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노조파괴 공작이 본질” 노동부 “자발적인 시정의 기회”
전교조 “노조파괴 공작이 본질” 노동부 “자발적인 시정의 기회”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5.21 10:31
  • 수정 2020.05.22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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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노조 통보, “노동부 재량행위” vs“법리를 따른 것”
노동조합 해산에 대한 행정심사 경계 목소리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린 20일 서초구 대법원 ⓒ 대법원 유튜브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린 20일 서초구 대법원 ⓒ 대법원 유튜브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20일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고용노동부 양측의 치열한 공방과 사안의 복잡성 등으로 예정시간보다 약 2시간이 넘어서야 공개변론이 끝났다.

전교조는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팩스 통보를 받고 법외노조가 됐다. 당시 노동부는 전교조의 규약 중 '부당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조항과 해직 교원 9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노동부는 규약 수정과 해직 교원을 노조에서 배제하라고 명령했다. 전교조는 노동부의 요구를 거부했고,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 지위를 잃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교조는 즉시 통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전교조는 3차례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재판에서는 모두 이겼지만, 본안 소송 1·2심에서 모두 패소한 상태다.

이날 공개변론은 판결을 가를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쟁점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위헌·위법성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및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1항은 '설립신고 이후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이 허용된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은 시정요구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노동조합에 대하여 법외노조임을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3년 노동부는 해당 시행령을 근거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모법인 노동조합법은 노조 설립 심사단계에서 설립신고서 반려를 규정하고 있을 뿐, 설립 후 존속하는 노조를 상대로 한 법외노조 통보 사유는 물론, 그 절차나 효과 등에 대해 직접적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를 시행령에 위임한다는 규정도 없다. 이에 따라 법률 근거 없이 시행령만으로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법적 논쟁이 있어왔다.

전교조 측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근거인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 제한해야 한다는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 그리고 입법부 이외의 국가기관이 법률을 제정하는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위헌·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신인수 변호사는 "행정주체가 행정권을 발동하려면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며 노동부가 "법률 근거가 없는 법외노조 통보로 노조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6만 조합원의 단결권을 제한했다"고 변론했다. 이어서 "(법외노조 통보는) 전교조의 권리를 제한하는 입법사항임에도 불구, 노조법 96개 조항 어디에도 (시정요구)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으며, 모법의 위임 없이 입법사항을 함부로 행정권한이 행사했다는 점에서도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 측은 시행령이 헌법상 인정하고 있는 대통령령의 일종인 집행명령이기 때문에 법외노조 통보가 타당하다고 맞섰다.

김재학 변호사는 "교원노조법은 교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교원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을 수가 있다'는 게 아니라, '보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도저히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법률의 내용"이라며 "이 사건 시행명령에 따른 통보는 행정청에게 재량이 인정되지 않는 기속행위(법이 정한 일정한 행위를 행정처가 따라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과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는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해당 시행령이 위헌‧위법이라는 전교조 주장에 대해서 "전교조가 위법한 규약을 고쳐서 법률을 준수하고 재차 설립신고를 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법적 지위가 회복될 수 있다"며 "법외노조 통보는 (권리 제약이 아니라) 법적 보호를 받는 노조로 지위를 회복할 것을 요청하는 행정청의 준엄한 법 집행 선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쟁점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 해석

해당 조항은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교조는 해직교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법을 바로 적용하는 건 부적절하며, 이와는 별도로 해직조합원의 인정 여부가 노조의 자주성, 즉 '외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합을 조직·운영하는 것'을 훼손하는지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부 측은 설립 이후 노조에 대해서 자주성 심사를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설동근 변호사는 "설립 이후 위법하게 규약을 개정하는 등의 탈법적인 행위를 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크고, 자주성 심사라는 명목하에 행정관청이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전설립신고 시에는 형식심사를 하여 자주성 심사를 하지 않는데, 사후 심사인 법외노조 통보 시에는 실질심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법 규정 내용에도 반하고 일관성이 없는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주성 심사를 통해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다면, '근로자'가 주체가 되는 노동조합의 근본적인 정의 규정에 반한다"고 했다.

