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아저씨,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경비아저씨,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5.11 17:46
  • 수정 2020.05.11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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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폭행에 극단적 선택한 경비노동자
아파트 주민들, 직접 분향소 마련해 추모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 아저씨!!!"

"아저씨 그동안 친절하게 잘대해 주시고 저희 아이도 친 손주처럼 예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좋은 곳에서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매일 반갑게 인사해주시고 우리 아이 안아주시던 모습이 어제 같습니다. 불미스런 일이 정의롭게 해결되길 입주민 모두 힘을 보태야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304호" 

"아저씨, 우리 가족과 우리 강아지 예뻐해주시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요.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고 안 믿겨요. 부디 좋은곳에 계세요."

"3동에 사는 아기엄마예요.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소식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네요.. 얼마나 좋은분이셨을지 모든 분들이 마음 아파하시네요..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항상 밝은 미소로 인사해주시고, '날씨가 좋네유~' '좋은 하루 보내세유~'라며 친절하게 말씀해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택배 찾으러 갈 때도 늘 친절하셨죠. 이런 사건이 있는지 몰랐어요. 그렇게 선하시고 순수하신 분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저까지 억울하네요. 선생님 덕에 편히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편히 쉬시고, 다음 생이 있다면 당신과 같은 사람만 있는 곳에서 아프지 마시길... 보고 싶어요!"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10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 최 씨가 생전 일하던 경비초소에는 추모 분향소가 마련됐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10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 최 씨가 생전 일하던 경비초소에는 추모 분향소가 마련됐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1일 서울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는 포스트잇 40여 개가 바람에 흔들렸다. 이 아파트 입주민에게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10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50대 경비원 최 모씨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분향소엔 주민들이 직접 마련한 배, 전, 국화꽃, 향초 등이 놓여 있다. 

이사온 지 5개월밖에 안 됐다는 아파트 입주민 김 모씨(82)는 참외를 직접 가지고 내려와 고인의 죽음을 아파했다. 김 씨는 "아저씨가 너무 잘하는 거야. 내가 조금 뭐 들고 나오면 쫓아나오고 너무 친절했어. 이 아저씨는 정말 특별했다"며 고인을 회고했다. 이어 "내가 5개월 동안 정말 아저씨를 잊지 못해. 주민들 보면 배꼽인사하고, 버스정류장까지 청소를 하고 있고 나는 그런 분은 처음 봤어요. 그렇게 착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옆에 서 있던 주민은 "너무 착해서, 너무 착한 사람이라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며 가슴을 자꾸 쓸어내렸다. 

"오늘 7시 맞죠?" 분향소 앞을 지나가던 주민들은 서로 다시 만날 시간을 확인했다. 분향소엔 이날 저녁 7시 주민들이 마련한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주민들이 마련한 분향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포스트잇 40여 개가 흔들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주민들이 마련한 분향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포스트잇 40여 개가 흔들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고인이 일하던 책상이다. 책상 옆엔 접이식 침대가 놓여 있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고인이 일하던 책상이다. 책상 옆엔 접이식 침대가 놓여 있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책상 뒤로 바로 몸을 돌리면 화장실과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책상 뒤로 바로 몸을 돌리면 화장실과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참외를 직접 들고 와, 고인에게 막걸리 한잔을 따르던 어느 입주민은  "내가 이사온 지 얼마 안 되서 아는 얼굴이 얼마 없지만, 경비아저씨는 일을 잘하고 너무 친절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참외를 직접 들고 와, 고인에게 막걸리 한잔을 따르던 어느 입주민은 "내가 이사온 지 얼마 안 되서 아는 얼굴이 얼마 없지만, 경비아저씨는 일을 잘하고 너무 친절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도 나와 경비노동자를 추모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도 나와 경비노동자를 추모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