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설현장이 위험한가? 대한민국 건설현장이 위험한가?
[기고] 건설현장이 위험한가? 대한민국 건설현장이 위험한가?
  • 참여와혁신
  • 승인 2020.05.19 17:01
  • 수정 2020.05.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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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국가 건설업 산재사망율 부동의 1위 대한민국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건설노조 토목분과위원장)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건설노조 토목분과위원장)

최근 건설현장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조합원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건설현장이 위험한가? 아니면 유독 우리나라 건설현장이 위험한 건가?”라는 의문이다.

건설현장 다른 산업현장에 비해 더욱 위험한 것은 사실
건설현장 넘어 이제는 시민안전도 위협

같은 건설현장의 같은 공간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어제 있었던 안전 난간이 오늘은 없다가 내일은 다시 설치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같은 공간에서 수많은 전문건설업체 소속의 각 직종 노동자들이 수백 명, 수천 명이 함께 일을 해나간다. 최근에는 수십 미터 높이, 수십 톤 무게의 건설 장비를 이용한 작업이 많아져 옆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은 언제든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십 미터 높이의 항타기, 이동식 크레인, 타워크레인 등의 건설기계는 넘어지면 현장 내 건설노동자뿐만 아니라 인근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도 위협한다. 플랜트건설현장의 폭발 산재사고 및 물류·냉동창고 등의 화재 산재사고, 다리공사 현장의 붕괴 산재사고 등 또한 마찬가지로 건설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이렇듯 건설현장은 매일, 매시간 마다 위험요소가 변화하기에 누구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곳이며, 산재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의 10배, 싱가포르의 5배

그런데 이처럼 위험한 건설현장의 산재사고, 특히 사망사고의 경우 건설노동자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사망자수) 비교는 ‘한국 : 영국 = 1.65% : 0.16%’, ‘한국 : 싱가포르 = 1.65% : 0.31%’ 즉 영국의 건설현장에 비해 약 10.3배가량 높고 싱가포르에 비해서는 약 5.3배가량 높다. 같은 위험한 건설현장에서 유독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참고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10~12위 경제국가, 소위 ‘선진국’이다.

문재인 정부 취임 초기부터 산재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특히 건설업 산재사망사고 절반 줄이기에 총력을 다하겠다던 정부는 2020년 초 고용노동부 발표를 통해 2019년 건설업 산재사망자수를 2018년에 비해 57명 줄였다며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 줄 알았는데, 2019년 건설업 산재발생비율 오히려 늘어

그러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사망만인율은 도리어 0.07%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일종의 착시현상 또는 숫자의 기망에 다름 아니었다. 2018년과 2019년 건설업 종사자수는 각각 약 290만 명, 240만 명이었다. 건설경기 침체로 전체 건설업 종사자수가 50만 명 줄어듦으로 인해 사망자수가 57명 줄어들기는 했지만, 사망만인율은 오히려 0.07명이 늘어난 것이다.(재해자 비율은 0.12% 증가)

정부 특히 산업안전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를 질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대체 왜 유독 ‘대한민국 건설현장’의 산재사망사고는 정부의 여러 대책과 노력에도 전혀 줄지 않는 것인가?

원인진단 잘못! 실질적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이 근본원인!

단순히 사고가 발생한 형태를 중심으로 한 원인분석으로는 결단코 산재사망사고를 줄일 수 없다.

건설현장의 고질적 병폐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돼!

