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국회의 문! 노동존중국회 개원할까?
열려라, 국회의 문! 노동존중국회 개원할까?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5.19 00:00
  • 수정 2020.05.18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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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구성
노동존중실천단이 총선 이전의 의제로 남지 않으려면...

[리포트] 노동존중실천단에게 노동존중이란

4월 15일, 21대 국회 구성을 위한 총선이 치러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의석 253곳 중 163곳의 의석을 석권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의석수까지 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의석 180석을 차지한 거대여당으로 발돋움했다.

이번 총선을 준비하던 지난 3월 10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명)과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통해 공동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공동선거대책위원회의 일환으로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존중실천단을 구성, 66명의 후보를 노동존중실천단 후보로 선정했다.

66명의 노동존중실천단 후보 중 51명이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았다. 국회에 입성한 51명의 노동존중실천단을 통해 21대 국회는 노동존중국회가 될 수 있을까? 노동존중실천단에게 노동존중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3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존중실천단 출정식을 가졌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지난 3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존중실천단 출정식을 가졌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노동존중실천단의 시작,
2017년 대선

이번 4.15총선에서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이 구성한 노동존중실천단의 시작은 2017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노총은 2017년 5월 1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조선아 한국노총 대외협력국장은 “2017년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문재인 당시 후보와 ‘대선승리 노동존중정책협약’을 체결했으나, 지난해 하순에 평가지수를 내봤더니 실제 이행된 것은 2개뿐이었다”며 “조합원들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었고, 지난 1월에 한국노총 임원 선거를 치르면서 당선된 김동명 지도부가 그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세게 하면서 정책협약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협약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표명하기도 했던 한국노총은 다시 더불어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조선아 국장은 “2월 10일, 더불어민주당에 정책질의서를 발송해 정책협약에 대한 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대선 당시 체결한 ‘대선승리 노동존중정책협약’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바와 이행 의지를 확인하려고 했다는 것이 조선아 국장의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답은 “최대한 당시의 정책협약을 이행하겠다”였다. 조선아 국장은 “답이 부족했다. 정책협약 이행을 위한 방안을 가져오라고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했다”며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 ‘원내교섭단체 이상의 노동존중실천단 운영’과 ‘의제별 상임위원회 협업구조’를 만들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정책 후퇴 저지 및 반노동정책 무력화 ▲노동존중 정책협약 이행과 노동존중사회 실현의 교두보 마련 ▲4·15총선 승리 실천단 구성 및 운영 등을 총선방침으로 의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3월 10일,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과의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거쳐 5개 업종별 위원회 구성과 ‘제21대 국회 노동부문 5대 비전·20대 공동약속’ 이행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존중실천단 출범을 확정 지었다.

한국노총에서는 허권 상임부위원장이 노동존중실천단 공동단장을 맡아 노동존중실천단을 이끌었다. 허권 부위원장은 “노동존중실천단 단장 허권은 개인 허권으로 노동존중실천단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한국노총이라는 조직이 참여하는 것이기에 한국노총이 원하는 성과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노동존중실천단은 노동이 직접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 노동이 직접 정치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노동존중이란

한국노총과 노동존중실천단을 함께 구성한 더불어민주당의 노동존중은 어떤 의미일까? 허권 상임부위원장과 함께 노동존중실천단의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히 상생을 강조했다.

“노동존중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또한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지향하는 가치다. 노동을 정치에서, 사회에서 비주류로 배제하고 소외시키기보다는 당사자들과의 합의와 연대로 ‘상생’하며 존중해야 한다.”

노동존중실천단으로 당선된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대체로 노동존중을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보장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힘없고 백은 없지만 억울한 꼴 당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 그 중심에 노동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용형태 등으로 노동의 가치를 차별하지 않고 사람이 땀 흘린 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보장하며,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노동존중사회의 핵심이다.” 

- 우원식 의원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평등한 기회를 갖고 공정한 룰 속에서 성공하는’ 사회가 된다면 이것이 곧 노동존중사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 김경협 의원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보장되는 것.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노동현장에서 인권과 평등 등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

- 윤관석 의원

“헌법에 명시된 노동의 가치에 대해 국회와 정부 및 사법부, 기업,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제공받고, 인권과 안전이 보장받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다.”

