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세계 경제를 위기로 감염시키다
코로나19, 세계 경제를 위기로 감염시키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5.19 00:00
  • 수정 2020.05.1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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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급 동시 붕괴’와 ‘초세계화’가 경제 위기 규모 키워
경제 위기는 노동의 위기로, 기업은 살고 노동자는 죽을까?

[리포트] 코로나19發 세계 경제 위기, 대한민국도 역시나

V, L, U, I.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 전망을 표현한 문자다. ‘V자’는 세계 경기가 짧은 시간 동안 급락 후 바로 반등한다는 것이다. ‘U자’는 경기 침체가 길게 이어졌다 회복세를 보인다고 전망하는 것이다. ‘L자’는 세계 경기가 급락한 후 장기침체로 가는 것이다. ‘I자’는 세계 경기가 계속 바닥을 갱신하며 수직 하락한다는 최악의 상황을 뜻한다. 앞으로 다가올 세계 경기에 대한 전망은 ‘V, L, U, I 등’의 형태로 다양하다. 그만큼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이 불확실해 전망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을 말해준다.

다만, 확실히 전망할 수 있는 것은 ‘세계 경제 위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뉴노멀(New Normal), 저성장 시대라는 세계적 기조를 넘어 마이너스 성장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4월 27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loomberg Intelligence)의 ‘글로벌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2020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4.0%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 –7.2%로 역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3.0%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G20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5%로,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Poor's)는 –0.6%로 전망했다.

‘겪어보지 못한’, 다른 차원의 경제 붕괴

세계 경제 석학들이 이번 코로나19發 경제위기를 예측하며 사용하는 공통적인 수식어가 있다. ‘겪어보지 못한’이다. 이전에 세계가 겪었던 경제위기와는 다른 원인이 코로나19發 경제위기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수요와 공급에 동시 충격을 주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해결했던 전통적인 재정·통화 정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 분석한다. 또한 세계화는 더욱 급격하게 이뤄져 세계 각국은 아주 촘촘히 놓인 도미노처럼 연결돼 있다. 그 도미노의 세계에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도로 커졌다.

① ‘수요’뿐 아니라 ‘공급’도 붕괴
2001~2003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였던 케네스 로고프(Kenneth S. Rogoff) 하버드대 교수는 “과거의 금융위기는 민간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수요’ 충격이었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2015년까지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올리비에 블랑샤르(Olivier Jean Blanchard) 피터슨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은 ‘공급’ 충격이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한다고 기업이 격리된 직원들을 데려올 수 없고, 물건을 만들기 위한 부품을 조달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 붕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공장은 문을 닫고 가동을 멈췄으며, 사람은 일터에서 노동하지 못했다. 또한 사람들은 집 밖에서 소비하지 않았다. 공급도 수요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것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 국가 안의 전염이 아니라 세계로 퍼져나가 세계적 차원에서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붕괴하고 있다.

② 세계 경제의 ‘BIG파이’ 중국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이다. 세계의 많은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고 있는 공간이다.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발생한 국가로 코로나19發 경제위기 역시 가장 먼저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타격은 곧바로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간다. 그 심각성은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몇 가지 비중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한 2003년 당시 세계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였는데, 2019년 기준 16.3%로 4배가량 커졌다. 사스와 비교하는 것은 코로나19와 같이 호흡기증후군의 세계적 유행이었고, 다소 회복 속도는 빨랐지만 경제 침체가 존재했었던 만큼 시기적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 상품교역량에서도 중국의 상품교역 비중이 2003년 기준 5%에서 2018년 기준 10%대로 2배가량 늘었다. 전 세계의 상품과 서비스 소비량 가운데 중국이 생산한 부가가치의 비중은 3.8%에서 2015년 기준 11.3%로 늘었다. 산업별로 보면 중국이 차지하는 크기는 확연하게 커진다.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2003년 22.9%에서 51.1%, 자동차 생산량은 2003년 7.3%에서 29.2%로 늘었다. 모두 2018년 기준이다. 글로벌 원유 소비량에서 중국 소비 비율은 같은 기간 7.3%에서 13.5%로 늘었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완벽한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대유행이 또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존재한다. 또한 중국 이외 유럽, 미국 등의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고 있어 중국으로의 코로나19 역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합해봤을 때 세계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수요-공급 모두 붕괴’와 ‘세계 경제 BIG파이 중국의 경제 위기’는 다른 차원의 코로나19發 세계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전 세계가 너무나도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초’세계화는 다른 나라의 위기 = 내 나라의 위기라는 방정식을 성립시켰다. 지구는 너무 세계화 돼 있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역설적으로 설명해주기도 한다. 세계가 이렇게까지 연결되지 않았으면 코로나19가 이처럼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사회학자들은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역시 초세계화 돼 있고 특히나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는 높다.

