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된 삼성계열사 노동조합 … 삼성은 ‘무노조경영’ 폐기 선언
하나 된 삼성계열사 노동조합 … 삼성은 ‘무노조경영’ 폐기 선언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5.06 17:04
  • 수정 2020.05.06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일,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출범 기자회견
같은 날, 이재용 부회장은 공식 사과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공식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공식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총,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구성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명)은 한국노총 산하의 6개 삼성계열사 노동조합이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의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6일, 국회 소통관에서는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의 공식 출범을 알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와 무노조경영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한국노총 산하 6개 삼성계열사 노동조합의 상급단체 위원장, 한국노총 출신으로 이번 21대 국회에 입성하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경기 김포시갑 당선인과 이수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등이 자리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80여 년의 세월 동안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한 삼성그룹에서 바뀌지 않은 것은 단 하나, 무노조경영”이라며 “노동조합의 설립, 운영을 방해하는 것은 결코 경영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전히 삼성그룹 내에서 노동조합은 없어져야 할 존재로 취급당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아직도 노동조합에 가입했지만 불이익을 받을까봐 가입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노사협의회가 법제정 취지와 무관하게 노동조합 설립을 제한하거나 활동을 방해하는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삼권은 노동조합에 있을 뿐, 노사협의회가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한국노총 공공연맹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기자회견은 앞에서는 노조활동을 할 수 있게 하지만, 뒤에서는 노조를 탄압하는 행위를 포기하라는 내용”이라며 “한국노총 내 삼성계열사 노동조합이 함께 연대해 삼성의 노조 고사화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원석 위원장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노조를 대하는 방식은 시기만 다를 뿐 동일하다. 최원석 위원장은 “노사협의회를 이용해 노조와 사측의 대화를 막고 조합원 및 비조합원에게 노사협의회 간부가 직접 전화해 ‘지금 노조에 가입하면 칼 맞는다’며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일이 많다”며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역시 지난 2월, 단체협약 체결 당시 495명이었던 조합원 중 200명이 탈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삼성웰스토리노동조합,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화재노동조합,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 삼성SDI울산노동조합으로 구성됐으며 ▲무노조경영 공식 사과 및 폐기 선언 ▲노조 인정 및 노조활동 보장 ▲노사협의회를 앞세운 노조 탄압행위 즉각 중단 ▲부당인사평가제도 즉시 중단 등을 요구했다.

삼성, “무노조경영이라는 말 나오지 않을 것”
선언적인 내용이라는 평가도 잇따라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같은 날 오후, 지난 3월 있었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경영권 승계 문제 ▲무노조경영 문제 ▲시민사회소통 및 준법 감시 문제 등에 대한 사과와 입장을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에서는 ‘무노조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 준수와 노동삼권 보장을 약속했다.

이재용 부회장 사과에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최원석 한국노총 공공연맹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동조합 위원장은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와 삼성화재노조를 제외하고는 사측과 대화테이블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단체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사측의 전향적인 변화가 없다면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가 “선언적인 내용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노총은 “오늘 사과의 자리는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로 이뤄진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노조 관련 사과의 내용은 상식의 나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결국 ‘실천’”이라며 “삼성에게 필요한 건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명환) 역시 "오늘의 사과는 더 이상 무노조경영을 위해 불법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며 "삼성 무노조경영의 핵심 피해자인 김용희, 이재용 해고자를 비롯한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 사과와 복직, 보상 및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