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취재후기]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5.18 17:35
  • 수정 2020.05.18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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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노동자에게 위기일까? 기회일까? 이번 참여와혁신 5월호에서는 이 물음에 대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선언’으로 갈무리한 면이 없지 않아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지 상상하기가 여간 어려웠던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취재후기 시간을 맞아 코로나19가 ‘내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부터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이번 커버스토리 기획에는 박완순 기자(이하 ), 정다솜 기자(이하 ), 이동희 기자(이하 ), 손광모 기자(이하 )가 참여했다.

코로나19, 내 삶은 변했나?

: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의 변화 모습을 취재했다. 본격적인 후기에 앞서 먼저 우리 스스로 일하면서 겪은 변화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 일단 지역 취재가 최소화됐다. 이미 한 번 거제 특집도 엎어지지 않았나. 우리말고도 노동조합에서도 외부 일정을 엄청 조심하고 있다. 노동절에도 집회를 안 하거나 규모를 축소했다.

: 저는 반대로 ‘내 삶이 코로나19 때문에 바뀌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닿지가 않았다. 조심한다지만 솔직히 취재하러 다닐 곳 모두 다녔지 않나. 직업적 특수성 등 여러 측면에서 작용했겠지만 코로나로 변한 일상을 취재한다고 했는데 그런 점에서 괴리가 생기더라.

코로나로 일상이 변하지 않았다는 걸 단순하게 표현하면 ‘쉬지 않고 출근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동자들은 소득도 줄고 변화를 느꼈을 텐데, 반면에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은 노동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느낄까라는 의문도 든다.

: 이번 특집을 준비할 때 코로나19로 완전 생계절벽에 몰린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학습지노조 위원장은 원래도 조금 받았지만 이번 달 월급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하더라. 특고 노동자들은 대부분 처지가 어렵다. 방과 후 강사 노조 위원장도 3개월째 일이 없다고 했다. 수입이 0원이라고 하더라.

: 산업적 특수성이 작용하는 것 같다. 주변 사람의 변화는 체감하는데, 정작 내 삶에 있어서는 바뀐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 내 삶에 있어서는 원래 화장을 진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마스크 쓰고 더욱 격하게 안하게 됐다. (웃음) 그동안 쓰던 립스틱이나 액체 화장품이 다 굳었다. 실제로 립스틱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고 한다. 마스크가 강제적으로 꾸밈노동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해방시켜준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 코로나19가 격차를 다시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코로나19에도 우리는 그냥 평소처럼 다닌다. 가령 제조업으로 따지면 어디서 솔솔 가스 새는 냄새가 나는데 그대로 일하는 것과 비견될 수 있지 않겠나. 일하는 환경이 위험해졌는데 마스크 쓰고 일을 계속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심은 하지만.

: 그런데 코로나19가 엄청난 큰 변화를 가져온 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피부로 못 느꼈다 뿐이지 다솜 기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생계의 위협에 몰린 분들도 있다. 제가 출입하는 금속노조만 하더라도 정기대대가 미뤄지면서 해본 적 없는 모바일 대대를 치렀다. 또 코로나19로 사업계획 자체에 변화가 있었다. 각 사업장에서도 기업마다 차질을 빚은 것도 있다. 노사의 교섭 방식도 화상교섭 등 많이 변화했다. 생계위협까지 안 가더라도 수출타격 때문에 현대차, 기아차공장도 가동을 멈췄지 않았나.

: 그건 확실한 것 같다. 실제로 항공업은 정리해고 수순을 밟고 있다.

: 코로나19 대응력에서 노동자 간 차이가 컸다고 생각한다. 가령 SKT는 사무실 자체를 집 가까운 곳으로 거점오피스를 조성했지 않나. 그런 대기업이 있는 반면에 마스크 한 장 쓰고 계속 일해야 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지점은?

: 취재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나?

: 저는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를 만났다. 기술 변화로 인해서 노동이 겪을 것들을 미리 예상을 하고 갔었다. 그동안 노동체제는 노동배제적인 기술 도입이 이뤄졌다.

금융산업 같은 경우에는 예전부터 스마트뱅킹 등 신기술이 많이 도입돼서 위기감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사업장에서 위기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크게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더라. 물론 변화는 느끼고 있다. 오픈 뱅킹이라든지 인터넷 전문 은행의 등장 등으로 변화가 있다는 것을 구성원이 다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일자리를 잃을 거라는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서 디지털 직군으로 직무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고 바라보기도 하고, 파이가 더 커졌다고 생각하기도 하더라. 조금 갇혀서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어봤더니 명쾌했다. 옛날부터 이런 경험이 많았다고 하더라. 주판을 썼던 때부터 해서 ATM 도입까지 생각하면 그런 경험이 정말 많은 거다. 또 하나는 은행은 자동차 같이 해외 글로벌 회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경쟁을 하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대답도 기억이 난다. 예상과는 다른 취재원들의 답변이 인상 깊었다.

