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산업재해, “민주노총 대각성 필요하다”
잇따른 산업재해, “민주노총 대각성 필요하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5.27 18:24
  • 수정 2020.06.01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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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화금지대책위, ‘산재 예방제도 대책과 투쟁과제’ 토론회 개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 … 자성적 목소리 “산업안전에 노동조합 역량 결집할 수 있나?”
2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진행된 ‘4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매년 2,400명 산재사망 참사,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가 : 산업재해 예방제도 대책과 투쟁 과제’ 토론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잇따른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사업주의 산업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노동조합도 산업안전을 위해 실제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지 반성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위험의외주화금지대책위원회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회의실에서 ‘4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매년 2,400년 산재사망 참사,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가 : 산업재해 예방제도 대책과 투쟁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산안법 전면개정에도
끄떡없는 위험의 외주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의 원인으로 안전을 뒷전으로 두는 사용자의 극단적인 이윤추구 성향과 정부의 산업안전 지도감독 책임방기를 꼽았다.

2018년 11월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사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전부개정됐다. 산안법 전부개정의 취지는 ▲위험에 노출돼 일하는 모든 사람 보호 ▲위험의 외주화 금지 ▲원청 책임 강화로 요약된다. 비용절감을 위한 외주화로 인해 위험한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전지인 건강한노동세상 사무국장은 “의미 있는 개정 취지에도 개정 산안법은 그 한계만이 더욱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의 취지는 긍정적이었으나 각론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017년 노동절에 발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이후 꾸려진 조선산업중대산업재해국민참여조사위원회와 고김용균특별조사위원회는 공통적으로 산업안전 강화를 위해 다단계 하청 구조 개선을 제시한 바있다. 그러나 산안법 전면개정에도 다단계 하청구조는 개선되지 않았다.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산압법의 도급금지 대상을 위험물질 취급으로 한정해 위험의 외주화의 대표적인 사업장으로 지목된 조선소, 제철소, 발전소, 구의역 김군의 업무 등은 도급금지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면서, “심지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정에서 외주화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외주화해도 안전하게 일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27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진행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중대재해사업장 노동자 선언’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고용노동부의 책임 방기

“사고에 있어서 노동자도 명확하게 사고의 원인을 알고 있습니다. 노동부도 알고 있습니다. 왜냐면 사고의 원인이 복잡하지 않습니다. 가스 나는 곳에 가스가 난다고 표시가 돼있고, 위험하다고 표시돼 있고, 안전관리자와 같이 감독하라고 돼 있습니다. 노동자를 가스통에 집어넣은 겁니다. 그것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그것보다 더 명확한 법 위반이 어디 있습니까? 그럼에도 노동부는 처리해야 할 조사를 안 합니다. 은폐하는 동조자가 되는 겁니다. 법을 모르는 노동자들이 봐도 위법이고, 분명하게 확인된 위반 사항입니다.”

- 토론회에서 건설플랜트노동조합 조합원의 말

개정법의 미흡함과 더불어 현행 법 집행의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에도 산업안전을 확충을 위한 ▲산업안전지도감독 ▲사업장 내 산업안전위원회 설치 ▲명예근로감독관 선발 등 여러 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이정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안부장은 “고용노동부의 감독을 받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사측은 위법상황을 개선하는 것보다 정기 감독을 회피하는 것을 골몰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고용노동부는 위법사항에 대해 사측을 강제하려는 의지가 없다. 고용노동부가 사측의 위법사항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사측은 지도감독이 끝나는 것만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노동조합은 준비 됐나?

이날 토론회에 모인 이들은 산업안전 확충을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노총은 2020년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원년으로 결의한 바 있다.

손익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중대재해는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복합적으로 무너져있을 때 발생한다.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 전에 경상자 29명,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이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더라도 그렇다”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현행법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 관한 반성적 고려에서 출발됐음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진행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중대재해사업장 노동자 선언’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동시에 노동조합의 역량이 산업안전문제에 집중될 수 있는지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하루에 7명이 죽고 한 해 2,40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다. 원인은 자본과 탐욕과 생명 안전의 경시에 있다. 노동자 생명안전보호 의무를 방기한 정부의 직무유기에 있다”면서, “그러면 노동자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민주노총은 뭘 했는가. 노동자 생명 안전을 위해서 진짜 민주노총이 나선 적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먼저 민주노총과 가맹조직들. 그 지도부와 상층 간부에 대한 반성과 대각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산업재해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만 한다. 이는 산업재해 말고도 각 연맹에 더 큰 과제가 있기 때문에 노동안전 단위나 하라고 치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에게 건강은 생명권”이라며, 노동조합 내부에서 산업안전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현실을 지적했다.

한편, 위험의외주화금지대책위는 이날 토론회 전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중대재해사업장 노동자 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 건설산업연맹,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