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간호사의 날, “간호인력 확충! 간호노동 존중!‘
국제간호사의 날, “간호인력 확충! 간호노동 존중!‘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5.12 15:51
  • 수정 2020.05.12 1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 최전선에 선 대한민국 간호사들의 나이팅게일 선언’ 발표
‘간호사의 헌신’ 뒤에는 ‘임신순번제’, ‘사직순번제’ 등 열악한 노동조건 있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2일 낮 10시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간호사에게 충분한 인력을! 간호노동에 존중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나는 나의 일생을 헌신하며 살며, 간호직무에 충실한 것을 국민 앞에 삼가 서약합니다. 환자에게 해로운 일은 무엇이나 하지 않겠으며, 최상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간호 사업을 향상하기 위해 내 전력을 다하겠으며, 직업을 통해 내게 알려진 모든 비밀을 굳게 지키며 양심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들과 협조하여 내가 맡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하여 이 몸을 바치겠습니다.”

5월 12일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나이팅게일 선서’가 울려 퍼졌다. 코로나19 대응 우수 국가로 한국이 꼽힐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한 몸 바쳐 일하는 간호사’의 헌신이 있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는 헌신과 자부심만으로는 간호사의 노동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소리 높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은 5월 12일 낮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간호사에게 충분한 인력을! 간호노동에 존중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국제 간호사의 날은 1972년 국제간호사협회(ICN·International Council of Nurses)가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을 기리기 위해 지정한 날이다. 5월 12일은 나이팅게일의 탄생일이기도 하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를 ‘세계 간호사의 해’로 지정한 바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최전선에 선 간호사들을 영웅으로 칭송하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간호사들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간호 노동자의 현실은 참혹하다”고 지적했다. 간호 노동의 중요성과 사회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간호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여태껏 홀대해왔다는 비판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크게 ▲열악한 간호사 노동실태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 간호사 문제를 지적했다. PA간호사는 ‘수술보조 간호사’라고도 불린다. PA간호사들은 병원현장에서 대리처방이나 상처봉합, 수술보조, 각종시술 등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이는 ‘의료법 위반’이다. 하지만 의사인력 부족 및 의료수요 과잉으로 현장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PA간호사가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천지수 건양대학교병원 간호사는 다음과 같이 간호 현장을 증언했다.

“저희의 근무시간은 8시간입니다. 8시간씩 3교대로 이뤄져 있습니다. 대학병원이지만 일할 사람이 부족해 최소 인력보다 부족한 인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1시간 전 출근은 당연한 것처럼 요구될 뿐더러 소위 ‘칼퇴’는 꿈도 못 꾸고 2~3시간 씩 남아서 근무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실질적으로 10~12시간가량 근무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부족한 인력과 과중한 근무로 초과근무는 필수처럼 여겨지지만 그에 따른 수당을 신청하는 것은 어이없게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임산부나 산후 1년은 근로기준법 위반된다며 초과근무를 시켜놓고 신청도 못하게 합니다. 오후 3시 반이 퇴근시간이지만 오후 4~5시에 퇴근하더라도 ‘너는 임산부니까 신청 안 되는 것 알고 있지’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혹여 임신 중 불이익을 당할까봐 임산부 간호사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서서 일하다보니 임신 중 조산이나 유산 경험하는 경우가 번번이 있습니다.”

발언 중인 천지수 간호사(중간)와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왼쪽).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우리 간호사들은 5년도 되지 않아 사직률이 80% 가까이 됩니다. 600명 넘는 간호사 중에 우리 병원 10년 근속자는 단 9명이었습니다. 그 중에도 교대 근무하는 간호사는 단 3명에 불구합니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 사직을 한다고 하면 이기적이라고 합니다. 남은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력이 부족하여 공짜노동과 장시간 노동에 나가 지쳐 떨어지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습니다.”

“병원의 책임을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한 간호사에게 전가합니다. 이것이 지금 간호 현장입니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장의 적정인력에 대한 논의와 적정인력을 유지할 강제성에 대한 논의입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간호사의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은 조명되지 않고 있다. 높은 이직률, 임신 순번제와 사직 순번제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폭언·폭력·성희롱·괴롭힘, 장시간 노동과 불규칙한 교대·야간근무, 그리고 의사·약사 업무까지 떠맡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불법의료로 인한 형사처벌이다. 오늘 우리 간호사들은 국제 간호사의날을 맞이해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간호사들의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을 본격적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한간호협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최전선 간호현장을 말한다” 감염병 대응 보건의료정책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공공의료 실태와 공공보건의료인력 확충의 필요성 ▲간호노동이 존중받기 위한 근로조건 개선 등의 과제 ▲간호법 등 간호정책 과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또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오후 5시 SNS를 통한 라이브 방송으로 ‘거리로 나온 간호사들’(모바일에서만 시청가능)이라는 온라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