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항공부품사 ‘고용 공황’…“특별고용지원업종에 포함하라”
사천 항공부품사 ‘고용 공황’…“특별고용지원업종에 포함하라”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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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항공사→항공기제작업체→항공부품사’로 일파만파
사천항공산단노동자연대, “항공부품업종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포함시켜야”
항공산단노동자연대(가칭)는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항공부품업을 포함시키기 위해 경남 사천시·진주시 시민들과 사천 사남 항공산업단지 노동자를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 금속노조 경남지부 아스트지회
항공산단노동자연대(가칭)는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항공부품업을 포함시키기 위해 경남 사천시·진주시 시민들과 사천 사남 항공산업단지 노동자를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 금속노조 경남지부 아스트지회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 위기에 항공부품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시작된 항공사의 위기는 항공기 제조업체의 위기로, 항공기 제조업체의 위기는 항공부품사의 위기로 이어졌다.

항공업계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표 항공산업단지가 위치한 경남 사천 항공부품사 노동자들은 ‘고용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미 중소·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권고사직, 희망퇴직, 무급휴직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휴직에 들어간 사업장은 노동조합이 있는 일부 소수 사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실업이 예고되자 사천 항공부품사 노동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사천항공산단노동자연대(가칭)는 “현재 많은 사업장이 작년 1/4분기 대비 매출액이 70% 급감했으며, 이 사태가 계속된다면 사천지역 항공부품사 노동자 약 1만 2,000명 중 5,000여 명이 길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순간에 일감 사라져…
‘아스트’, 오는 6월까지 휴직 들어가기로

“지금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한순간에 일감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공포 상황에 처했다’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안 그래도 어려웠던 상황에 코로나19까지 터져서….”

최진영 금속노조 아스트지회 지회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사천 항공산업단지에 몰아친 불황의 파고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진영 지회장은 “처음 겪는 일인 만큼 당황해하고 현실을 못 받아들이는 노동자들도 있었지만, 사실은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움을 느끼는 게 제일 크다”고 말했다.

경남 사천 사남공단에 위치한 항공부품사 ‘아스트(ASTK)’는 미국의 보잉, 스피릿 등 세계 항공기 제조업체에 부품을 직접 납품하는 기업으로, 아스트의 대표 생산 제품은 보잉의 주력 모델 B737 후방동체 핵심 부품인 ‘섹션 48(Section 48)’이다.

아스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격을 입었다.

앞서 아스트는 지난 2018년 10월(인도네시아 라이온 에어)과 2019년 3월(에티오피아 항공) 연달아 발생한 ‘보잉 737 맥스’ 항공기 추락사고로 인해 생산 차질을 겪은 바 있다. 미국 정부는 보잉에서 만든 동일한 기종에서 추락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해 3월부터 보잉 737 맥스 기종에 대한 운항 중단 명령을 내리고, 비행 안정성에 대한 국제적 합동 조사를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경고장치 비활성화, 기체 하강 과정 결함 등이 발견되자 보잉은 지난 2019년 12월 연내 737 맥스 운항 재개 공식 포기 및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이 같은 보잉의 위기는 보잉에 부품을 납품하는 아스트에게 고스란히 내려왔다. 다행히 지난 3월에는 737 맥스 항공기 생산 재개에 따라 중단됐던 부품 납품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들렸으나,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항공산업을 덮쳤다.

최진영 지회장은 “보잉 연쇄 추락사고로 인한 부품 납품 차질 여파가 사천 항공산단에 몰아치고 있는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며 “보잉뿐만 아니라 다른 항공기 제조업체에서도 셧다운에 들어가 물량이 끊긴 것은 물론, 이미 만들어놓은 제품도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자국의 셧다운 사태로 납품 물량을 받을 직원마저 없는 상황이니 당분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입장문을 부품사에 전달했다. 보잉 전미항공기계노조는 “자국(미국)의 사정이 나아지더라도 조업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니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버티고 추후 상황을 지켜보자”는 서한을 사천항공산단노동자연대에 전달했다.

아스트는 지난 4월부터 물량이 완전히 끊겼다. 아스트 노사는 지난 4월 말 특별단체교섭을 통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2개월 휴직에 합의했다. 단, 조업이 재개될 시에는 곧바로 복귀하기로 조건을 걸었다. 이에 따라 아스트에서는 전체 인원 중 필수 인력을 제외한 인원이 지난 5월 1일부터 휴직에 들어갔다.

아스트 노사는 이번 특별단체교섭에서 고용안정위원회 설치도 합의했다. 생산 재개 등 원청의 동향과 정보를 노사가 빠르게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다. 최진영 지회장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노사가 빠르게 소통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정보가 빨리 공유돼야 휴직에 들어간 노동자들도 큰 걱정 없이 휴직기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속노조 경남지부 아스트지회
ⓒ 금속노조 경남지부 아스트지회

“항공부품업종,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포함돼야”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고민은 남아 있다. 정부가 지급하는 중소기업 고용유지지원금은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확대 방안’의 후속조치로, 경영이 어려운 기업이 고용조정 대신 휴업·휴직하는 경우 오는 6월까지 휴업·휴직 수당의 90% 수준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시적 고용유지지원금은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될 수 없다는 게 항공부품사 노동자들의 목소리다.

또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사업주 선택에 달려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진영 지회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90% 외 나머지 10% 부담금조차도 사업주가 꺼려할 경우, 많은 노동자가 강제 무급휴직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에 정부 지원금만이라도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신청하여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천항공노동자연대는 항공부품업종도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일자리 위기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항공지상조업, 면세점업, 전시·국제회의업, 공항버스 등 4개 업종을 추가했다.

사천항공산단노동자연대는 “정부는 지난달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항공 관련 업종을 추가했지만 항공제조업 관련 업종은 제외됐다”며 “사천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항공부품산업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부품업종 역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진영 지회장은 “항공산업이 정상화되는 시점에 노동자들이 바로 작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이 사천지역에서 이탈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위기 상황 속 숙련된 노동자들이 항공부품업을 떠나게 된다면 그간의 기술 발전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그 결과는 항공부품업의 퇴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천항공산단노동자연대는 지난 14일부터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항공부품업종을 포함시키기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서명목표는 3,000명으로, 사천 항공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사천시·진주시 시민의 서명을 모아 오는 25일 경남도청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