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에 ‘부당해고’ 맞서는 김용일 지회장
노동절에 ‘부당해고’ 맞서는 김용일 지회장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5.02 14:40
  • 수정 2020.05.06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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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에티스 노사 갈등 첨예 … 부분 파업 6개월에 지회장 ‘해고’
김용일 한국조에티스지회 지회장, “회사가 본래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김용일 화섬식품노조 한국조에티스지회 지회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조에티스’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조에티스의 대표 브랜드는 반려견 심장사상충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레볼루션’이다.

유명세만큼이나 조에티스는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 <포브스(Forbes)>가 선정하는 ‘최고의 직장 Top 150’에 4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고, <워킹마더(working mother)>사 선정하는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상위 Top 100 에도 6년 연속 뽑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다. 보수 언론에서는 이를 ‘노조’탓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관련기사: 조선일보, 2019.11.13일자, “美서 최고 직장 뽑힌 회사가 한국 와선 노조 때문에 곤욕”)

그러나 김용일 한국조에티스지회 지회장은 2018년 10월 새로운 대표이사가 오고 나서부터 “천국 같은 직장이 지옥 같은 직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용일 지회장은 2020년 4월 20일 한국조에티스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회사가 본래 정상적인 모습이 돌아오길 바란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용일 지회장에게 지난 1년 동안 한국조에티스에서 일어난 일들을 차근차근 들어봤다.

*인터뷰는 4월 29일 오후 5시 선릉역 근처 카페에서 진행했다.

한국조에티스 지난 1년의 갈등

화섬식품노조 한국조에티스지회(지회장 김용일)는 2019년 11월 20일부터 본사 사무직 근무 조합원을 중심으로 164일째(2일 기준) 부분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파업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2019년 6월 28일 직장폐쇄 및 이후로 진행된 부당노동행위 때문이었다.

한국조에티스(대표이사 이윤경)은 2일간 진행된 노조의 부분파업에 대응해 6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동부의 중재 끝에 직장폐쇄는 해제됐지만, 이후 조합원 25명 중 18명이 회사로부터 징계를 당했다.

한국조에티스지회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이윤경 조에티스 대표이사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했고, 2020년 1월 10일 고용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기소의견으로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또한, 2월 21일 노동위원회는 지회장에게 내려졌던 정직 3주 처분이 부당징계라는 판정도 내렸다.

하지만 조에티스의 태도는 그대로였다. 부당징계 판정이후 조에티스는 지회장에게 대기발령 한 달을 내렸다. 대구에서 근무를 하는 부지회장에게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이었던 2020년 3월 17일 서울 본사로 호출해 인사징계위원회를 강행했다. 또한 4월 10일에는 김용일 지회장에게 해고통보를 했다.

한국조에티스지회는 4월 21일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김용일 지회장은 회사의 해고통보를 일정부분 예상했다고 말한다.

“해고통보를 받기 일주일 전에 조합원들한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어요. 조합 내 집행부도 회사가 무리수를 두고 해고 통지를 할 수 있다고 인식을 하고 있었죠. 물론 해고에 따른 심리적 충격은 있지만, 이번 일로 조합원들이 흔들리거나 이탈하는 경우는 없어요.”

서울 테헤란로 선릉역 근처 한국조에티스 본사 앞에서 진행된 선전전 현장. ⓒ 한국조에티스지회

한국조에티스, 노조를 대화 상대로 여기나

해고를 예상할 만큼 한국조에티스 노사 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다. 지난 1년 간 한국조에티스 노사가 보여준 격한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김용일 지회장은 2018년 10월 1일부로 현 이윤경 대표이사의 임기가 시작될 때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지됐다고 말한다. 노조와의 갈등까지는 아니지만 기존 한국조에티스가 가지고 있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충돌이 왕왕 발생했다는 것이다.

