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일하다 죽었습니다, 사람이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일하다 죽었습니다, 사람이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5.09 13:07
  • 수정 2020.05.09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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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산재사망사고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반복 #인재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신축 건설현장에서 4월 29일 불이 났습니다. 38명의 건설노동자가 죽었습니다. 10명의 건설노동자가 부상당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복된’, ‘예견된’ 참사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왜 일하러 왔다 죽어 돌아가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일까요? '왜'에 대한 이유와, 그것에 대한 대책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이미 모두들 반복된 참사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을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작동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마 마일리지 제도 같은 것이라 사람이 더 죽어야 현실에서 대책들이 작용할까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잔인하고, 너무 많은 죽음과 울음이 쌓여있습니다. 이번 주 언박싱은 다시 또 ‘일터에서의 죽음’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일터에서 죽음이 반복되는 이유는 돈때문이라고 말하는 박광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이 주의 키워드 : 일하다 죽었습니다,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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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산재사망 왕국입니다. OECD 회원국 중 산재사망률이 가장 높습니다. 우리나라와 소득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산재사망률이 5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2020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 당 사고사망자 비율)은 0.46, 업종별로 분류해 보면 건설 산업이 1.72로 월등히 높습니다. 산재사망 왕국이라는 간판을 유지하는데 대한민국 건설 산업이 상당히 일조하는 셈이죠.

그렇다면 문제는 ‘왜 우리나라는 건설 공사 일터에서 이렇게 죽는 건설노동자들이 많을까? 그것도 꾸준히’입니다. 이유를 알고 대책이 있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많은 사망사고와 꾸준함을 낳았습니다. ‘불법하도급과 저가입찰, 그래서 적정공기 미준수와 안전관리비용 절감’이라는 원인을 알고 있습니다. 산안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으며,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 중층 구조가 존재하기에 중대재해기업처벌을 위한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결국 무엇이 문제 해결을 공전하게 만들까입니다. 취재를 하던 중 어느 정도 해답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한 해에 2천 명씩(지금까지 산재사망사고로 죽은 노동자가 연평균 2천 4백여 명) 죽는다면요? 그렇게 오래 지속될 일이 아닐 거예요.”

모든 개별의 죽음은 똑같이 슬픈 일인데, 어떤 공간의 누구의 죽음으로 호명되느냐에 따라 사안의 무게가 달라진다는 것이죠. 돌아보면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가 났을 때, 또다시 죽음의 다른 무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사를 다루는 단어들에서 말이죠. ‘건설 현장’ ‘일용직’의 죽음이라고 불렸습니다.

현재 정부와 정치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건설현장 안전대책이 또 마련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좋지만 오히려 건설 현장 일용직을 살려야 하는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땅 위 사람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문제로 바라보고, 이미 쌓여버린 많은 정책들이 힘을 가지고 실현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