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구현한 스마트오피스, 미래를 앞당기다
SK텔레콤이 구현한 스마트오피스, 미래를 앞당기다
  • 박완순 기자,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5.18 00:00
  • 수정 2020.05.18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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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상황을 이끄는 스마트오피스
노동의 인간화·생산성 향상·동반성장 세 마리 토끼 잡다

커버스토리 ➍ 스마트오피스 사례 탐방

코로나19의 확산은 국내 기업들의 일하는 환경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무실로 출근해서 동료들과 부대끼며 회의하고 근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인식됐다. 그리고 그것이 업무의 높은 효율을 보증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은 이런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혹시라도 다수가 밀집해 근무하는 장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기업에 미칠 영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던 시기에 SK텔레콤이나 포스코, 아모레퍼시픽 등 다수의 기업들이 ‘언택트(untact)’ 방식, 곧 비대면 방식의 근무를 시행했다. 다수의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시행했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스마트오피스’를 활용해 밀집도를 낮추고 분산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SK텔레콤은 스마트오피스를 활용한 대표적이 기업이다.

SKT 제공 자료
SKT 제공 자료

공유오피스, 자율성을 보장하다

기존에 3,000여 명이 넘는 SK텔레콤 구성원들은 서울 을지로에 있는 T타워로 출근해 근무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SK텔레콤은 수도권 지역에서 서대문과 종로, 판교, 분당에 ‘거점오피스’를 마련했다. 이제 SK텔레콤 구성원들은 평상시에는 재택근무를 하다가 중요한 회의가 있거나 할 때는 T타워가 아닌 가까운 거점오피스에 가서 화상회의를 하고 퇴근할 수 있게 됐다. 본사로 출근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SK텔레콤이 거점오피스를 마련한 것은 재택근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재택근무를 하면 아무래도 업무몰입도가 떨어지거나 협업해야 하는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대한 비대면을 유지하면서도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할 방안으로 거점오피스를 마련한 것이다.

SK텔레콤이 거점오피스를 추진한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실제로는 잘 안 바뀌었다”면서 “20년 전부터 계속 오피스가 정체되고 있었던 것”이라고 당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비대면 업무가 강조되고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도입이 앞당겨진 것이다.

SK텔레콤은 자리나 공간이 고정적이지 않고 섞이면서 혁신이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통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는 책상을 치우는 것은 회사를 나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과감하게 지정좌석을 없애고 공유좌석제를 도입했다. 스마트오피스는 스마트워크가 발현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공유좌석제를 기반으로 한 공유오피스를 통해 SK텔레콤은 자율성을 찾았다.

이제 구성원들은 스스로 일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기획서를 작성해야 한다면 집중력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자리를 선택하고, 협업이 필요한 업무를 위해서는 같이 이야기하면서 의견을 나누기 편한 자리를 선택하는 식이다. 또 업무 특성에 따라서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재택근무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있는가 하면, 개발자와 같이 관련 장비가 없으면 업무 진행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처럼 업무에 따라 서로 다른 근무환경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일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업무만족도를 높이고 자존감을 높인다”면서 “모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성이 창의력과 생산성을 10배까지 높인다고 하는데 검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율성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공유오피스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기책상이 없다는 것을 회사에서 나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던 기업문화가 팽배해 있던 당시 분위기에서 구성원들의 반발이 컸다. 자기책상에 가족사진을 두거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꾸며 정서적 안정감을 얻었던 구성원에게 어느 날 갑자기 자기책상이 빠진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공유오피스를 시행하는 데 있어서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던 이유는 바로 구성원 설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SK텔레콤은 단순히 공간 변화를 통한 사무환경이나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았다. ICT(정보통신기술)를 통해 사물과 사람을 연결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런 고민의 결과 패스트파이브나 위워크 같은 새로운 사업모델로 연결되기도 했다.

로봇바리스타. 스마트오피스에서는 직원들이 커피를 사러 외부로 나갈 필요가 없다. 업무 집중도를 최대로 늘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로봇바리스타. 스마트오피스에서는 직원들이 커피를 사러 외부로 나갈 필요가 없다. 업무 집중도를 최대로 늘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구성원의 업무 몰입을 유도하다

SK텔레콤이 이 같은 공유오피스를 구현할 수 있었던 데에는 SK텔레콤이 보유한 정보통신기술이 크게 작용했다. SK텔레콤은 5세대(5G) 통신 기술은 물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보안 솔루션 등 각종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첨단기술이 공유오피스 구현에 집약돼 있는 것이다.

