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나 몰라라 하는 외국계 기업
직장 내 괴롭힘 나 몰라라 하는 외국계 기업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5.20 11:44
  • 수정 2020.05.20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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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 횡포에 정신과 진료까지 받는데… 인사담당자 안고 간다는 아디다스코리아
노조, 고용노동부에 진정 ... 아디다스 사측, “엄중하게 보고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 참여와혁신 포토DB

오는 7월 16일은 근로기준법 제6장의 2,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이 되는 날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인 문제로 공론화됐음에도 외국계 기업에서 여전히 직장 내에서 지위 혹은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의류 기업 아디다스코리아에 다니는 A씨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안장애로 1년 째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2년 째 지속되고 있는 인사담당자의 권력남용으로 인한 학대와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이 원인이라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지난 2018년 9월의 어느 금요일, 지하철을 이용해 퇴근 중이던 A씨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지 않은 업무에서 발생한 오류로 인사담당자의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인사담당자로부터 15분 동안 "A씨와 더 이상 같이 일하지 못하겠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지금 당장 답하라"는 내용의 고성을 들어야 했다. 결국 A씨는 퇴근 도중 지하철에서 내려 역사에서 주저앉아 울면서 일을 수습해야 했다.

지난해 2월, 성과점수가 예상보다 저조하다고 판단, A씨는 인사담당자를 찾았다. 자신을 찾아온 A씨에게 인사담당자는 "나를 주변직원들에게 어떻게 얘기하고 다니냐"고 묻더니 A씨의 긍정적인 답변에 "좋은 (성과)점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면서 성과점수를 상향 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해 A씨의 성과점수가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A씨는 인사담당자의 폭언, 협박, 감시, 모욕, 불공정한 업무 처리, 인사 원칙 위반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런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A씨뿐만 아니다. 아디다스코리아에서 근무하고 있는 10여 명의 노동자가 인사담당자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올해 초, 익명으로 아디다스글로벌 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2월에는 아디다스글로벌 측에서 일주일간 조사를 나오기도 했으나, 조사 결과를 개별적으로 공지하겠다던 아디다스글로벌은 피해자들에게 조사 결과를 공지하지 않았다. 결국 3월, 피해자들은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노총 섬유유통노련 아디다스코리아노동조합(위원장 이정훈, 이하 노조)은 조합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아디다스코리아 측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시점부터 노조가 나설 때까지 가해대상자로 지목된 인사담당자와 A씨를 비롯한 피해자들과의 분리는 없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자신들이 할 수 없으니 노조에서 아디다스아시아의 인사담당 사장과의 미팅을 통해 해결하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인사담당 사장과 미팅을 진행한 노조는 “인사담당자의 리더십의 문제이니 3개월간의 교육을 통해 고쳐쓰겠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결국 노조는 지난 4월 22일, 고용노동부를 찾아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접수했다. 지난 13일에는 진정을 접수한 피해당사자의 진정인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노조는 사측의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정훈 노조 위원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어느 누구에게 물어도 인사담당자의 폭언과 모욕, 인사 원칙을 위반한 업무 처리 등은 정도를 넘었다고 답한다”며 “10여 명의 피해자가 증언했음에도 인사담당자를 안고간다는 회사의 방침은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를 제기하고 4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가해대상자로 지목된 사람은 인사담당자로서 피해자들과 대면하고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독일 본사에 이 내용을 메일로 보냈으나, 본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사내 윤리강령에 어긋나는 문제다. 현재 한국 법률을 근거로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만 답했지 행동은 없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에 의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사용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피해자와 가해대상자를 분리해야 하지만, 피해자와 노조의 요청에도 피해자와 가해대상자의 분리가 전혀 없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가해대상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는 경우는 피해자를 해고하거나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에 한한다.

해당 사안에 대해 아디다스코리아 측은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대외비인 관계로 구체적으로 상황 설명이 어렵다”며 “아디다스는 여느 외국계 기업과 마찬가지로 서로 공정하고 존중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