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오늘 청와대 앞의 목소리들
[포토] 오늘 청와대 앞의 목소리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5.20 18:20
  • 수정 2020.05.20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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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청와대 사랑채 앞 기자회견 현장

요즘 청와대 앞 기자회견 현장을 찾아다니다보면 말쑥하게 생긴 양복 입은 분들이 친근한 목소리로 ‘어디가세요?’라고 자주 묻는다. 확실히 지난해보다 여러 번 잡는 것 같다. ‘기자회견 가는데요?’라고 답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취재하러 가세요?’가 아니라 ‘기자회견 참석하러 가세요?’라고 먼저 묻는다. 기자처럼 생기지 않았나보다.

여하튼 청와대 앞마당 출입을 꼼꼼히 관리하는 걸 보아하니 총선 이후 청와대로 밀려오는 민원이 이만저만이 아니겠구나 애써 좋게 생각을 한다. 20일 청와대 앞에는 멀리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더 멀리 부산 지하철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찾아왔다. 또 청와대에서 곧바로 팽목항으로 떠날 예정인 시민들도 찾아왔다.

청와대를 향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의 염원들은 크다. 하지만 ‘선출직’ 공무원과 '과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멀리서 아침밥을 거르면서까지 이들이 청와대 앞을 찾아온 이유를 청와대의 선출직 공무원은 한 번 더 생각해주길 바란다. 피로해도 말이다.

20일 낮 11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진행된 '자회사 강요하는 부산교통공사 규탄! 정부 관리 감독 촉구'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청와대 앞 11시 '자회사 강요하는 부산교통공사 규탄! 정부 관리 감독 촉구' 기자회견에서 임은기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왜 우리가 아침밥도 못 먹고 서울까지 올라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만약 총선 전에 직접고용이 됐다면 부산에서 선거는 달라졌을 것이다.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시 운영을 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등을 돌렸다. 그래서 선거가 개판난 것이다. 취약계층과 함께 하지 않는 시정부는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길 바란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될 수 있게, 정부차원에서 감독관리 제대로 하길 요구한다. 비정규직, 정규직 관계 없이 전국의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20일 낮 12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진행된 "'별님과 함께' 청와대로 가는 길"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대통령직속특별수사단'을 꾸리기를 청와대에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27일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에 대한 국민청원 답변에 한 번 상처를 받은 상태였다.

"지난해 5월 27일 청와대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이유로 아직 독립적인 수사체계와 수사인력을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고 국민청원에 답했다. 이 답변은 문재인 대통령님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의무와 책임을 특별조사위원회에 전가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부담과 비난을 회피하려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만을 믿고 기다렸던 세월호참사 피해당사자들과 유가족들, 그리고 국민들은 청와대 답변을 통해 큰 좌절에 빠졌습니다."

20일 오후 2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노동자 살인중단,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제정, 현대중공업 사업주 구속수사 촉구 기자회견' 현장. 

현대중공업이 조선소를 가동한 1976년부터 올해 4월까지 46년이 흘렀다. 그동안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은 자그마치 466명이었다. 이 수치는 1990년 이전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완전하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실제로는 466명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달 한 명꼴로 귀중한 목숨이 사라진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용화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만 해도 벌써 네 사람이 일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그래서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감독관이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진에게 ‘회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의 안전의식은 높은데 아랫사람으로 내려갈수록 안전의식이 낮은 거 같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과연 제정신인가. 청와대가 현대중공업 특별근로감독을 나온 그 근로감독관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안전의식 정신감정을 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