: 이 부분과 관련해서 생각나는 게 있다. 미처 기사에는 못 담았는데 최영기 교수 인터뷰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게 ‘2차 노동시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는 비전이 없다’는 것이었다. 2차 노동시장에서는 5년을 일하든 10년을 일하든 똑같은 돈을 받고 커리어 개발에 대한 고민이 없다. 이걸 국가든 누가 나서서 직무 개발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절 때 활동지원사 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장 조합원 한 분이 12년 동안 이 일을 하고 있는데 1년차랑 월급이 똑같다고 이야기하더라. 노동시장 구조 자체가 직업의 비전을 안 만들어준 것이다. 2차 노동시장에 있는 분들이 코로나19 대응 및 기술 변화에 대한 취약성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노동자가 위기에 대응하거나 변화에 힘 있게 요구하기 위해서는 직업 자체의 개발도 중요한 것 같다.

: 저는 분류하기 어려운 특수고용노동자를 취재했다. 코로나19로 특고 노동자들에 대한 목소리가 진짜 다급하게 터져 나왔지 않았나. 현재 특고 노동자는 IMF 이후부터 늘어나기 시작해서 전체 노동자의 8%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정부는 8% 노동자를 정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2020년 노동체제라고 하면 분류되지 않은 노동을 어떻게 구조 안으로 연착륙시킬 것인가가 과제인 것 같다. 그 연장선으로 전국민고용보험제도 논의가 등장하기도 했다.

취재 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생각한다. 코웨이 코디분에게 “사장님이든 노동자든 둘 중 어디에 속했으면 좋겠다. 사장님이면 대출 받을 수 있고, 노동자면 보호받을 수 있는데,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권오성 교수는 사회안전망을 이야기하기 전에 진짜 노동자인데 특고로 불리는 사람부터 제대로 분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오피스도 취재하지 않았나? 어땠나?

, : 스마트오피스 진짜 좋더라.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좋았나?

: 공간 활용을 잘하더라. 일단 제 입장에서는 짐을 안 가지고 다닌다는 게 가장 좋아 보였다. 핸드폰만 접속을 시켜두면 된다. 거의 다 무선이기도 하다. 요즘 가방 메고 오면 어깨랑 허리가 아픈데. (웃음) 이런 게 직장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 중 하나라고 본다. 스마트오피스에서는 노트북조차 필요 없다. 출장 갈 필요도 줄어든다. VR로 화상 회의하면 된다. 가보면 좋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 이어서 광모기자가 똑똑하게 일하기를 주제로 기사를 썼었다.

: 여태까지 효율적으로 일하기라고 생각하면 노동자를 뭘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스마일게이트에서는 뒤집어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하더라. 스마일게이트에서는 회사가 장시간 일을 시키면 패널티가 되는 식으로 임금 구조를 바꿔났다. 이렇게 하니까 사용자들이 야근을 안 시키게 되고, 노동자들도 야근을 안 해야 좋은 평가를 받으니까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 패널티라면 어떤 패널티인가?

: 가령 스마일게이트에서 예전처럼 일을 시켰으면 총 인건비의 40%가 늘어난다.

: 그렇게 하면서도 효율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장치가 있었나? 예를 들어 집중업무시간 줘서 업무 방해를 줄인다든지.

: 게임업계이다보니 여타 일반적인 사무실의 딱딱한 분위기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았다. 코로나19 때 재택근무도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다고 하더라. 선택적 근무시간제도 이미 하고 있었고, 옷차림에서 딱 드러나는 게 반바지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스마일 게이트에서는 마련돼 있었던 것 같다.

: 마지막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 완순 기자는 이번 계기를 통해서 의료공공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나?

: 강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보다는 되어야 한다는 당위가 더 강해졌다.

: 코로나19를 맞아서 보건의료노조에서 공공의료 강화정책을 짧은 시간에 탄탄하게 냈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이미 수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안이라고 하더라. 의료공공성 강화 필요성을 다들 알고 있었는데 안 했던 것이라고 본다.

: 알고 있지만 못했다고 보는 게 더 맞지 않겠나. 인터뷰하면서 왜 의료공공성 강화가 안 되느냐 물어봤는데 오래 전부터 민간병원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민간병원이 90%를 차지하고 있지 않나.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쉽게 무시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 정부가 공공의료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던 점이 있다. 공공의료의 필요성보다는 민간영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만 생각을 했다. 의료를 돈을 창출하는 공간으로만 생각했었던 것이다. 정부의 기조가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흐르지 않았다는 게 큰 요인이었다.

: 코로나19로 뜬금없이 원격의료가 핫해지지 않았나.

: 맞다. 노조에서 비판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코로나19 대책이기도 하지만 뉴딜 일자리 정책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비대면 진료를 가능하게 해서 원격의료산업을 부양하면 일자리 창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코로나19를 계기로 의료공공성이 강화가 아니라 원격의료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 의료공공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공공성’에 대해 크게 다루지 않는 것 같다. 공공성보다는 의료노동자들의 헌신에만 초점을 맞춘다. 의료 노동자의 과도한 노동을 생각하지 않고 공공성을 담보보다는 헌신으로 둔갑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