전교조 측은 실질적인 상황을 고려해 해당 조항을 해석해야 한다고 맞섰다. 강영구 변호사는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단 한 번이라도 허용하면 곧바로 노조의 지위를 부인해야 하고, 그로 인해(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으로 인해) 노조의 자주성이 훼손되었는지 묻지 않는 건 '라목'을 형식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노조가 자주성을 유지한다면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서 "전교조는 처음부터 학생 등 교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경우는 아니다. 가입 당시 교원이었으나 이후 퇴직, 사직, 해고 등으로 교원이 '아니게 된 자'의 '참가'를 허용한 경우다. 따라서 라목은 참가를 허용할 뿐인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에서 근로자 아닌 자가 조합원으로 있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수천수만 명이 있는 노조에서 조합원이 퇴직, 사직, 해고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일은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그때마다 노조가 확인해서 탈퇴처리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단 한 번이라도 허용하면 곧바로 노조로 보지 아니한다고 해석할 경우, 실제 현존하는 상당수 노조가 법외노조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전교조는 정규 교원뿐 아니라 기간제 교원도 가입해있는 교원노조다. 기간제교사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을 통해서 학기 중에는 계약을 체결하고, 방학 중에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교원과 비(非)교원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전교조는 1학기 기간제교사의 노조가입을 허용했다가 방학 중에는 탈퇴 처리하고, 2학기에 노조가입을 허용해야만 법외노조를 피할 수 있는 것"이라며 노동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전교조 참고인으로 참석한 강성태 교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동조합의 자격은 사법부가 판단한다"며 "국가가 노동조합의 탄생과 해산 등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노동권 존중과 국가의 중립 의무 등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노동권 침해 중 상당히 나쁜 방식의 개입이라고 생각되어서 국제노동기준에서는 굉장히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법심사는 가지고 있지만, 행정심사는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서 "실업자가 가입한 것을 이유로 조합을 부정하는 입법 사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쟁점노동부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먼저 변론에 나선 전교조 측은 노동부가 재량행위 일탈‧남용 기준을 어겼고 비례원칙(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원칙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신인수 변호사는 "이 건에 대해서는 이미 헌재가 재량행위라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5년 5월 15일 선고에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는 행정당국의 재량적 판단이라고 명백하게 썼다"며 법외노조 통보는 기속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전교조 조합원이 6만 명이다. 그중 해직자는 9명이다. 비율 0.0158%다. 0.0158% 조합원의 자격에 문제가 있으니 나머지 59,991명 99.985%의 단결권도 제한 한다는 게 과연 헌법상 비례원칙에 부합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며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비례원칙에 어긋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평등원칙위반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기업별노조에서는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당연히 인정하는 규정을 태반이 가지고 있다. 그럼 다 법외노조로 통보할 거냐"며 "똑같이 법 위반사항이 있더라도 법외노조를 통보할지 말지는 100% 노동부의 재량권 행사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다른 노조는 봐주고 유독 6만 조합원을 가진 전교조만 9명 해직자를 이유로 법적 지위를 박탈했다"며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인수 변호사는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동기가 부정함을 강조했다. 그는 국정원의 '전교조 와해 공작 문서'가 대통령실장, 정책실장, 수석 등에게 전달된 근거를 제시하며 "노동부가 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게 아니다. 국정원과 청와대가 정치적 반대 의견을 가진 전교조를 와해시키기 위해서 벌인 반헌법적인 노조파괴 공작이 법외노조 통보의 본질이다. 국정원 자체 감사 결과와 검찰의 수사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서 해당 사안을 심도 있게 봐주길 대법관에게 호소했다.

실제 전교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많은 공작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 행해졌고, 최근에도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보수단체를 동원해 전교조 조합원에게 보낸 '탈퇴 권유 편지', 심리전담 온라인 팀을 동원해 전교조를 비난하는 거짓 영상 제작·배포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노동부 측은 법외노조 통보가 노동부의 재량행위가 아닌, 기속행위이므로 애초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을 따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법규의 형식과 문언이 기속행위를 주문하고 있으며,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목적은 자발적인 시정의 기회를 사전에 제공하는 것이지, 노동조합 자체를 해산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설동근 변호사는 "(전교조 측이) 재량행위라고 했지만 재량행위가 아니라고 본다"며 "재량행위는 요건에 해당함에도 처분을 할지 말지, 얼마나 처분할지 등 재량이 주어진 경우에만 재량행위라 할 수 있다.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을지, 얼마만큼 할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조로 보지 아니하고 통보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노조 아님 통보'는 기속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결 선고는 통상적으로 변론 후 3~6개월 이내에 열린다. 긴 시간을 끌어온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이 올 해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끝난 후 대법원 앞에 모인 전교조 조합원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끝난 후 대법원 앞에 모인 전교조 조합원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