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드라이버가 겪은 일, 또다시 생기게 해선 안 됩니다”
“타다드라이버가 겪은 일, 또다시 생기게 해선 안 됩니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5.09 15:52
  • 수정 2020.05.09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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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드라이버를 위한 ‘서울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 첫 발 뗀다

[인터뷰]김태환 서울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 위원장

김태환 서울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지난 3월 6일 11~15인승 차량의 운전자 알선을 제한하는 개정 여객자동차운수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개정 여객자동차운수법이 ‘타다금지법’이라고 규정해왔던 박재욱 VCNC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는 곧바로 한 달 말미를 두고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 달 '시한부' 운명에 처했던 타다드라이버들은 3월 19일 ‘타다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서비스 종료를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후 타다비상대책위원회는 4월 27일 서울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으로 발전했다. “제2의 타다 사태를 막고 플랫폼드라이버들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취지였다.

김태환 서울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 위원장(41)에게 그간의 일들과 향후 노동조합의 활동방향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5월 7일 낮 1시 서울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저도 애가 있다 보니까요”

김태환 위원장이 타다드라이버로 일한 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였다. IT업계에서 영업직으로 10년 동안 근무했다는 김태환 위원장은 회사를 박차고 나와 지난해 2월 창업을 시도한다. 정부지원금을 따내기도 했지만, 막상 사업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사업이 잘 안 됐어요. 그래서 정부과제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법인대표로 있으면서 뭘 할까 하다가 타다를 시작했어요. 하루 10시간, 10만 원이면 막노동보다 낫잖아요? 타다가 일자리로 매력이 있었어요. 9월부터 했는데 초가을이라고 해도 아직 덥잖아요? 밖에서 땀 뻘뻘 흘리지도 않고요. 처음에 1주일은 5일을 근무했어요. 그 다음주부터는 주 7일을 일했죠. 아마도 제가 타다 어시스트로 일하는 분 빼고는 가장 돈을 많이 받았을 거예요. 1분도 안 쉬었거든요.”

4월 10일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종료되던 날 양재동 차고지. ⓒ 참여와혁신DB

"타다가 좋았냐고요? 반반이에요"

6개월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 사이 김태환 위원장은 타다드라이버라는 직업에 자긍심이 생겼다. 카니발 차량을 타고 가다보면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게 좋았던 김태환 위원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손님은 생후 3일된 아기였다.

“타다드라이버 중에서 제가 최연소 고객을 태웠을 거예요. 태어난 지 3일 된 애기를 안고 있는 어머님을 태웠어요. 병원에서 퇴원해서 조리원을 가는데 타다를 부른 거죠. 그래서 아기가 놀랄까봐 정말 천천히 조심히 갔어요. 방지턱도 정말 천천히 넘고요. 그 장면이 기억나요. 어머님이 처음 타다를 이용했다고 했는데 너무 고맙다고 하셨죠.”

반면, 김태환 위원장은 타다에 화가 나기도 했다고 말한다. 별점으로 위협하는 ‘진상 고객’은 직업적 어려움으로 생각할 수 있었지만, 회사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불합리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자긍심이 있었던 반면에 나머지 50%는 사측에 대한 불만이죠. 불합리한 게 많았으니까요. 사실상 10시간을 일하는데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급여에서 제외해요. 휴식을 쓰고 볼일을 봐야했거든요. 밥이야 안 먹어도 그만인데, 화장실 가는 시간은 줘야하는 거 아니에요? 휴식을 안 쓰고 화장실을 가면 콜이 들어올 때가 있어요. 그러면 미스콜로 남기게 되는데 패널티가 되죠. 빨간 글씨로 배차취소라고 떠요. 신경이 많이 쓰이게 되는 거죠.”

“우리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는데요”

김태환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자 두 살 된 아이를 생각해 타다를 잠시 휴업했다. 한 달 정도를 쉬고 복귀를 준비하는 와중에 타다 서비스 종료 소식이 들려왔다.