세계 속 대한민국,
코로나19發 경제 위기 여파는?

대외경제연구원의 중국 중간재 수출 의존도를 보면 의존 순서는 미국-한국-일본-독일-대만-베트남 순이다. 분야별 의존도를 통해 세부적으로 파악하면 1차 금속 산업 중간재 의존도 1위, 전자제품이나 화학 중간재 의존도는 2위, 기계와 자동차 운송산업 중간재는 3위, 섬유의류 중간재는 4위이다. 중간재 의존도 1위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나라이다. 결국 중국의 경제 사정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 사정은 크게 요동친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중국과 연관성이 강한 기업일수록 코로나19가 기업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응답했다. 설문은 금융사를 제외하고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152개 기업이 응답했다. 코로나19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62%였고 중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로만 따지면 그 비율이 84%로 올라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제 연구단체 및 기관들에서 한국 경제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26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3%로 전망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0.9%,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해 연간 0.3%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 분석한 것이다. 2019년 국내·외 유수의 기관이 전망했던 대한민국 2020년 경제성장률 2%대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집행한다는 점을 고려해 연간 플러스 성장을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달리 다른 국내·외 기관은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1.2%,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0.6%, 한국경제연구원은 –2.3%를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23일 발표한 1분기 성장률(속보치)은 –1.4%였다.

대한민국 각 산업,
코로나19 위기 여파 드러나

지난 3월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3.5%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3.8%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으로 좁히면 전월 대비 4.1% 감소했다. 제조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자동차 생산은 27.8%나 감소했고, 기계장비도 5.9%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산업 중 비중이 큰 서비스업 생산 역시 감소했다.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인 3.5% 감소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숙박업, 여행업, 항공여객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해외에 생산 공장을 구축한 국내 기업들의 셧다운도 이어지고 있다. 3월말 기준 삼성전자는 휴대폰, TV,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과 또 다른 휴대폰 생산 공장인 브라질 캄피나스 공장에 셧다운을 내렸다. LG전자 미국 현지 세탁기 공장도 2주 동안 가동을 중단한다. 현대자동차도 러시아와 터키의 생산 공장이 조업을 중단한다. 현대자동차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해외 생산기지 대부분이 사실상 모두 셧다운 상태다. 포스코의 글로벌 철강 생산망도 위험하다. 인도, 유럽, 동남아에 위치한 일부 생산 라인이 가동을 중지했다. 국내 정유 기업의 손실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에쓰오일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은 1조 73억 원이다. 1976년 창사 이래 최대 적자다. 정유 부문의 영업손실만 1조 1,900억 원에 달한다. 에쓰오일은 “유가 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 관련 손실과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제트유(항공유),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정제마진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점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손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와 산업의 위기,
언제나 노동의 위기로 번졌다

경제와 산업의 위기는 결국 노동의 위기로 번진다. 노동의 위기는 노동‘자’, 사람의 위기다. 1997년 외환위기는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를 우리 사회에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국가는 기업에 돈을 부었다. 기업은 다시 살고 시민은 시들었다. 2011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로 시작해 전 세계로 ○○을 점령하라는 구호는 들불처럼 퍼졌다. 이는 경제의 위기가 노동의 위기로 번지고, 결과적으로 경제 위기가 회복될 쯤 기업은 살고 노동자는 죽는다는 엄혹한 현실을 보여줬다.

이번 코로나19發 세계 경제 위기로 노동의 위기가 예측되고 있다. 단적으로 ILO는 세계에서 최대 2,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 불길한 전망을 전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실업률은 ILO의 전망을 증명이라도 하듯 증가하고 있다. 증가하는 실업뿐 아니라 냉랭한 취업시장의 분위기로도 노동의 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올해 신입 채용계획이 2/3가량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규모는 44%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發 경제위기가 기정사실이라면 노동의 위기도 기정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는 불가역적으로 다를 것이라 말한다. 불가역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말에는 코로나가 일상을 상당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뜻만 포함돼서는 안 된다. 노동의 위기가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된다면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는 일하는 시민들에게 결코 다른 세상이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