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자동차산업 미래 고민없는 정책”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산업 미래 고민없는 정책”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노총-금속노조, 광주형 일자리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요청
1,000cc 미만 10만 대 생산? ‘공급과잉’ 국내 소형차 시장 파탄
5월 21일 오후 1시 서울 정동 금속노조에서 진행된 '광주형 일자리 강행 규탄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지난 4월 29일 파행을 거듭하던 광주형 일자리가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 참여 결정으로 다시 정상화됐다. 이를 두고 ‘광주형 일자리’ 불참을 선언한 바 있는 민주노총 및 금속노조, 완성차노동조합은 광주형 일자리 중단 및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및 금속노조 산하 3개 완성차지부(현대자동차지부, 기아자동차지부, 한국지엠지부)는 21일 오후 1시 서울 정동 금속노조 대회의실에서 ‘광주형 일자리 강행 규탄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합작으로 광주 빛그린산단에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설립해 연간 10만 대 규모로 1,000㏄ 미만 소형 SUV 자동차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광주글로법모터스는 자기자본금으로 2,800억 원, 차입금으로 4,200억 원, 총 7,000억 원을 투입해 설립된다. 현재 광주시는 590억 원(21%)을 투자해 1대 주주이며, 현대자동차는 534억 원(19%)을 투자해 2대 주주의 지위에 있다. 나머지 자기자본금은 광주은행 및 지역기업의 투자를 통해 조성했다. 차입금 4,200억 원은 산업은행과 금융권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적 관점이 결여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이유를 크게 ▲산업적 관점 부재 ▲정책간 엇박자 ▲노동권의 제한으로 꼽았다. 산업적 관점이 부재하다고 보는 이유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주력으로 생산하려는 ‘소형 SUV’가 국내외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국내에서 경차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12년 기준 한국의 경차(통상 배기량 1,000cc 이하 차량) 판매 대수는 21만 6,752대였지만 이후 꺾이기 시작하여 2018년 13만 5,839대, 2019년 11만 3,700대로 급감했다.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부장은 “국내에 시판되는 완성차 중 경차는 10만 대 정도 수준이다. 10만 대 시장에서 10만 대 생산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경차의 수요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형 SUV로 수출 판로 확보도 어렵다는 것이다.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은 “현재 한국지엠에서는 창원 국민차 공장을 소형차에서 스포츠유틸리티(CUV) 준중형 차량 생산기지로 전화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공장에서 소형차는 포화상태라는 것”이라면서, “30년 전 소득수준에서는 소형차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준준형 차량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고 전 세계의 추세”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부장,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지부장,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정책 간 박자 맞나?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광주형 일자리’ 정책이 다른 정책과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가균형성장’에서부터 ‘탈석탄 정책’이나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추진된 ‘친환경 자동차 정책’ 등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상수 지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국가균형발전은 현재 지역의 산업을 보호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 “광주형 일자리로 소형SUV가 10만 대 생산되면, 한국지엠의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지역, 쌍용차의 ‘티볼리’를 생산하는 평택지역, 현대자동차의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지역, 기아자동차의 ‘모닝’을 위탁생산하는 동희오토 서산지역의 일자리가 거꾸로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갑 지부장은 “문재인 정부는 친환경 전기차와 수소차까지 포함한 2030 국가자동차 산업 로드맵을 시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는 또 다른 화석연료산업이다. 시대적 차원과 맞지 않는다”면서, “문재인 정부 스스로 2030년까지 친환경 자동차를 육성하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에서 화석연료 자동차를 만든다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권, 협상의 대상 될 수 있나?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노동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임금의 하향평준화 ▲35만대 생산 달성까지 노동조합 설립 유보 ▲정규직 고용여부의 불투명성 등의 이유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입장을 표해왔다.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지부장은 “광주시에서 각종 특혜를 주며 기존 일자리와 차별을 당연시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조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노동자 스스로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지 못하는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3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의심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도 “노동조합과 산별노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 노동3권이다. 현재 광주형 일자리에는 이 중 아무 것도 없다”면서, “반값 임금하고 고용을 늘린다고 하면 누가 동의할 수 있겠나. 이건 삶의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전체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인 상이 없다고 생각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부장,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광주형일자리 반대가 기득권 지키기?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완성차노동조합의 광주형 일자리 반대가 ‘기득권 지키기’라는 일각의 비판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기득권 지키기가 아니라 전체 자동차 산업의 관점에서 광주형 일자리의 큰 실패가 예상되기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최종태 지부장은 “국내 완성차 산업의 전망은 내수를 바탕으로 한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내일 일자리를 지키기도 어려운 현실”이라며, “기존 자동차산업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국민의 세금으로 새로운 자동차 공장을 짓겠다는 것은 자동차산업의 발전이 아니라 공멸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광주형 일자리 반대를 두고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금속노조는 제조업 업종의 경영위기를 수차례 봐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조선업종의 경영위기다. 금속노조를 비롯한 완성차 노동조합의 투쟁은 결코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자동차 노동자들은 광주형 일자리의 문제점을 시작부터 일관되게 이야기해왔다”면서, “필요한 것은 성과내기에 급급하여 졸속으로 만들어진, 산업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반쪽짜리 반노동 일자리가 아니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와 노동친화적 전환에 대한 노사 공동의 준비와 정부의 지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