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적 코로나 시대, 초등돌봄정책 근본적 전환 필요"
"상시적 코로나 시대, 초등돌봄정책 근본적 전환 필요"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5.21 19:58
  • 수정 2020.05.21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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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노조 '초등돌봄정책 근본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 열어
"6/27 '초등돌봄전담사 노동자 대회'를 시작으로 하반기 총파업 결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초등돌봄정책 근본문제 해결 촉구와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초등돌봄정책 근본문제 해결 촉구와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단계적 등교가 시작되면서 코로나19 이후 운영해온 '긴급돌봄'도 '학기중 일상돌봄'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초등돌봄교실 노동자들이 서울교육청 앞에 모였다. 개학연기와 온라인 개학기간에 드러난 초등돌봄교실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가적 차원의 안정적 돌봄 운영 체계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미향, 이하 학비노조)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인 근거 하나 없이 안전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돌봄교실에서 전체의 84%에 이르는 시간제 돌봄전담사가 교차·초과근무를 하며 긴급돌봄을 책임졌다"고 지적하며 ▲초등돌봄교실 운영의 법적 근거 마련 ▲초등돌봄전담사 전일제 전환 ▲안전 매뉴얼 마련 등을 통한 근본적 돌봄정책의 전환을 정부에 촉구했다.

돌봄교실은 원래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가정의 초등 1~2학년을 중심으로 방과 후와 방학 중에 운영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아이를 혼자 둘 수 없는 가정을 위해 교육부가 지침을 내려 전학년 대상 '긴급돌봄교실'로 확대 운영됐다.

긴급돌봄교실에 투입된 돌봄전담사들은 돌봄시간이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에서 저녁7시까지로 2시간 연장되고, 돌봄대상이 전학년으로 확대되면서 과중한 책임을 떠맡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긴급학교가 아닌 긴급'돌봄'이라는 명칭 때문에 '돌봄'전담사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용숙 인천 석남초 돌봄전담사는 "제대로 된 안전 매뉴얼도 없이 학교를 책임지는 신분이 되어 가장 기본적인 마스크도 지급받지 못하며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 힘든 사투를 하고 있음에도 긴급돌봄 업무를 전 교직원이 함께 도와서 하자는 우리의 절박한 호소를 '돌봄전담사가 돌봄을 거부한다'며 파렴치한 직종으로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돌봄전담사들은 책임이 커졌지만, '시간제'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끝까지 제대로 책임질 수 없는 모순된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학비노조에 따르면 전국 약 1만 2,000여 명의 돌봄전담사 중 16%만 전일제고, 나머지 84%는 시간제다.

이명옥 의정부 호원초 돌봄전담사는 "돌봄전담사는 모두 8시간 전일제가 아니라 하루 3시간부터 8시까지 다양하다"며 "대부분의 돌봄전담사는 근무시간이 짧아서 돌봄교실을 온전히 책임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명옥씨는 오후에 출근하는 4시간 시간제이지만 아침 9시 전부터 학부모가 보낸 결석문자를 학교에 전달해야 했고 돌봄 외에도 오전에 사용한 교실청소, 행정업무, 소독, 방역물품 관리 등 '공짜노동'을 수행해야 했다. 

'독박긴급돌봄' '고무줄출근제' 등 돌봄전담사들의 어려움이 적힌 풍선이 한 돌봄전담사의 앞치마에 담겼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독박긴급돌봄' '고무줄출근제' 등 돌봄전담사들의 어려움이 적힌 풍선이 한 돌봄전담사의 앞치마에 담겼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이 같은 혼란을 감내해온 돌봄노동자들은 감염병 위기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주기적 대유행이 예고되는 가운데 돌봄교실에도 근본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전담사들은 우선 초등돌봄교실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돌봄교실 업무는 초·중등교육법이나 시행령에 명시되지 않은 채 교육부 고시로 운영되며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학비노조는 "돌봄교실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에 임기응변식 대응이 되지 않으려면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당장 국회 차원의 관련법 제·개정이 어려우면 지역적 조례 제정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때마침 나온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및 초등돌봄교실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 정부 법률안 입법 예고안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학비노조는 돌봄교실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을 전일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비노조는 "돌봄교실 운영에는 아이 돌봄을 기본으로 행정업무와 준비, 정리 시간이 꼭 필요한데 현재 시간제 일자리로는 제대로 된 돌봄교실을 운영하기 어렵다"며 "돌봄전담사를 전일제로 전환하여 돌봄과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게 하면 시간제 근무로 인해 돌봄교실의 행정업무를 수행하던 교원의 업무 경감뿐 아니라 초등돌봄교실의 안정적인 운영도 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학비노조는 일상화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위기 단계별 돌봄교실 안전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비노조는 "코로나 19 위기를 반면교사로 우리 아이와 돌봄노동자의 안전을 담보할 준비를 시작하자"며  "돌봄교실 안전대책, 방역소독, 위기 단계별 대처법 등이 담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안전매뉴얼 구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학비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근본적 돌봄정책의 전환을 위한 총력투쟁을 선포했다. 박미향 학비노조 위원장은 "지난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초등돌봄교실 법적 근거 마련과 돌봄노동자들의 시간확대를 위해 6월 27일 '초등돌봄전담사 노동자 대회'를 시작으로 하반기 총파업을 결심했다"며 "현장 조합원들과 함께 올해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