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2, 법안 통과 미뤄질수록 애타는 해직 공무원들
D-22, 법안 통과 미뤄질수록 애타는 해직 공무원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5.08 20:19
  • 수정 2020.05.09 0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직자 복직특별법안 통과 지연, 정부여당 책임지고 나서야"
20대 국회 임기 종료 전에 약속 이행 촉구

해직 공무원들이 20대 국회 임기 종료(29일)를 22일 앞둔 8일, ‘해직자 복직특별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해직 공무원들은 ▲더불어민주당, 공무원해직자원직복직특별법 즉각 제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공무원해직자특별법 제정 약속 즉각 이행 ▲민주노조 활동으로 희생된 공무원의 명예회복 조치를 즉각 시행을 요구했다.

라일하 전국공무원노조 회복투 위원장은 “특별법안 통과 여부에는 정부여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더불어민주당사 앞에 모인 이유를 설명했다.

8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진행된 ‘공무원 해직자 원직복직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8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진행된 ‘공무원 해직자 원직복직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해직자 굴복시킨 정부여당...특별법안 통과 책임져야

라일하 회복투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라일하 회복투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해직자 복직특별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진선미 의원과 홍익표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관련 해직공무원 등의 복직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두 법안 모두 해직당하거나 징계 받은 공무원의 원직·복직을 위한 심의 절차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공무원 복직 심의위원회가 설치되며, 심의위원회가 해직공무원으로 인정하면 원직·복직된다.

문제는 해직 기간 경력 인정 여부다. 먼저 발의된 진선미 안은 해직 기간을 모두 근무경력으로 인정한다. 해직 기간에 증가한 호봉에 따른 임금 인상, 수당, 공무원연금 합산 금액도 인정받게 된다. 반면 홍익표 안은 전국공무원노조가 '합법 노조'로 인정받은 2007년~2009년, 2018년 3월 이후인 4년 여만 인정한다. 경력 인정 기간이 다르므로 해직 공무원의 임금, 수당, 공무원연금에 투입되는 예산규모에 큰 차이가 난다. 이런 이유로 정부여당은 진선미 의원 안을 거부했고, 홍익표 의원 안을 만들어 노조에게 ‘적정선’이라고 제시했다. 노조는 진선미 의원 안이 통과될 기미가 안 보이자 해당 법안을 받아들였다. 내부 격론 끝에 절충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해직자들의 복직 후 임기가 2~3년밖에 남지 않아 법안이 빨리 통과되길 바라는 상황이었다. 

라일하 회복투 위원장은 “사실상 우리를 굴복시킨 법안이다. '명예회복'이라고 썼지만 17년의 부당해고기간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 한다”며 “긴 시간을 기다렸지만, 너무 많은 걸 양보했다. 싸우면서도 힘이 안 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해직공무원들은 격한 내부 갈등 끝에 받아들인 ‘절충안’ 통과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정부 여당을 비판했다.

과거와 달리 해직자 문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실망감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였을 당시 “(전국공무원노조) 해고자 복직 문제도 이제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노조설립 과정에서 해고되거나,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서 활동하다가 해고된 분들의 복직과 사면복권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법안 통과 길어질수록 깊어지는 ‘해직 조합원’의 비애

노숙농성 중인 박철준 회복투 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노숙농성 중인 박철준 회복투 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해직공무원 30여 명은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서 6일부터 국회 인근에서 노숙 농성 중이다. 현장에서 만난 박철준 회복투 부위원장은 “해직공무원으로 인해 조직이 침체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철준 부위원장 “공무원 노조가 초창기에 얘기한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의 기치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데, 해직자로인해 사업이 잘 진행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노동조합이 해직자 복직 투쟁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사업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조합원으로서 다른 노조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야 하지만, 농성투쟁을 계속 이어가도 보니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국회와 청와대를 오가며 해마다 농성을 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며 해직 조합원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법내노조’로 다시 인정받는 과정에서도 해직자들이 걸림돌이었다. 해직자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규약개정으로 '법내노조'가 됐지만, 아무래도 해직자는 조직에서 다소 눈치를 보게 된다. 타 조합원들이 해를 가하는 건 없지만, 다들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며 속내를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