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의 '노동권' 확보, 어떻게?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확보, 어떻게?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5.22 15:25
  • 수정 2020.05.23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값진 노동' 주고 '값싼 대우' 받는 돌봄노동자들
"진짜사장, 국가 책임강화로 정책 개선 필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학비노조·요양서비스노조)과 공공연대노조(보육교직원노조·아이돌봄분과)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코로나19로 돌아본 돌봄노동의 중요성과 가치 제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학비노조·요양서비스노조)과 공공연대노조(보육교직원노조·아이돌봄분과)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코로나19로 돌아본 돌봄노동의 중요성과 가치 제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코로나19는 돌봄노동의 민낯을 드러냈다. 고강도 거리두기에도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사람을 돌보는 일은 멈출 수 없었지만, '값진 노동'을 수행하는 돌봄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값싼 대우'를 받아야 했다. 

실제로 개학 연기로 인한 돌봄공백은 '긴급돌봄교실'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안전매뉴얼도 없이 무한책임을 떠맡아야 했다. 반면 감염을 우려한 이용자들의 서비스 취소가 이어져 생계절벽에 몰린 돌봄노동자들은 마땅한 사회안전망에 기댈 수 없었다. 일터에서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찾기 어려웠다.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뿐 아니라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본인의 의사에 반해 일자리를 잃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 등을 확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돌봄노동자들의 '진짜사장'인 국가의 책임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정책 개선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돌봄노동의 민낯
'필수노동'이지만 '값싼대우' 받아

돌봄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학비노조·요양서비스노조)과 공공연대노조(보육교직원노조·아이돌봄분과)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코로나19로 돌아본 돌봄노동의 중요성과 가치 제고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정부는 유치원과 초등 긴급돌봄교실을 확대 운영했다. 거리두기에도 돌봄은 공백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돌봄전담사들은 감염 위험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과중한 책임을 떠맡아야 했다고 증언했다.

강윤정 학비노조 돌봄분과 경남분과장은 "긴급 '학교'가 아닌 긴급 '돌봄'이라는 명칭으로 인해 돌봄의 부담은 돌봄전담사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며 "84%가 시간제인 돌봄전담사들은 휴게시간과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교차·초과근무를 하며 묵묵히 독박돌봄을 수행했다"고 토로했다. 
 

생계절벽 몰린 돌봄노동자 
사회안전망은 어디에? 

반면, 이용자의 감염 우려로 일이 끊긴 돌봄노동자들은 생계절벽에 몰렸지만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전지현 요양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수급자들이 혹여나 하는 마음에 방문중단 요청이 늘어나면서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수입이 급감하거나 실업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방문요양보호사는 재가센터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기에 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니고, 그렇다고 해고도 아닌 노동형태라 구제받을 길이 없는 막막한 상황이다. 전지현 사무처장은 "방문요양보호사는 사직서를 쓰지 않아도 사회보험 종료 처리로 자연스레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근로계약서가 존재해 해고처리도 안 되고, 급여도 없고, 실업급여도 못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연차강요, 무급휴가, 페이백, 해고, 권고사직 등을 강요받았다. 최순미 보육교직원노조 위원장은 "퇴소하는 아동의 증가는 어린이집 운영비 감소로 이어지고 운영의 어려움은 보육교직원의 임금삭감, 페이백, 고용불안으로 이어졌다"며 "특히 어린이집 원장들이 보육교사 임금 중 일부를 되돌려받는 페이백은 어린이집 전반에 만연한 관행이고 코로나19 기간에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돌봄노동은 국가의 일, 
진짜사장인 국가가 나서야

토론에 나선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로 돌봄노동자들이 '가짜사장'과 근로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혁진 부연구위원은 플로어에 질문했다. "돌봄노동자의 사장님은 누구라고 볼 수 있을까요? 재가요양보호사의 고용관계에서 사장님은 센터장인가요? 초등돌봄전담사의 사장님은요? 학교장? 교육청? 아이돌보미의 사장님은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 센터장인가요?" 

돌봄노동자들이 머뭇하자 조혁진 부연구위원은 "돌봄노동자가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주체인 사장님들은 무엇을 어떻게 결정할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지적하며 "진짜사장이 아니고 가짜사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돌봄노동 영역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누가 돌봄노동자의 진짜사장인가?라는 측면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진짜사장은 여러분들께서 다 아시는 것처럼 국가"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조혁진 부연구위원은 "대국민 공공서비스 제공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곧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돌봄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