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에서 전태일다리로 달려온 아시아나 해고노동자
농성장에서 전태일다리로 달려온 아시아나 해고노동자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5.27 13:04
  • 수정 2020.05.27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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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이라는 말이 사형선고보다 더 무서워요”
전태일 50주기 세 번째 캠페인
전태일 동상 옆에서 참가자들이 "아시아나KO는 해고를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이 김계월 아시아나 KO지부 부지부장.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원래 오늘도 세 명이 오기로 했는데 해고된 분들이 천막을 지켜야 하니까 저만 왔어요. 하루 종일 계속 대치상황이에요. 우리들은 어디 설 데도 없고,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는데 그것도 못하게 막고 있어요. 빨리 택시타고 농성장으로 가야 해요.”

김계월 아시아나 KO지부 부지부장은 기자와의 대화를 마치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지난 5월 11일 아시아나 항공기 청소노동자 여덟 명은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자 벌어진 일이다.

27일 전태일다리에서는 해고당한 아시아나 KO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했다. 아시아나 KO지부에 따르면, 120명의 희망퇴직자와 200명의 무기한 무급휴직 노동자가 있다. 박계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전태일도 여러 차례 해고됐다”며 “전태일이 있었다면 차별받는 하청노동자들에게 가고 싶어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계월 아시아나 KO지부 부지부장은 전태일이 왕성사에서 해고되었을 때의 구절을 낭독했다. “다음날 출근한 그를 보고 주인은 전날 아무 말 없이 조퇴하였다는 이유를 대며 그만두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트집이었다. 채용할 때는 몰랐으나 차츰 전태일이 노동운동하는 사람인 줄 알게 되었다. 언제든 무슨 꼬투리만 생기면 해고해 버리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던 업주에게 전태일이 걸려든 것이었다.” - 전태일평전 272쪽.

김계월 아시아나 KO지부 부지부장은 “왜 우리 하청노동자는 정부지원 정책에서 외면 받아야 하는지, 함께 살자고 각종 정부기관에 외쳐봤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건 정리해고였다”며 “지금 당장 모든 해고를 중지하고 해고 위험에 놓인 하청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하도록 최소한 생존의 권리를 빼앗지 말아 주시라”고 호소했다.

왕성사에서 해고된 이후 전태일은 밀린 임금 5,000원을 받아냈다. 다른 친구들이 임금을 못 받고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도 삼동회 회원들과 집단으로 항의해 임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전태일재단은 “정부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더 늘려야 하고, 해고하지 않는 기업에 지원을 높여야 한다”며 “필요하면 긴급명령도 발동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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