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 처우개선, 해법은 없나?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 처우개선, 해법은 없나?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5.07 21:28
  • 수정 2020.05.0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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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노조, “실질적인 사용자와 대화해야”
공공기관, “운신의 폭 없어 답답”
ⓒ 한국노총 공공노련 공공산업희망노조
ⓒ 한국노총 공공노련 공공산업희망노조

설계변경을 통한 임금 자원 확보를 요구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자회사 노조가 원청인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자회사 처우개선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공공부문에서 확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7일, 한국노총 공공노련 공공산업희망노조 케이워터운영관리지부(지부장 한정환, 이하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모회사인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예산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답을 듣고 지난 29일, 한국수자원공사에 교섭을 요구했다. “실질적인 사용자가 원청인 한국수자원공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의 교섭 요구에 한국수자원공사는 답을 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케이워터운영관리 측에 원가계산가격 및 시중노임단가 100% 반영을 통한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있으나 케이워터운영관리에서는 ‘모회사에서 예산을 풀어주지 않으면 설계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사용자인 한국수자원공사에 29일, 교섭요구공문을 보냈으나 현재까지 답이 없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케이워터운영관리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자회사이긴 하지만, 별도의 독립된 기관이기에 법적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케이워터운영관리 노사의 교섭에 참여할 수 없다”며 “한국수자원공사의 입장은 임금교섭의 당사자가 아니기에 교섭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째 마련되지 않은 임금체계
책임은 누가 지나?

케이워터운영관리는 지난 2018년 8월, 한국수자원공사의 자회사 형태로 정규직 전환이 완료됐다. 자회사로 전환되기 전, 케이워터운영관리는 260여 개의 자회사로 쪼개져 있었고 임금 수준 역시 260여 개 종류로 나뉘어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케이워터운영관리라는 자회사로 넘어오면서 통일된 임금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노동자들은 자신의 임금이 뭔지 모르고 용역노동자 시절의 임금을 그대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자회사 전환 2년째인 현재까지도 케이워터운영관리 노동자의 임금형태는 260여 개에 달한다. 또 용역노동자 시절,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의 임금을 받던 노동자들이 현재는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으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케이워터운영관리가 공공산업희망노조에 가입한 여러 공공기관 자회사 가운데 가장 낮은 임금 수준이라고 말한다.

노조는 “모회사인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서 자회사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정부의 지침이나 예산 통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기관이 임의로 자회사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 개선대책이 올해 3월에 나왔고 개선대책에도 ‘임의로 낙찰률을 적용하지 말라’면서 낙찰률을 올릴 여지를 준 것이지 낙찰률을 100% 적용하라 이런 건 아니”라며 “높여주라는 취지는 맞지만 당장 설계변경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100% 낙찰률을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용역업체가 있던 시기, 용역업체에 주던 비용도 모두 예산으로 들어가는 경비”라며 “정부에서 경비 절감이 안 되면 패널티를 주는 등 경비운영이나 경비절감률은 예년과 같이 운영하는 상황에서 자회사에 추가예산 편성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기관 임의로 운신하기에는 그 폭이 너무 좁기 때문에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주환 변호사는 "자회사 문제는 정말 많은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은 최소한의 물적 조건을 갖추게 하기 위해 모·자회사 공동의 교섭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며 "두 가지 방법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3월 발표된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 개선대책 이후,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개선대책 이후 노정교섭이든 법안 마련이든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든 뭐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출범한 공무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자회사 문제를 다룰 수 있을지 여부도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늦어지면서 노동자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