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이주노동자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이주노동자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5.09 00:00
  • 수정 2020.05.08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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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차별 #배제 #사각지대

5월 첫 째주 이주의 인물은 '이주노동자'입니다. 지난 7일 정부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이주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재난지원금 차별·배제 말고, 이주민에게도 평등하게 지급하라!"
"Leave no one behind!"

이주노동자 역시 사실상 생활터전이 국내에 있고, 코로나19로 내국인과 동일한 피해를 받기에 지원정책에서 소외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였습니다. 

앞서 '재난지원금 범정부TF'는 지난달 16일 대상자 선정 세무기준을 발표했는데요. 이주민 관련해선 "재외국민, 외국인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되, 결혼이민자 등 내국인과 연관성이 높은 경우 및 영주권자는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국 이주인권단체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장기체류 이주민 약 173만 명 가운데 약 144만 명은 배제되는 겁니다. 정부의 방역정책은 이주민을 가리지 않았지만 지원정책은 이주민을 가려낸 셈이죠.

이날 기자회견에는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루암삼 녹난 난민 등 이주민 당사자와 이주인권단체 관계자들의 발언이 길게 이어졌는데요. 당일 기사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언박싱해보겠습니다. 

"재난지원금 차별배제 말고, 이주민에게도 평등하게 지급하라!" 전국 이주인권단체 공동 청와대 앞 기자회견이 7일 오전 진행됐다.  ⓒ 전국이주인권단체
"재난지원금 차별배제 말고, 이주민에게도 평등하게 지급하라!" 전국 이주인권단체 공동 청와대 앞 기자회견이 7일 오전 진행됐다. ⓒ 전국이주인권단체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이주노동자도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피땀을 흘리면서 이 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이주노동자 없이 농업,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산업이 굴러가지 않습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한국인들이 하기 꺼리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정한 세금 다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는 항상 정부의 차별적인 정책 때문에 희생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가 오면 먼저 이주노동자들이 해고당합니다. 사회구성원에서 배제되어 있습니다. 항상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주노동자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합니까?"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이사장
"서울시에서 낸 긴급생활비 지원 대책, 경기도에서 낸 재난기본소득 대책, 그리고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재난긴급지원 대책 모두 정말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고, 도움이 필요하며, 한국 사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동포들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87만 8천 명의 외국국적 동포 중 재외동포비자가 44만 4천여 명, 방문취업비자가 25만여 명입니다. 영주권자보다 더 오랜 기간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세금도 성실히 납부한 사람들입니다. 영주권을 따려면 재산과 소득이 상당해야 하는데, 열심히 일해도 충족하기 어려운 기준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돕지 않으면 누구를 도와야 한다는 말입니까?"

한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
"저도 이주민입니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경제적 기여를 합니다. 세금을 내고, 4대보험도 냅니다. 저처럼 이주민들도 노동자들이고, 가장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막상 잃었을 때 지원을 못 받습니다. 처음에는 마스크 구입 배제, 방역 배제, 이제는 긴급생계비지원 배제까지. 너무 차별적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공동체 구성원 일부 배제는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게 만들 수 있는 위험이 될 수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루암삽 샤녹난 난민 
"저는 난민으로 인정받아 2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먼저 서울시가 4월 초 주민 대상 재정지원 프로그램에 난민인정자를 대상에 포함한 데에 감사를 표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난민들이 동주민센터에 가서 신청하려고 할 때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난민이 동주민센터에 들어가니 직원이 갑자기 '외국인 안 돼. 외국인 안 돼' 말했습니다. 참 따뜻한 환영이지요. 이 난민은 F-2-4 사증을 소지한 난민인정자는 신청할 수 있고, 난민법 제 31조에 의해 보호받으며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공무원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했고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이 난민이 한국인과 결혼했는지에 대해서만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동주민센터에 방문한 대부분의 난민이 한국사람들보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일부는 집에 돌아가 자신이 실제 난민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가져와야 했습니다. 일부는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을 거절당했고 일부는 신청 결과를 받으려면 3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받았습니다. 한국인들은 훨씬 빨리 결과를 받습니다. 담당 직원들이 해당 프로그램 세부사항을 완전히 이해하게 하지 못한 듯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제호 이주민센터친구 변호사 
"정부가 이주민에게 차별적인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방역대응 방식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여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미등록 체류자’도 배제하지 않는 우리의 방역대응에 놀라는 해외국가들에서도 재난지원금은 생활기반·지역경제활동 기반으로 지급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방역 모범국가로 나아가고 있다면,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인 이주민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완전히 반대로 가는 것입니다. 얼어붙은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소외계층을 지원하여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재난지원금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지역사회에서 생활관계를 맺고, 주요한 경제주체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에 세금을 내고 있는 나머지 144만 이주민을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