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고용보험? 주얼리노동자 사각지대부터 해소하라!
전국민고용보험? 주얼리노동자 사각지대부터 해소하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5.15 18:05
  • 수정 2020.05.15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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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가입대상’ 서울 종로‧중구 주얼리노동자, 10명 중 8명 고용보험 가입 안 돼
포괄임금제 + 코로나19 ‘임금삭감 고착화’ 우려 … 근로감독 절실
5월 15일 낮 11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진행된 ‘주얼리노동자 대책 촉구’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주얼리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과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금속노조 서울지부는 15일 낮 11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살 수가 없다! 주얼리노동자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18년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중구 귀금속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비중은 사업체 기준 16.1%(3,271개 중 529개), 종사자 기준 24.2%(7,635명 중 1,849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이 고용보험 미가입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얼리노동자들은 엄연한 고용보험 의무가입대상이다.

근로기준법 바깥에 남고 싶은 사장님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주얼리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미미한 이유를 “첫 번째는 탈세, 두 번째는 5인 미만 사업장 유지”로 꼽았다.

탈세의 일환으로 노동자의 고용 규모를 축소 보고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책으로 중소규모 사업장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최대 90%까지 지급하고 있으나 주얼리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소속 노동자의 4대 보험 가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주얼리업계에서는 현금으로 월급을 주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 고용했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또한, 고용보험을 가입하게 해도 한 사업장에 최대 4명까지만 가입시킨다고도 지적했다.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해고제한(제31조), 퇴직금 지급(제34조), 근로시간 규정(제49조) 등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주장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을 적용 받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 주얼리노동자는 엄연히 ‘노동자’로서 일하지만, 4대 보험에 가입돼있지 않다는 이유로 마땅한 보호는 받지 못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다른 3대 보험까지 없다는 것”이라면서, “주얼리노동자들은 실직 시 실업급여를 못 받는 것은 물론 화학물질, 연마기계 등으로 다칠 위험이 존재하는 작업장에서 일하면서도 산재보험의 보호 역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를 기회로 여기는 사장님들

코로나19는 주얼리 업계에도 큰 충격을 가져다줬다. 주얼리업계 노사는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주 3~4일 근무와 그에 비례한 임금삭감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한 풀 꺾이면서 업황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도 불구하고, 주얼리업계 특유의 ‘포괄임금제’와 맞물려 후퇴한 노동조건을 고착화시키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정주 주얼리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집행위원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소비가 늘고 있다. 주얼리 업황도 조금씩 회복되는 편”이라면서, “IMF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난 것처럼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임금 삭감 유지하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코로나19로 수요가 떨어져 주 5일 근무를 주 3~4일로 조정했는데, 업황이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무일수 정상화는 하지 않고 밤 10~11시까지 연장근무를 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연장근무에 따른 수당은 ‘포괄임금제’라는 명목 아래 지급하지 않는다.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주얼리업계의 포괄임금제는 매우 희한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면서, “정확한 통상임금의 기준 없이 한달 월급 안에 기본급, 연장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등이 모두 포함돼 있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급여를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급여가 정해져 있고, 사후적으로 법 위반 사항이 없게끔 명목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어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주얼리 업계에 만연한 4대 보험 미가입 대책마련 ▲코로나19 관련 임금삭감과 변칙적 포괄임금제 적용 중단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주얼리 업종별 전담반 신설 ▲정례적인 주얼리 업종 노정대화 테이블 구성 등을 요구했다.

한편, 26일 민주노총 서울지부와 고용노동부서울지청장의 면담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주얼리 노동자가 처한 문제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