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출발부터 삐걱
환노위, 출발부터 삐걱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8.10.0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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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직’으로 밀렸다 … 현안 파악도 난감
소속 의원들 민감한 사안 눈치 보기 급급

18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한나라당 9명(강성천, 박대해, 박준선, 이윤성, 이화수, 전재희, 정진섭, 조원진, 조해진 의원), 민주당 4명(김상희, 김재윤, 원혜영, 추미애 의원), 자유선진당 1명(권선택 의원), 민주노동당 1명(홍희덕 의원) 등 총 1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상임위 활동이 처음인 초선의원은 무려 8명으로 과반을 넘고 재선이 3명, 3선이 3명, 4선이 이윤성 국회부의장 1명이다. 여기에 환노위 경험이 있는 의원은 한나라당 정진섭, 전재희 의원뿐이며 그나마 노동부 관료 출신인 전재희 의원은 현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으로 상임위 활동에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다.

환노위는 과거 국회의 핵심 상임위인 건설교통위(현 국토해양위)나 18대 전반기 국회에서 이른바 알짜배기 상임위로 통하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와는 달리 ‘한직’으로 통한다. 거대 국책사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권력의 핵심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원들이 꺼려하는 상임위다.

지금은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내고 있는 홍준표 의원이 17대 환노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전원합의체 형식의 독특한 활동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당시 홍 의원도 한나라당 내에서 ‘왕따’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환노위의 위상은 별로 높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이 18대 전반기 국회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어 노동계와 재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 9월 23일 진행된 제8차 환노위 전체 회의


전문성 부족 : 현안 파악도 안 된다

현재 환노위의 구성을 보면 노동계 출신 의원들은 한국노총 출신의 강성천, 이화수 의원과 민주노총 출신의 홍희덕 의원이 전부다. 시민단체 출신인 민주당 김상희 의원, 김재윤 의원의 경우도 환노위를 상임위로 지원했던 의원들이며 전재희 의원의 경우 터줏대감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그러나 나머지 의원들의 경우 환노위로 배정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된 경우가 취재과정에서 자주 발견됐다. A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환노위가 될지 몰랐다. 원래 행정안전위를 지원했는데 당내 중진 의원한테 밀려서 (환노위를) 배정받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국회 개원을 앞두고 보좌진 배정에서부터 자신이 배정받기를 원하는 상임위와 관련된 인물들을 선택하고 개원 전까지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신이 지원한 상임위와 다른 상임위로 배정될 경우 의원실 내부의 동요는 매우 크다.

B의원실의 보좌진은 “이전에 배정될 상임위 소속 기관들의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연구했는데 갑자기 환노위로 배정돼 황당하다”며 “노동계의 현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시간은 없고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여기에 환노위를 당내 주요 당직자의 피난처로 여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임위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이윤성 국회부의장,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 등이 환노위에 포진해있다. 상임위원장인 추미애 의원까지 포함하면 15명의 상임위원 중 1/3이 제대로 활동을 하기 힘든 셈이다.

이들 의원들 중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을 배려하고 당내 일정이나 국회 일정에 매진하기 위해서 환노위가 선택됐다”고 말해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드러냈다.

짧은 준비기간 : 원론만 되풀이

18대 국회는 미국산 쇠고기 정국과 맞물려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개원부터 법정 시한보다 약 한 달이나 늦게 열렸다. 여기에 원구성 협상에서 여야의 대립은 극에 달해 정기국회를 며칠 앞두고 원구성이 타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상임위가 배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2달이 지났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곧바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치러야하는 의원실 입장에서는 난감하기만 하다. 이번 취재과정에서 환노위 소속 의원실 보좌관들은 이구동성으로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고 호소했다.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은 다양한 노동현안을 현실로 불러냈다. 특히 노동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는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은 노동부가 올해 반드시 입법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각 의원실은 이들 노동현안에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C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실제 당론으로 결정된 것도 없는 상태”라고 답답해하며 “지금은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다. 어떤 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 가급적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사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결과 대부분의 의원실에서 “민감한 현안문제라 함부로 답하기 곤란하다”거나 비정규직 문제,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등에 대해 “노사가 원만하게 해결하고 정부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한 치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국정감사를 어떻게 치러야할지 의원실 관계자들은 한숨부터 내쉰다.

그러나 이러한 답답함 속에서도 한나라당 강성천, 이화수 의원, 민주당 김상희 의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처럼 처음부터 노동문제를 철저하게 준비한 의원들도 있어 이들의 활약 여하에 따라 18대 환노위의 위상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불안, 청년실업 증가, 비정규직 확대 등 다양한 노동현안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사 관계자의 이해를 조화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노동 현안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태에 빠진 18대 국회가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