“복귀를 하려고 보니까 복귀할 곳이 갑자기 없어진 거죠. 황당했죠. 1년 6개월이 아직 남았는데 왜 벌써 접냐는 거죠. VCNC는 계속 적자인 상황에서 투자 유치도 실패해서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해요. 이게 누가 봐도 이상한 이야기 아닌가요? 여태까지 어차피 적자인 사업에 투자받은 이재웅 대표가 투자자를 희롱했다고 봐요. 그리고 VCNC는 여태까지 기업공개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진짜 적자인지 흑자인지 아무도 모르죠. 언론보도를 보니 5월 1일 날 이재웅 대표가 헌법소원을 했더라고요. 그러면서 국민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하던데, 그러면 타다드라이버들은 국민이 아니냐고 묻고 싶어요. 우리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는데요. 우리의 행복추구권은요?”

지난해 12월 경 타다드라이버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에서 노조 설립이 논의됐다. 하지만 실제 설립까지는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3월 6일 서비스 종료 선언으로 타다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게 됐다. 하지만 4월 10일 실제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종료되자 타다비상대책위원회의 한계점이 보였다.

“사업 접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10일 만에 급하게 꾸려졌어요. 그리고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게 법적인 권한이 아무 것도 없는 단체이기도 하고요. VCNC나 쏘카를 상대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앞으로 플랫폼 사업은 계속 확장이 되니까요. 라이더유니온을 보면서 계속 생각을 한 거죠. 라이더유니온은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을 위한다면, 저희는 자동차 타는 사람들을 위한 노조를 만들자고요. 타다만으로 국한되지 않고 차차나 파파나 마카롱 택시도 포함해서요. 제2의 타다드라이버를 양성하는 곳을 견제하자는 뜻에서 만들었죠.”

3월 25일 박재욱 VCNC 대표 면담 요청 및 항의방문 현장에서 김태환 서울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특수고용과 플랫폼 사이 길 잃은 노동자들

김태환 위원장은 일자리를 잃은 이후 노동조합을 준비하면서 대리기사 일을 시작했다. 김태환 위원장은 “타다드라이버하던 분들의 반 이상이 대리기사로, 나머지는 배달의민족이나 쿠팡플랙스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많던 타다드라이버들은 특수고용노동과 플랫폼노동 사이에서 전전하고 있다.

“요새 길거리에 대리기사 분들이 넘쳐나요. 타다가 스톱하니까요. 타다드라이버들이 택시면허는 없고, 또 코로나19 때문에 택시면허 따기도 어려우니까 대리기사를 많이 해요. 타다가 활성화 됐을 때는 공영 주차장 앞에서 핸드폰 보고 있는 아저씨가 몇 명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꽤 많아요. 한 10명씩 보여요. 요새 진짜 많아요.”

“현실에 안주하지 말았으면 해요”

현재 서울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은 구체적인 정책과 활동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 오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모빌리티 영역에서 일하는 플랫폼드라이버들의 노동기본권을 확보한다는 것이 큰 방향이다. 세부적으로는 ▲민주노총 법률원과 함께 진행하는 타다드라이버 근로자지위확인 및 체불임금 지급 소송 ▲제2의 타다사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다.

김태환 위원장은 현재 플랫폼드라이버에게, 또한 앞으로 더욱 늘어날 플랫폼드라이버들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앞으로 플랫폼 운송업체가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향후 전국의 플랫폼드라이버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도 하나의 노동자이기 때문에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해요. 만약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되면 법적으로 권리를 찾을 수도 있어요. 그 통로가 꼭 우리 노동조합이 아니라도 괜찮아요. 괜히 나서면 불이익 받을까봐 나서지 않는데 한국 사람의 특징일까요? 그런 게 좀 없어졌으면 해요. 무조건 사측이랑 싸우자는 건 아니에요.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시도를 하지 않으면 그냥 ‘일중독 개미’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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