거점오피스에도 이 같은 기술이 적용돼 어떤 업무든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출입증이나 지문인식 없이도 얼굴인식 시스템을 통해 출입할 수 있고 보안도 강화됐다. 사전에 좌석예약시스템을 활용해 업무에 필요한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다. 노트북 없이도 스마트폰을 통해 업무환경을 불러올 수 있는 모바일 워크스테이션도 구축돼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로봇바리스타를 도입했다. 이렇게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는 데에는 늦게까지 남아 오래 일하지 말고 짧은 시간에 몰입해서 일하고 빨리 퇴근하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SK텔레콤의 고민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일하는 구성원들에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하는 데까지 미쳤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업무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근무환경이 필요한데, 그에 따라 공간을 나눴을 뿐만 아니라 층별로 업무 영역을 달리해 각각의 업무에 최적화된 환경을 꾸민 것이다. 예를 들어 영업직군의 경우 외부와 전화 통화나 소통이 많고 자주 이동해야 하는 업무 특성에 맞춰 업무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원목느낌의 디자인으로 구성했다. 또 창의력이 중요한 사업개발직군이 사용할 업무공간은 여러 기업과 기관을 벤치마킹해 창의력에 도움이 되는 오렌지색으로 장식했다.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개발직군에 대해서는 회색과 청색을 써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여기에 구성원들이 업무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예컨대 모니터 암(monitor arm)을 설치해 모니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모니터 높이 때문에 허리나 척추에 영향이 가는 것도 최소화하도록 했다. 회의실 센서를 통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체크해 일정 농도 이상이면 근무자에게 휴식을 권하는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또 구성원의 프라이버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집된 동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간을 구성하는가 하면, 식당이나 피트니스센터도 갖추고 있다.

이러다 보니 처음에는 아무도 안 들어오려고 할 정도였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만족도가 90%를 훌쩍 넘긴다. 일반적으로 공유오피스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다 해도 8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SK텔레콤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항목이 직접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솔루션, 세 번째는 다양한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내부망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종이에 출력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그에 따른 만족도도 높다.

만족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점도 있다. 대표적인 게 프라이버시와 소음이다. 기존의 사무공간은 한 공간에 모여 대면 방식의 근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자기책상은 개인의 공간이었다. 그에 비해 공유오피스는 지정된 자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니 자기책상, 따라서 개인의 공간이 허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층별로 구분돼 있다고는 하지만 같은 층에서는 옆자리에서 하는 이야기가 장애물 없이 들리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소음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SK텔레콤은 사운드마스킹(인공음향을 이용해 소음을 제어하는 제품)을 설치해서 소음을 줄인다든지, 스마트글라스(평소에는 평범한 투명유리벽이지만 작동시키면 다양한 영상을 내보내거나 뿌옇게 흐려지는 등의 효과를 통해 안팎을 차단하는 전광유리)를 설치해 회의실에서는 회의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숙해야만 몰입하는 구성원들을 위해서는 협업하는 공간일지라도 조용한 공간을 따로 구분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일하는 문화 자체에도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보고를 비대면 방식으로 하거나 모여서 하는 회의를 줄이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연결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벤처기업과 동반성장 이루다

SK텔레콤이 추진하는 거점오피스는 정부가 추진하는 비대면 산업 육성에도 부합한다. 정부는 코로나 이후 비대면 방식이 일상화될 것으로 보고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 구현하고 있는 공유오피스를 통한 거점오피스 전략은 정부의 비대면 산업 육성 계획은 물론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한 걸음 앞서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의 사례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지점은 벤처기업과의 협업이다. 예를 들면 안마의자에 앉으면 심박이나 호흡, 맥박을 체크해 이용자가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든지 스마트글라스 설치, 좌석 예약 시스템 등을 모두 벤처기업에 맡겨 구현했다는 점이다. SK텔레콤과 협업해 공유오피스를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탠 벤처기업들의 매출이 서너 배씩 늘어날 만큼 대-중소기업 간 상생과 동반성장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의 공유오피스 구현은 그동안 영화 속에서 미래의 사무실 모습으로 상상해 왔던 것을 현실화 시킨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거점오피스 전략의 성과와 노하우, 적용 기술은 다른 기업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이면서 동시에 효율적인 업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러한 스마트오피스의 구현은 노동의 인간화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