, 회사도 ‘빨리’를 요구한다. 건당 주어진 단가가 낮아서 더 많이 배달해야 한다. 신호 하나 무시하면 내 딸 분유값, 내가 눈 딱 감고 달리면 우리 아들 기저귓값, 두 시간만 더 일하면 어머니 약값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달린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회, 정부, 경찰은 우리를 거리의 무법자라고 하는데, 우리를 무법자로 만든 게 누구인가”라며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과 고용보험 전면적용 등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왼쪽부터) 김용석 배민라이더스지회 대구분회 분회장, 이성희 배민라이더스지회 강남서초분회 분회장,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왼쪽부터) 김용석 배민라이더스지회 대구분회 분회장, 이성희 배민라이더스지회 강남서초분회 분회장,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김용석 대구분회 분회장은 “똑같은 라이더스지만 차별이 존재한다. 우리는 기본수수료가 2,700원에 거리할증이 300원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방 시장이 좁아서 처우개선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책임을 피하고 있다”며 지방 라이더의 열악한 사정을 알렸다. 배민라이더들은 실제 주행거리가 아닌 직선거리기준 500m까지 기본수수료를 받으며, 1.5km가 넘어갈 때마다 추가로 거리할증 수수료를 받는다. 서울의 경우, 기본수수료가 3,000원에 거리할증이 500원이다.  

김용석 분회장은 이어서 “우리가 살아갈 방법이 없고 너무 힘들다. 민주노총과 라이더 조합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함께 한다. 우리 조합 힘내서 민주노총과 함께 원하는 요구사항 쟁취하길 바란다”며 연대를 통해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극복하길 희망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작년 이맘 때 노동절이 우리의 날인지도 몰랐다. 오토바이에 올라 묵묵히 일만 했던 것이 작년 이맘 때 우리의 모습이었다. 이제는 노동조합으로 뭉쳐서 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닌, 당당한 노동자임을 선포한다”며 배민라이더스지회가 처음 맞는 노동절을 기념하고 격려했다.

이어서 “플랫폼 노동이 10~20년 뒤에 얼마나 커질지 가늠하기도 어렵다”며 “21대 국회가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제정해서 배달노동자가 온전하게 일하고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이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 나를 믿고 우리를 믿고 2020 메이데이를 기점으로 함께 투쟁하자”며 연대를 다짐했다.

집회가 끝난 후 50여 명 조합원은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 ▲고용보험 전면적용 ▲안전하게 일할 권리 ▲오토바이보험료 인하 등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오토바이 퍼레이드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