“노조와의 갈등이라고 보기는 어렵구요. 대표이사가 바뀌면서부터 직원들과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어요. 한국조에티스가 가지고 있는 좋은 문화가 있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회사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어요. 회사 내에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컴플라이언스 제도가 있어서 해당 부서에서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맞게 판단을 해줬어요. 그런데 신임 대표이사는 상명하복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위에서 상사가 지시하면 따라야 한다는 거죠. 그런 걸 노조에서 브레이크를 많이 걸었어요. 그 과정에서 마찰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실제로 대표이사가 온 이후 2018년 12월부터 진행된 단체협상 교섭에서 회사가 제시한 협상안은 근로면제시간(타임오프) 1,200시간에서 500시간으로 축소하는 것이었다. 또한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노조와 교섭 없이 일방적으로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문화 충돌’ 수준의 대립은 2019년 6월 1일부로 ‘극한 갈등’의 양상으로 번진다. 6월 1일에는 신임 인사부장이 발령된 날이다. 해당 인사부장은 직전 직장 주류회사 P사에서 노사 갈등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현 인사부장이 6월 1일에 왔어요. 그때부터 노조 탄압으로 진화된 거라고 봐요. 왜냐면 인사부장이 6월 1일에 발령받아 왔는데 저(지회장)에 대한 인사 징계 통지서가 14일에 와요. 단 보름 만에 징계를 한 거예요. 애초부터 대화와 협상과 협의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던 거죠. 저한테 징계를 하고 나서는 조합원들에게도 징계가 이어졌죠.”

타임오프제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노조 괴롭히기 수단 돼

한국조에티스가 김용일 지회장을 해고한 사유에는 ‘근로면제시간’에 대한 이슈도 있다. 김용일 지회장은 “최근 회사가 타임오프 시간(근로면제시간)에 대해서 요구하는 사항이 있다”면서, “근로면제일에 출근을 하고 회사와 협의 되지 않는 노조활동을 하면 무노동-무임금을 적용하고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겠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한국조에티스는 김용일 지회장이 협의하지 않은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근로면제시간 불인정-무단 결근 처리를 하고, 결국에는 해고사유로 삼은 것이다.

한국조에티스가 노조 간부에게 근로면제시간과 관련하여 요구하는 사항. 자료=한국조에티스지회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노조 활동을 억누르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김용일 지회장은 지적한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한 여성 조합원을 재택근무로 충분히 가능한 업무인데도 출근하라고 했어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가 있었던 상사와 같이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죠. 코로나19를 매개로한 신종 괴롭힘이라고 봐요. 본인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보복을 하는 거죠. 회사에서는 무조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하고 고용노동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하는 상태예요.”

부분 파업 164일, 무엇이 그들을 견디게 하나

한국조에티스는 총 직원 수 55명의 작은 회사다. 한국조에티스지회의 조합원도 25명으로 장기간 파업을 이어가기에는 ‘기초 체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본사 사무직 조합원을 중심으로 164일간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나머지 조합원들이 매월 임금의 20%를 파업기금으로 조성했기에 가능했다.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자신의 임금을 20%씩 내면서 파업하는 조합원들의 임금을 보전해주고 있어요. 서로가 십시일반하고 품앗이 해가면서 싸우고 있는 장면이죠. 저희가 인원수가 많은 조합이면 파업하는 분들의 임금보전이 쉽겠지만 인원수가 적다보니까 자기 살을 깎아가면서 싸우고 있어요. 그런데 경영진의 잘못된 경영과 인사를 그대로 두면 조합원들에게는 지옥 같은 직장이 될 거잖아요? 지옥 같은 직장에 계속 다닐 수는 없어요. 지금 조합원들이 평균 근속이 10년 정도 돼요. 원래 우리 회사가 얼마나 좋았었는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정상적이고 다니기 좋은 직장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를 지키기 위해서 투쟁하고 있어요.”

한국조에티스지회 조합원들의 평균근속은 10년 내외인 데 반해, 한국조에티스 임원진의 근속은 1년 반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김용일 지회장은 힘든 투쟁을 이어나가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조에티스의 싸움 안에 여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글로벌회사가 자국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한국에서는 왜 서슴없이 하는가 물어보면, 웹툰 <송곳>에 나오는 것처럼 ‘한국에서는 그래도 되니까’라는 답을 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에서 노동법은 너무나 말랑말랑하고, 한국의 직원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하니까요. 한국은 결코 돈만 벌어가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돼서는 안돼요. 한국에서 영업하고 한국 직원들을 고용해서 사용한다면, 글로벌 회사도 예외없이 한국에서 지켜야 되는 법과 책임을 충분히 다해야 해요. 그런 의미를 담아서 저희의 투쟁을 이어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