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택배연대노조 부산지부장, 배송을 멈추지 않는 까닭은?
해고된 택배연대노조 부산지부장, 배송을 멈추지 않는 까닭은?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5.11 14:26
  • 수정 2020.06.0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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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카톡 계약해지 통보' 받은 권용성 택배연대노조 부산지부장
CJ대한통운은 사번코드 삭제 안 해 배송하며 해고철회 투쟁 중
택배연대노조 부산지부가 'CJ대한통운은 불법비리대리점 추지흔 소장과의 계약을 해지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 택배연대노조
택배연대노조 부산지부가 'CJ대한통운은 불법비리대리점 추지흔 소장과의 계약을 해지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 택배연대노조

지난 3월 12일, 권용성 택배연대노조 부산지부장은 거제4동 CJ대한통운 대리점장으로부터 4월 15일부 '카톡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3월 12일은 당시 부산연제지회 조합원이었던 그가 지부장 선거 후보 등록을 한 날이기도 했다.

거제4동 CJ대한통운 대리점장은 권용성 지부장의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계약해지 이유로 들었지만, 택배연대노조는 "정황상 노조 탄압"이라고 규정한다. 권용성 지부장의 실업급여 중복수급은 이미 행정처분을 받은 내용이고 계약서상 계약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택배연대노조는 이런 표면적 이유를 "핑계 삼아" 그동안 활발한 노조활동으로 눈엣가시였던 권용성 지부장을 해고했다고 본다.

권용성 지부장은 대리점으로부터 지난달 15일 해고됐지만, 여전히 배송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대리점은 '계약해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사번코드를 삭제하지 않아서다. 

부산에서 한 달째 '노조탄압 중단! 부당해고 철회!'를 외치며 투쟁 중인 권용성 지부장에게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권용성 지부장은 <참여와혁신>과 통화에서 특히 코로나19로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라 사회안전망 바깥에 선 택배노동자에게 해고 통보는 "살인"이라며 "대리점장이 계약해지 통보를 철회할 때까지 투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권용성 택배연대노조 부산지부장 ⓒ 택배연대노조
권용성 택배연대노조 부산지부장 ⓒ 택배연대노조

- 3월 12일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들었다. 이유는? 
표면적으론 2년 전 택배 일을 시작했을 때 수습(교육) 기간과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겹쳤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면, 2018년에 거제4동 CJ대한통운 대리점 면접을 본 뒤 한 달 가까이 무임금으로 인수인계를 받았다. 그래서 해당 기간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줄 알고 신청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면접 당일 '코드', 입사사번이 나왔더라. 이를 부당수급으로 누가 신고해서 올해 1월 고용노동부에 조사를 받으러 갔더니, 코드를 받은 날부터 취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2월에 행정처분을 받고 모두 해결했다. 하지만 대리점에서는 이를 가지고 계약해지의 요건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그럼 계약해지의 진짜 이유는 뭐라고 보나? 
노조 탄압이다. 계약서상엔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은 기사가 배송업무를 못 할 때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이를 이유로 해고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내가 조직확대 사업, 1인 시위 등 터미널 활동도 꾸준히 하는 등 노조활동을 하면서 대리점장의 눈 밖에 났다는 것 외에는 다른 배경이 없다. 그동안 대리점장은 CS(고객 만족도) 점수 가지고 재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압박도 심하게 가했다. 그래서 지난 3월 12일, 내가 지부장 선거 후보로 등록한 바로 그 날 카톡으로 해고통보를 하지 않았겠나?

- 택배연대노조는 거제4동 대리점이 "불법과 비리가 난무하는" 대리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맞다. 2018년에 대리점 소장이 계약서상 수수료율이 아니라 임의로 계산해 나와 동료기사의 수수료를 떼먹은 적이 있다. 당시 대리점 소장도 수수료 횡령을 인정하고 나는 6~7개월 동안 떼인 돈을 한 번에 다 받았고, 동료기사는 다달이 나눠 받기도 했다. 또한 대리점이 CJ대한통운과 전속계약을 하면 다른 회사와 계약을 못 하는데, 거제4동 대리점은 우체국택배 물량 수수료를 낮춰 불법적으로 배송한 적도  있다. 

- 현재 투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 
3월 12일에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뒤, 대리점과 원청인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투쟁해왔다. 4월 2일에는 CJ대한통운 중부산지사점으로부터 코드를 삭제하지 않겠다는 확답도 받았다. 이후 대리점이 통보한 해고 날짜인 4월 15일부터는 내 주차공간을 지키며 아침마다 현장 선전전, 결의대회 등을 진행하면서 배송도 계속하고 있다. 대리점장이 계약해지 통보를 철회할 때까지 투쟁할 계획이다. 

- 대리점은 4월 15일부로 계약을 해지했는데, 그 이후로 노동한 대가는 어떻게 받는 건가?
그것도 쟁점이 될 거다. 원래 매달 15일 임금을 받는다. CJ대한통운이 대리점에 택배기사가 일한 몫을 주고, 거기서 대리점이 수수료 명목으로 18%를 떼고 기사에게 주는 구조다. 그런데 해고일로부터 한달이 되는 날인 5월 15일 대리점이 임금을 줄지 안 줄지 모르겠다.

- 원청인 CJ대한통운은 어떤 입장인가? 
중간자적 입장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내 코드를 삭제하지 않는 이유는 선의라기보다는 택배연대노조가 힘이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이 코드를 없애면 CJ대한통운이 나를 해고하는 문제로 확대되니까. 그러면 CJ대한통운 대 택배연대노조 중앙과 전면전이 될 거다. 그러니까 원청은 코드라도 삭제하지 않고 갈등이 해결되길 기다리고 있는 거다. 

- 마지막으로 택배노동자에게 계약해지 통보는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다. 
택배하는 사람이 갑자기 다른 일을 하기는 어렵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다른 일자리도 구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기 때문에 퇴직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고용보험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뭐 없다.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거다. 배송 잘하고 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택배기사에게 나가라고 하면 진짜 '해고는 살인이다' 그 말이 딱 맞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