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솜의 다솜] 직장 상사는 왜 비꼴까?
[정다솜의 다솜] 직장 상사는 왜 비꼴까?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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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사랑의 옛말. 자꾸 떠오르고 생각나는 사랑 같은 글을 쓰겠습니다.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정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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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밤새' 일하는 기자들이 있나 봅니다." 지난주, 단체 대화방에서 기자들의 퇴근보고가 소홀해졌음을 지적한 데스크의 말이었다. "퇴근보고에 신경 쓰라"는 말 대신 "밤새워 일하나 봐?" 같은 비꼬기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우선 적절한 답변이 떠오르기도 전에 기분이 상한다. 비꼬는 말은 공격이 아닌 척하는 언어 공격이며, 욕이 섞여 있지 않더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선 어쨌든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날 기자들은 대답 대신 침묵했다. 

실제로 늦은 밤, 주말에도 일하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불쾌감을 안고 퇴근하는 길, 문득 '비꼬기'는 대체 뭐길래 이런 위력을 발휘하며 비꼬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이성으로 사고를 옮겨 감정의 온도를 낮추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비꼬기의 시작은 '공격'이다. 비꼼(sarcasm)의 어근 'sarca'는 살(flesh)이라는 뜻으로 'to tear flesh like dogs' 개가 고기를 물어뜯는다는 데서 유래됐다. 즉, 비꼬기는 상대를 말로 공격한다는 의미다. 그럼 왜 상대를 굳이 꼬아서 공격하려는 걸까? 

기브스와 오브라이언(Gibbs and O'brien, 1991)은 '비꼬기'의 목적을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판하기 위해 ▲분노, 불쾌 같은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예의를 지키고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상대방을 놀리고, 기분 나쁘게 하기 위해 등으로 정리했다. 

여기에서 왜 일반 공격이 아닌 포장된 공격을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예의와 체면을 지키면서,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발화자 자신은 포장하면서도 상대를 공격하려는 목적을 달성하는 기술이 바로 '비꼬기'인 것이다. 이제 비꼬기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대응 방법을 익혀야 한다. 
   
참고할 자료는 충분했다. 2년 전쯤부터 서점에서 자주 눈에 띈 '대화의 기술'에 관한 책들이 많았다. 목차를 훑어보며 '비꼬기'에 관한 챕터가 마련된 <도대체 왜 그렇게 말해요?>(바바라 베르크한, 가나출판사)를 집어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바바라 베르크한이 제시한 다양한 비꼬기 대응 방법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우선 저자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불쾌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식이다. 

A : 요새 밤새워 일하는 기자들이 있나 봅니다.
B : 네,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상대에게 대놓고 물어봐 공격을 포장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우선 침묵하고 상대가 본심과 다르게 순간 말이 공격적으로 튀어나온 건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비꼬기'의 어원부터 빠져들어 대응 기술까지 공부하던 기자는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일터에서 상사의 비꼬기로 괴로운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던 첫 목적은 희미해지고, 기자의 상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선명해졌다. 데스크도 징하게 말 안 듣는 기자를 더 많이 참고 있으며, 게다가 이런 주제로 칼럼을 써도 쿨하게 승인해 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맞다. 이제야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있다) 

열심히 비꼬기에 대응하는 기술을 일러주던 책의 저자도 마지막에 말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자신도 "공격에 대응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경우가 있다"며 때로는 그냥 지나가게 둬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나쁜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주 잠시 스트레스 파장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갔을 뿐이다. (···) 나는 늘 이 방법을 연습한다. 일어난 일이 그대로 지나가도록 두자. 자기회의는 이제 그만! 상대방을 향한 혐오감도 넣어 두시라. 그저 그 일이 이제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라. 그리고 다시 심호흡한다." <도대체 왜 그렇게 말해요?> '4장. 은근히 비꼬는 저 말투, 정말 듣기 싫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