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요즘 뭐 읽니?
건설노조, 요즘 뭐 읽니?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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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⑥ 건설노조

북커버 챌린지 ‘#7days7covers’가 SNS를 달궜다. 이 챌린지는 7일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좋아하는 책 표지를 SNS에 올리며 다음 참여자를 태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독서문화 확산이라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인의 다양한 독서 취향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참여와혁신>도 활동가들이 요즘 뭘 읽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요즘 뭐 읽으세요?” 답변은 다양했다. “갑자기 책이요?” “책 읽을 시간 없어요” 대부분 난색하다가도 어디선가 책을 한 권씩 꺼내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설명과 독후감이 없는 북커버 챌린지보다 재밌었다. 당시 반응도 좋아 연재 꼭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앞으로 노동조합에 국한하지 않고 노동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책 좀 추천 부탁드린다”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를 찾았다. 자신이 재밌고 유익하게 읽은 책을 소개하는 일, 그 책 소개를 듣는 일은 무척이나 설렌다. 박미성 건설노조 부위원장, 이세훈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 조은석 건설노조 정책국장, 3명의 건설노조 활동가들과 함께 했다. 쭈볏쭈볏 어색한 공기는 금세 사라졌다. 조은석 정책국장의 마지막 한 마디로 즐거운 웃음과 함께 책 추천을 마무리했다.

“자기 편견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책을 보지, 책을 보면서 편견을 깨고 그러지는 않아요.”

박미성 건설노조 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권김현영, 휴머니스트, 2019

“차별이라는 잘못과 편견을 계속 말하라”

이 책이 많이 읽히고, 읽은 사람들이 많이 토론했으면 좋겠어요. 성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고요. 성차별에 관한 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차별을 이야기해요. 저는 타워크레인을 운전했어요. 제가 일할 때 건설현장에서 임금 차별이 없는 직종이었어요. 물론 지금 건설현장도 임금 차별이 여전해요. 국회라든지, 민주노총이라든지, 우리 건설노조만 해도 여성은 할당제 그 비율만큼만 들어와 있어요. 모든 결정은 남성이 해요. 어떻게 보면 의견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거죠. 이 책은 잘못된 것과 편견을 계속 말하라고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바뀌기 위해서요.

이세훈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지그문트 바우만, 새물결, 2013

“관료주의의 폐해가 나와 우리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물어야죠”

홀로코스트는 직접 유대인에게 총을 쏜 사람이 아닌 회의에 참석하거나, 서류를 작성한 사람이나, 공문을 보낸 사람이 만든 것이라는 거죠. 전체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관료제의 부품이 돼 버렸기 때문이죠. 사람을 효율적으로 대량으로 죽이기 위해 가스실을 만들었어요. 가스실 고안은 유대인에게 총을 쏘는 나치 군인들이 심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이었고요. 가스실을 만들기 위해 토론하고 문서를 만들어요. 관료제 하에서. 우리가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노동조합도 어쩔 수 없이 관료제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관료제도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관료주의의 폐해가 우리에게 어떻게 존재하고, 나에게 어떻게 있는지 되돌아봤으면 해요. 그런 새기며 계속 읽고 있습니다.

조은석 건설노조 정책국장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제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캐쓸린 씰렌, 모티브북, 2011

“제도는 그 사회의 역사를 거스르고 변할 수 없다”

이 책은 숙련의 정치경제학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에요.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의 숙련제도 형성 배경을 비교하면서요. 건설노동자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건설기능인등급제인데, 법은 통과됐고 내년에 시행을 앞두고 있어요. 우리나라 건설산업뿐 아니라 사실 다른 산업도 교육훈련 수준은 숙련노동자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죠. 그래서 교육훈련 제도를 어떻게 꾸리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2~3번 읽는 중이에요. 제가 책에서 각국의 숙련 제도 형성 과정을 보면서 알게 된 건 아무리 좋은 제도여도 다른 나라에서 쓸 수 없다는 거예요. 제도를 바꾸려 해도 기존의 문화라든지 관념들, 역사성의 축적물들이 계속 침투하는 거죠. 독일 제도의 경우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 제 편견을 강화시켜주는 책이기도 했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