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가장 심각한 문제는 포괄임금제”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가장 심각한 문제는 포괄임금제”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5.12 16:26
  • 수정 2020.05.12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미조직 노동자 1,000명에게 물었다
민주노총,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전태일법 제정 촉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30민 미만 사업장 노동자 1천 명 실태 및 작은 사업장 노동자 권리찾기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30민 미만 사업장 노동자 1천 명 실태 및 작은 사업장 노동자 권리찾기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명환)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미조직 노동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관련해 ‘포괄임금제’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1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30민 미만 사업장 노동자 1천 명 실태 및 작은 사업장 노동자 권리찾기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지난 4월 2일부터 4월 8일까지 6일간 전국 30인 미만 사업장 종사 미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조사로 이루어졌으며, 노동조건 전반 및 관련 정책과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실태조사에는 총 1,000명이 응답했다.

“일한 만큼 수당 받고 싶다”
23.1%, 가장 심각한 문제는 포괄임금제

실태조사 결과, 근로기준법과 관련한 내용 중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23.1%가 포괄임금제라고 답했다.

이어서 임금체불(18.4%), 연차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15.7%), 쉬운 해고(11.9%), 근로계약서 미작성 및 미교부(7.6%), 장시간 노동(7.3%), 임금 명세서 및 출퇴근 기록이 없어 임금 계산이 어려움(4.5%), 공휴일에 연차를 사용하게 하는 것(4.4%), 다쳤을 때 개인적으로 치료해야 함(4.0%), 충분한 안전보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음(3.1%) 순으로 응답이 이어졌다.

민주노총이 꼽은 노동자의 요구사항 10가지 중 가장 필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1순위와 2순위로 선택하도록 했더니, 1순위와 2순위를 합산해 40.9%가 “더 일하면 일한 만큼 수당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선택했다.

그 뒤로는 “부당해고 금지, 각종 수당, 연차휴가 적용 등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27.3%), “연차휴가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27.2%),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등 기본적인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19.1%),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쉽게 해고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15.1%), “포괄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13.2%) 등이 차지했다.

37.3%, “코로나19 이후 노동조건 하락됐다”

또한,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37.3%가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조건 하락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가 진행된 시기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던 4월 초로, 당시 민주노총은 상담소에 접수된 코로나19 피해 사례 분석을 통해 노동자 피해 양상이 ‘강제 연차사용-무급휴가 및 무급휴업-해고 및 권고사직’ 순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조건 하락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37.3%(373명)은 코로나19로 인해 ▲연차휴가 소진 ▲무급휴직 및 무급휴업 ▲연장근무 ▲임금삭감 ▲권고사직 ▲해고 ▲폐업 중 한 가지 이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회사 내·외부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재택근무가 18.9%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재택근무를 제외한 응답 중에는 연차휴가 소진이 17.3%로 가장 높았고, 무급휴직 및 무급휴업(15.7%), 연장근무(12.9%), 임금 삭감 및 반납(8.1%) 순으로 응답이 이어졌다. 이외에도 권고사직(7.1%), 해고(6.8%), 폐업(2.4%) 등 일자리를 잃는 경우는 16.3%를 차지했다.

이어서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을 1순위와 2순위로 선택하도록 했더니, 1순위와 2순위를 합산해 46.8%가 ‘경영악화로 회사가 문을 닫거나 장기간 무급휴업을 할까봐 두렵다’고 응답했다. ‘일감이 줄어거 임금이 삭감될 것 같다’는 36.5%, ‘직장에서 감염 예방을 위한 충분한 조치가 없어서 걱정이다’는 22.9%, ‘증상이 있어도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 걱정이다’는 21.1%, ‘갑자기 해고될까봐 두렵다’는 13.0%, ‘연장근무가 늘어서 건강을 헤칠 것 같다’는 4.5%로 집계됐다.

민주노총,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민주노총은 올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전사회적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민주노총은 ‘전태일 2법’을 올해 주요 사업계획으로 가져간다. 전태일 2법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던 전태일 열사 정신이 담긴 법안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근로기준법 11조 적용범위 개정)과 특수고용노동자, 간접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노조법 2조 정의 전면개정) 두 가지가 담겼다.

근로기준법 11조 적용범위 개정의 경우, 시행령 개정까지 포함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과 연계된 세제 혜택,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2일 열린 ‘코로나19 민주노총 기자 브리핑’에서 “올해 민주노총 주요 사업계획 중 하나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전태일 2법 내용에 추가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위원장 직권으로 발표해 2020년 민주노총이 반드시 쟁취해야 할 법적 과제로 천명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한국의 기업살인법으로 불리는 법안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기거나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해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기업 및 정부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7년 고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현재는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