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개선·숙련형 임금체계로 개편논의 시작해야
직무개선·숙련형 임금체계로 개편논의 시작해야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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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제조업 기업 임금체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연공급은 젊을 때는 회사에 대한 공헌도가 임금을 초과하고, 중년 이후에는 임금이 공헌도를 초과하여 장기적으로는 임금과 공헌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임금체계다.

이 제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인력의 연령 구조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생산현장의 고령화 현상은 이러한 연령 균형을 무너뜨려 고령,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재원을 고갈시킨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급속한 증가는 기업들이 연공급의 위기를 비정규 노동자에 의한 저임금ㆍ저연령층 노동력 대체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격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노동부의 매월노동통계조사에 따르면 500명 이상 기업 노동자의 2003년 월평균 임금은 304만 3천원으로, 전년비 11.9% 상승한 반면 10명∼499명 사이 기업은 206만원으로,전년비 8.0% 올라 500인 이상 기업 임금의 67.7% 수준에 그쳤다. 이같은 격차는 93년 이후 64.4%를 기록한 이래 10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일수록 연공급이 발달돼 있다. 중소영세기업은 외부 노동시장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경력에 따른 임금결정이 더 많은 편이다.

특히 자동차산업 등 원하청 관계가 발달된 업종에서 원청업체의 높은 임금 지불능력의 일부는 원하청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한 부가가치 때문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연공급과 고용안정이 양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력제조업은 구조조정, 해외투자, 고령화 등 고용안정을 위협하는 요소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3년 말 전체 제조업 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162만7천명으로 47.3%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757만8천명 중 67%인 510만명이 서비스판매노동자 1,787천명(84.4%), 기능원 135만1천명(70.1%), 단순노무직 196만명(87.5%)에 집중되어 있다.

이처럼 제조업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연공적 임금체계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부경대학교 경제학과 홍장표 교수는 “고임금화 추세와 고용의 유지가 함께 가기 위해서는 임금상승과 노동생산성이 비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전통적 연공급 체계에 대수술을 가했다.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경제성장의 속도가 둔화가 고임금, 고학력화,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인사적체 및 인건비 과중의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일본 기업들은 이 문제의 대안으로 연공중심의 사고와 직무중심의 사고를 절충한 직능자격 제도를 도입했다.

수당의 복잡한 구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임금구성은 기본급, 각종 수당, 상여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임금항목들이 총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기형적이라는 데 있다. 기본급 비중이 35%대에 머무는 반면 초과근로수당이 20%를 상회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그림 참조> 초과근로수당이 높은 것은 노동자들이 실제로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직된 임금체계가 고령화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제기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이미 등장해 직무급이나 직능급 등 다양한 형태의 임금체계 개편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종신고용형태가 거의 무너진 상황에서 연공급제가 기업별 임금격차를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기반하고 있는 직무급제도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직무급의 도입을 위해서는 직무설계를 새로 해야 하고, 그간 단순작업에 익숙해져 있던 노동자들이 새로운 직무를 익혀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노동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제기된다.

 

시급 개념이 강한 자동차업체 일각에서는 교대제 변경에 따른 월급제도 하나의 의견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연공급제조차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임금체계를 논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관론도 있다.

임금 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숙련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 연공급의 도입은 근속이 늘어날수록 작업조직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져 숙련도도 높아진다는 가정 하에 설계된 임금제도이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병직 박사는 “연공임금제도는 기업의 숙련전략의 소산이기 때문에 연공임금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숙련전략과 직무개선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