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긴급재난지원금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긴급재난지원금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5.16 00:00
  • 수정 2020.05.15 2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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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코로나19 #재난지원금 #기본소득 #40만원 #100만원 #플렉스 #생활비
지난 5월 11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주말은 내내 봄비가 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름을 향해 기지개 펴는 초록 잎들에게 큰 힘이 돼줄 것 같은 단비입니다. 우리 국민들에게도 지난 11일부터 고마운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요. 코로나19로 바짝 졸라맨 허리띠를 약간이나마 느슨하게 만들어줄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지자체에서 시행했던 지원과 달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게 특징인데요. 가구 수에 따라서 40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아직 신청을 안했다면 공인인증서 준비해서 여기로 고고! 18일부터는 은행 창구에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비록 세금이긴 하지만 뜻밖의 ‘수입’에 가슴 설레는 건 비단 저 혼자만은 아니겠지요? 어떻게 쓸까 고민이 많이 되기도 하는데요. 여러분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어떻게 쓰실 건가요? 현장에서 만난 활동가 분들에게도 여쭤봤습니다.

박슬기 보건의료노조 선전부장

긴급재난지원금 받으셨나요?

저요? 아하하하. 서울시에서 주는 지원금은 접수 확인돼서 받으러 가면 되고 정부에서 주는 건 오늘(12일) 신청했어요.

얼마나 지원 받으셨어요?

저는 언니랑 살고 있어요. 2인 가구여서 서울시 지원금은 30만 원 나왔죠. 정부에서 주는 긴급재난지원금은 60만 원. 합치면 90만 원이요. 부자 된 것 같네요. 하하하.

어디다 쓰실 예정이에요?

사실 어제 언니랑 이야기했어요. 아직 자세한 건 안 정했는데 하나는 저희 집이 되게 오래된 집이라서 열쇠로 열어야 하는 집이거든요. 그래서 이참에 안전을 위해서 도어락으로 바꾸자고 정했어요.

또 하나는 제가 고양이를 키우는데, 제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걸 고양이를 키우고 난 다음에 알았어요. 그래서 맨날 재채기하고 콧물 흘리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알레르기 케어 이불을 사려고요.

알레르기 케어 이불이요? 고양이털이 거기에 다 달라붙는 건가요?

보통 면에는 고양이털이 콕콕 달라붙는데 알레르기 케어 이불은 털도 안 붙고 향균기능도 있다고 해서 큰 결심했습니다. 나머지는 뭐 시장가서 쓰든가 해야겠죠?

플렉스(Flex, 큰 맘 먹고 하는 소비를 이르는 신조어) 하고 싶은 건 없었나요?

그 돈으로 무슨요. 하하. 딱히 없어요. 보니까 대형마트에서 못쓰고 지역에서만 써야 되고 그런 제약이 있어서 어떤 걸 사야 하는지 생각은 못했어요.

‘열일’하는 박슬기 보건의료노조 홍보선전부장. 5월 12일 국제간호사의 날 기자회견 현장이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그래도 지원금 받으시니 어떠셔요?

어떠냐고요? 아 지금 녹음하시는 거예요?!(당황) 하하하하. 제가 활동가라서 일반 회사보다 경제적으로 아주 넉넉한 건 아니지만, 노동조합이 갑자기 문을 닫거나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도 임금을 받고 일을 하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긴급재난지원금까지 받게 돼서 ‘내가 받아도 되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또 한편으로 국가로부터 제도적 도움말고도 현금으로 딱 완전 도움 되는 것을 받으니까. 확실히 나도 시민으로서 뭔가 챙김을 받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지산하 보건의료노조 선전홍보부장

어디다 쓰실 예정이세요?

담배 한 몇 보루 사두고, 쟁여놓지 않을까요? 하하. 음 아니면 어떻게든 그냥 구멍 난 재정을 메우지 않을까요?

재정에 구멍이 많으신 편인가요?

이번 주 금요일에 지출이 큰 게 잡혀있어서….

사생활이라 용처를 여쭤보기가 조금 그러네요

타투를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휴가도 썼습니다. 더 나이 먹으면 안 할 것 같아서요. 하하하하.
 

배선영 & 이다솜 녹색연합 상상공작소 활동가

어디다 쓰실 예정이세요?

배선영 : 딱히 계획은 없어요. 그냥 계속 쓰던 데 쓸 것 같은데요? 장보고, 커피 사먹고 자잘하게 나가는 돈들 있잖아요? 집세를 낼 수 있는 돈은 아니니까. 그리고 뭐 공과금도 못 내고, 전화요금도 못 내고, 백화점도 안 되고 대형마트도 안 되고요. 어쨌든 쓸 수 있는 용처가 한정적이어서 평소에 자잘자잘하게 나가는 돈을 그걸로 메울 수 있겠다 싶어요. 그래서 카드를 새로 신청했어요. 카드사 포인트가 중복으로 적용이 된다고 해서요. 예를 들어 제가 이번에 신청한 카드를 편의점에서 쓰면 20% 할인이 돼요. 4캔 1만 원 맥주를 사면 8천 원에 살 수 있는 거예요!

이다솜 : 저는 당장 필요하진 않는데 내 돈으로 사기에는 고민되는 것을 사려고요. 예쁜 나무조각 이런 거요. 하하하. 예쁘면서 쓸모도 좀 있는데, 당장 생필품은 아닌 거.

피로회복제 '글루콤'이 필요해 보이는 배선영 활동가 ⓒ 박효경 녹색연합 활동가 breadrose@greenkorea.org

배선영 : 저는 생필품에 집중해서 생각을 했는데, 저도 내 돈으로 사기 그런 물건이 하나 있기는 해요. 글루콤이라고 필수 아미노산이 농축된 약품이 있는데, 온누리약국에서만 팔아요. 엄청 작은 병에 들어있어요. 강남 고3 영양제로 알려져 있는데 먹는 수액으로 유명해요. 제가 좀 ‘비실이’어서요. 그런데 1병에 2,500원이고 1박스 15개에는 3만 원이에요. 좀 비싸죠? 그런데 효과가 좋아요. 피곤할 때 딱 마시면! 그걸 한 5박스 사면 쟁여놓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승용 화학노련 정책기획부장

어디다 쓰실 건가요?

아직 생각을 안 해봤는데요? 저희는 경기도에 사는 3인 가구라서 이미 30만 원을 받았어요. 그런데 성인이라고 해도 내 것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하하하. 부부가 같이 쓰는 거니까요. 아내에게 맡겼으니까 생활비로 썼겠죠?

3인 가구면 이번에 받는 지원금은 80만 원인가요?

경기도에서는 30% 정도 지원을 안 해요. 그래서 경기도는 60만 원 정도예요.

그래도 적은 액수가 아니니 어떻게 쓰자고 주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결혼 해보세요. 주장할 수 있나! 하하하. 결혼하면 그런 주장 안 할 거예요. 어차피 생활비에 쓰는 거잖아요? 어차피 자잘하게 쓸 수 있긴 한데 학원비가 목돈이 들어가니까요. 저희 집은 학원비로 쓰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딘가에 쓰겠죠.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유래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소소한 즐거움은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 언박싱을 준비하면서 유난히 많은 웃음소리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팍팍한 삶에서 조금이나마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한 것. 긴급재난지원금의 가장 큰 의의가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기분 내러 갈 준비가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