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산재사망 전수조사해보니…창사 이후 46년간 ‘466명’
현대重 산재사망 전수조사해보니…창사 이후 46년간 ‘466명’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5.20 12:36
  • 수정 2020.05.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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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노조, “한국형 기업살인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돼야”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지부장 조경근)는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산재사망자를 전수조사한 결과, 1974년 현대중공업 창사 이후 올해 4월까지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가 총 466명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지부는 노동자들이 죽지 않는 조선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형 기업살인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자 살인중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사업주 구속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자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이번 전수조사를 위해 1974년부터 1991년까지는 회사 자료를 확인했으며, 1992년부터 2013년까지는 회사 자료와 노동조합 자료를 교차 검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2014년 이후로는 노동조합 자료를 모아 조사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 조선사 수치는 포함하지 않았다.

전수조사 결과, 현대중공업이 가동을 시작한 1974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550개월)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466명으로 확인됐다. 매달 0.85명의 산재사망자가 발생한 셈이다.

조사 결과를 시기별로 나눠서 살펴보면 가장 많은 산재사망자가 발생한 시기는 1970년대로 나타났다. 1970년대는 1974년 7월부터 집계해 집계 시기가 5년 6개월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37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1980년대 113명 ▲1990년대 87명 ▲2000년대 81명 ▲2010년대 44명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70년대에는 2주마다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라며 “70년대 한국 조선산업이 낮은 기술력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만으로 극복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으로 메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기별 조사 결과에서 1987년 노동조합 설립 이후 산재사망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점을 주목하며 “노동조합이 산재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990년대부터는 하청노동자의 산재사망이 별도로 집계됐으며, 과로사 및 산재질환 등도 집계에 포함됐다. 과로사 및 산재질환의 경우, 90년대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전에도 존재했으나 산업재해로 인식되지 못해 통계가 남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2000년대는 1990년대와 비슷한 사망자를 기록했지만, 정규직노동자의 산재사망은 감소하는 반면 하청노동자의 산재사망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 ‘위험의 외주화’로 불리는 원·하청 구조가 2000년대 한국 조선소에 확산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대 산재사망은 44명으로, 이전과 비교해 급감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는 조선업 현장의 안전이 크게 개선되어서가 아니라 2010년대가 한국 조선업의 불황기이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며 “한국 조선산업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급락한 뒤 10여 년간 불황의 늪을 지나면서 수주량 하락으로 작업량이 줄고 많은 하청노동자가 조선산업에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수조사에는 사망자만 집계됐기 때문에 가벼운 부상 및 장기치료, 노동자가 장애를 입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산재로 피해를 본 노동자의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경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조경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현대중공업지부는 “목숨을 걸고 출근해야 하는 조선소 노동자의 현실을 바꾸고, 산업재해가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형 기업살인법으로 불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와 법인에 안전을 무시하고 생명을 경시한 책임을 물어야만 노동자 연쇄 사망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기거나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해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기업 및 정부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안으로, ▲기업의 대표이사와 이사 등 경영책임자 처벌 ▲기업, 법인 처벌 ▲하한형 도입 및 형량 강화 ▲사업장이나 대중이용시설 등에 대해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거나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처벌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4년째 계류 중이다. 최근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산재사망 외에도 지난달 29일 이천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로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등 인재(人災)가 반복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5월 30일 개원하는 21대 국회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