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조 “우리는 일 하지 못하도록 차별받는 노동자이자 실업자다”
장애인노조 “우리는 일 하지 못하도록 차별받는 노동자이자 실업자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5.01 23:13
  • 수정 2020.05.0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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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혜와 실적 위주 일자리가 ‘나쁜 일자리’ 만들어”
“장애인 노동자들의 최전선으로 앞장서 나갈 것”
장애인노조 깃발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장애인노조 깃발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 못해”

장애인노조가 인터내셔널가로 처음 맞이하는 노동절의 포문을 열었다. 장애인 노조는 "장애인 노동자의 현실,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함께 싸우고, 함께 바꿔나가자!"고 외쳤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조지부(지부장 정명호)는 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 현실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 동지들의 전선으로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장애인노조는 이날 현실과 맞지 않는 일자리 정책, ‘장애인 최저임금제외법’등을 언급하며 열악한 장애인 노동 현실에는 무엇보다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노조는 “장애인의무고용을 위반한 대기업의 수천억대 벌금이 장애인 고용과 실업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장애인고용공단을 비판했다. 또한,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한 최저임금법 제7조를 언급하며 국가가 장애인 차별 구조를 방치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날 장애인노조는 조합원들의 발언을 통해서 장애인들의 열악한 노동실태 사례를 증언했다.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리 조합원이 열악한 장애인 노동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리 조합원이 열악한 장애인 노동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리 조합원은 “이번 코로나19로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노동자들이 자가격리로 인한 무급휴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아무런 고민도 대처도 없는 자가격리가 장애인을 생계위기에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코로나19 이전에 정부가 장애인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값싼 임금만 지급”한 게 문제라며 보호작업장 폐지, 나아가 최저임금제외적용 폐지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장애인노조에 따르면, 해당 장애인 노동자들은 보호작업장 폐쇄에 따른 휴업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받게 되더라도 평균 56만 원 중 임금의 70%만 지급 받고 있다.
 

장애인 노동 실태를 증언하고 있는 배재현 장애인노조 조직연대국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장애인 노동 실태를 증언하고 있는 배재현 장애인노조 조직연대국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배재현 장애인노조 조직연대국장은 “구청 관할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느 장애인 노동자는 코로나19에서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출근을 제지당했다”며 "비장애인, 정규직은 출근하고 있는데 장애인만 출근하지 못해 차별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노동의 대가도 중요하지만, 일상을 누리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문제”라며 노동의 가치가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노조는 ‘선심성 시혜정책’과 ‘실적 위주 정책’이 나쁜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며, 장애인을 위한 종합적인 일자리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먼저 장애인 노동자도 노동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일자리 정책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첫 노동절을 맞이한 장애인노동조합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첫 노동절을 맞이한 장애인노동조합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