1. 건설현장 만악의 근원!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최저가하도급
‘발주-시공사-전문건설(-재하도급-재재하도급)-건설노동자’의 불법 중층적 재하도급과 최저가하도급으로 인해 실제 공사금액은 턱없이 깎여나가 10명이 해야 될 작업을 6~7명이, 경험이 풍부한 고기능인력 보다는 저임금의 노동자를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장시간 중노동으로 내몰고, 저가 부실 자재 사용 및 각종 안전시설 미조치, 유해·위험작업을 동시에 여러 업체가 진행함으로 인해 산업재해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안전을 총괄 책임지고 지휘해야 할 시공사(원청 건설사)의 안전지침이 제대로 전파·관리될 수 없는 구조를 가지며 저가하도급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는 시공사 관리자들은 전문건설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천천히 안전을 살피면서 작업하라고 말도 하지 못하고 못 본 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계속된 최저가 낙찰제의 폐단으로 인해 공공공사를 중심으로 ‘발주-시공사’간 종합심사낙찰제 등 낙찰방식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여전히 민간공사현장은 최저가낙찰 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며 실제 공사를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시공사-전문건설’간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없이 3~4차례에 이르는 유찰로 인해 공사금액을 10~20%이상 삭감해야 낙찰되는 시공사의 갑질 행태(애초에 시공사가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금액에 근사한 금액을 제시하는 업체가 나올때까지 계속 유찰)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전문건설사들은 줄어든 공사금액을 어디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보전하겠는가?

2. 발주·시공사의 공기단축으로 인한 무리한 공사 진행!
공기가 단축되는 것은 여러 형태가 존재하며 무리한 공기단축은 무리한 공사 진행을 야기함으로 인해 유해·위험작업의 동시작업, 야간 돌관작업·휴일작업 등 장시간노동, 안전시설 미설치 및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인해 산재사고가 발생한다.

① 발주(시행)의 문제
발주 단계에서 문제로 인해 착공이 지연되어 전체적으로 공사가 늦게 시작되면서 공기부족 해진다. 서비스업(호텔·마트·리조트 등 숙박업, 물류창고 등 유통업), 생산업(자동차 공장, 정유공장 등) 등 공사예정기간보다 준공을 빨리해서 조기개장 및 조기생산을 목적으로 공사를 재촉한다.

② 시공사의 문제
주민의 민원과 자재수급 차질 등으로 인해 공사차질을 빚는다. 이전 공정의 차질로 인해 후속 공정업체가 제때 공사를 시작하지 못함으로 인해 절대공기 부족하다. 전문건설업체간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며 산재사고 유발한다. 건설사의 부도, 임금체불, 중대재해 등으로 인한 공사 중지로 절대공기 부족하다.

3. 정부 행정력의 한계(감독·점검 인력 부족) 및 법·제도의 문제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공단, 국토교통부, 지자체 등 현장 점검중심의 안전관리감독 인력부족하다. 즉시 공사 중지명령, 즉시 시정조치 등 강력한 행정조치가 미비하다.

4. 안전관리비용보다 턱없이 낮은 벌금과 처벌, 하급자 중심의 처벌로 인한 기업 최고책임자의 책임성 부재

몇 천만 원, 몇 억 원의 안전시설 마련, 안전교육 실시, 천천히 안전하게 작업하기보다 빠른 공사 진행으로 인건비를 절약한다. 임시로 설치 후 해체해야 하는 안전시설을 미설치한다. 중대재해 발생 시 적은 과태료와 벌금이 부과된다. 법인과 대표이사(최고 경영자)가 아닌 현장 하급관리자 중심의 낮은 처벌받는다.

5. 발주·시공사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및 사법부의 감형기준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주로 행위자 중심이다. 실제 기업의 이익과 주요결정을 하는 기업 최고책임자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가 일어난다. 유족과의 보상합의, 유족의 탄원서(건설사가 보상합의를 조건으로 유족에게 탄원서 강요로 어쩔 수 없이 건설사에 대한 탄원서 작성) 등을 이유로 감형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구조적 원인이 다른 나라 건설현장이 아닌 대한민국 건설현장에서 매년 산재사망사고가 5배, 10배가 넘게 발생되는 이유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산업안전보건법상 하한형 도입!

건설현장 산재사고 발생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할 노력 없이 아무리 사고유형을 분석하고, 일체형(시스템)비계를 설치한다고 후진국형 재래형 추락·낙하(떨어짐) 산재사고가 줄어들까? 사고의 원인을 건설노동자의 안전불감증과 실수 행위로 인식하고 건설사 하급직원관리자들에 국한된 처벌만을 진행한들 화재·폭발 산재사고가 줄어들까?