- 이학영 의원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 일하는 사람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 것을 말한다. 노조 할 권리를 비롯한 노동삼권 보장은 노동존중의 핵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는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고 일하는 사람의 땀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의 실현이다.”

- 김주영 당선인

“노동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노동의 온전한 가치를 차별 없이 노동자 모두가 받을 수 있는 환경과 사회, 문화 등의 일체가 노동존중이다.”

- 정태호 당선인

한국노총이 생각하는 노동존중은 모든 노동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 고용안정, 경제민주화 및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평등복지국가 실현과 함께 노동이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허권 상임부위원장은 이를 “한국사회의 노동권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 미치지 못한다”며 “그걸 한 단계씩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조선아 국장은 노동존중실천단 구성 과정에서 ‘노동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여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조선아 국장은 “더불어민주당 역시 노동계와 마찬가지로 노동존중을 똑같이 말한다.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 개별에 대한 존중을 노동존중으로 인지하고 있다”며 “노동계는 조직된 노동자를 노동이라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차이를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21대 국회에 입성하는
노동존중실천단이 해야 할 일은?

한국노총은 노동존중실천단의 의제가 총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원 구성 이후 분명한 실천과 이행을 담보해야 한다고 본다. 허권 상임부위원장은 “원 구성 이전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통해 분명하게 실천과 이행을 담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할 예정”이라며 “원 구성 이후에는 51명의 노동존중실천단을 중심으로 간담회나 회의체를 통해 ‘제21대 국회 노동부문 5대 비전·20대 공동약속’에 대한 설명과 노동계 현안 해결을 위한 구체적 고민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부문 업종별 위원회인 노동존중실천단 공공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병관 공공연맹 위원장은 노동존중실천단이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간 정책협약의 철저한 이행을 견인하고, 업종별 위원회 활동을 통해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의 공동성과이자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노동부문 5대 비전·20대 공동약속을 최우선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전 국민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다. 21대 국회가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 개원할 예정이기에 노동부문 5대 비전·20대 공동약속 중 고용안정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한국노총은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에 동의한다. 윤후덕 의원은 “노동문제는 국민 대다수의 삶과 직결돼 있는 문제”라며 “우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노동부문 5대 비전·20대 공동약속’으로 담아냈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장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노동자의 주체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과의 교류와 소통이 단절되지 않고 지속해서 진행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노동존중실천단에 요구되는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존중실천단으로 당선된 당선인들은 ‘노동기본권 보장’과 ‘포스트 코로나19’를 21대 국회의 주요한 노동 의제로 꼽았다. 2013년 5월부터 2016년까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우원식 의원은 “차별 없는 일터를 위해 생명,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중심으로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고용원칙 확립,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및 사회보험 적용 확대, 중대재해 등에 대한 사업주 처벌 강화, 보편적 국제규범에 맞는 노동기본권 보장 등이 21대 국회의 노동 의제”라고 꼽았다.

또, 대·중소기업 간 격차와 이중적 노동시장 구조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불법 하도급 근절, 위험의 외주화 근절 등 노동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고 차별 없는 일터 만들기 역시 시급한 해결과제로 손꼽기도 했다. 윤관석 의원과 김주영 당선인 역시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노동현장에서의 인권보호”, “노조 할 권리 보장과 정규직 고용원칙”을 각각 주요 노동 의제로 꼽았다. 김경협 의원은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노동시장 격차의 완화를 통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이학영 의원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생계를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21대 국회의 노동 의제라며 “단순히 숫자로서의 일자리가 아니라, 노동자의 인격이 존중받고 건강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태호 당선인 역시 “코로나 이후 다가올 경제적 위기로 인한 기업의 도산이나 노동자의 대규모 실업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일용직, 임시직 등 당장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는 계층의 여건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노동존중실천단이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한다. 성공과 실패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노동존중실천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동존중실천단으로 당선된 51명의 국회의원 당선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노총이 강조하는 것처럼 노동을 민원인이 아닌, 주체이자 동반자로 바라보는 시각을 견지할 때 그 위에서 노동존중국회의 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