많은 외국의 사례들처럼 산재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시공사 대표가, 발주(시행사) 대표의 구속 수십, 수백억 원의 벌금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만한 강력한 법률(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산업안전보건법 하한형 도입!)로만 끝없는 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목숨을 지키기 위한 법안 제·개정에 건설사의 입장(범죄자 양산! 기업활동 위축! 등)을 대변하는 정치인·정당 또한 퇴출시켜야 건설노동자가 살고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견출공의 이야기>

어느 견출공의 작업일기를 가상해 보자.

계단 참에서 작업하는 C업체 견출공인 나는 1주일째 같은 방진마스크를 쓰고, 전동그라인더로 콘크리트 벽면을 다듬고 있지만, 바로 옆에서 작업하는 B업체 전기공은 그나마 방진마스크도 없이 천정 전기함 배선 작업을 한다.

미세한 콘크리트 가루가 B업체 전기공의 입과 코로 그대로 들어간다. 콘크리트 가루가 무슨 성분인지 인체에 무슨 유해한 성분이 들어 있는지 B업체 전기공은 전혀 알지 못한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C업체 견출공인 나와 B업체 전기공은 서로 다른 곳에 가서 작업하라고 요구하며 주먹다짐까지 하며 싸운다. 오늘 나와 전기공이 작업지시를 받은 것은 바로 그곳이다.

내일은 그 계단 참 벽과 천정에 도장(페인트) 작업이 예정되어 있기에 무조건 오늘 중으로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C업체 관리자에게 연락하니 “저가로 하도급 받아서 적자다. 인건비도 안 나온다. 급하니 빨리빨리 일 끝내라”는 말만하고 전화를 끊는다.

미장조적방수 전문건설업체인 A업체 관리자라는 사람이 C업체 견출공인 나에게 다른 곳에 가서 작업하라고 하지만, C업체 소속인 나는 A업체 관리자가 누구인지 모른다. 나는 C업체 관리자의 작업지시를 받고 임금을 지급받는다. A업체는 15% 마진을 남기고, 미장(미장·견출·할석) 작업공정을 C업체에게 재하도급 주었단다.

이러는 사이 C업체 관리자도, B업체 관리자도, 시공사인 원청 관리자도 어느 누구도 작업공정을 정리해 주지도, B업체 전기공에게 방진마스크를 지급하지도 않는다. 나는 전기공에게 미안하지만 내가 맡은 업무를 묵묵히 할 수 밖에 없다.

작업이 끝나고 내려와 용변을 보는데, 원청 관리자가 C업체 관리자에게 “건축주(발주)가 백화점개장을 한 달 앞당길 수 있도록 야간작업이라도 하라고 하니, 내일부터 야간 돌관작업을 해서라도 5일내에 견출·미장작업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한다.

유해한 작업이 같은 공간에서 진행되어 소속이 다른 업체 노동자들끼리 주먹다짐까지 하지만, 작업공정을 정리해주는 관리자도,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도 주의도 없다. B업체 전기공은 개인보호구(방진마스크) 지급도 없다.

발주와 시공사가 같은 D그룹계열사인 대형 D백화점 신축현장은 준공이 한 달 앞당겨지고, 백화점은 조기개장을 통해 엄청난 영업이익을 남긴다.

25년 경력의 B업체소속 전기공은 호흡이 가빠져 대학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아 직업성 산재신청을 했지만, 직접적으로 콘크리트 비산먼지를 다루지 않는 직종이라는 이유로 산업재해 불승인을 받고 얼마 후 사망했다.

건설현장의 한 단편을 사고성 재해(추락, 감전 등)이 아닌 직업성 재해(소위 직업병)으로 가상해 보았다. 누구는 좀 과장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건설현장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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