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연대노조, "롯데택배, 노조 막으려고 대리점 가짜폐점"
택배연대노조, "롯데택배, 노조 막으려고 대리점 가짜폐점"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5.29 06:59
  • 수정 2020.05.29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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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늘자 위장폐업·강제계약해지" 주장
롯데택배 "노조 주장 사실 아냐"
택배연대노조가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본사 앞에서 '대리점 기획위장폐점 통한 택배노동자 강제해고, 노조 탄압 슈퍼갑질 롯데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택배연대노조가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본사 앞에서 '대리점 기획위장폐점 통한 택배노동자 강제해고, 노조 탄압 슈퍼갑질 롯데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롯데택배가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조합원이 증가한 대리점을 가짜 폐점시키고, 택배기사에게 따로 2박3일 휴가를 주는 등 노동자와 상생하려는 대리점은 찍어서 폐점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위원장 김태완)은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택배는 지점장의 기획 아래 대리점 점장들과 짜고 위장폐점, 기획폐점 등으로 택배시장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며 "이 행위의 목적은 노조 죽이기에 맞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원청(지점)-하청(대리점)-재하청(택배기사)' 구조에서 일한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지난 22일 롯데택배 울산 지점은 서울주대리점(울산)과 신정대리점(울산남구)에 공문을 보내 재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오는 31일자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울산 서울주대리점,
특별한 이유 없는 위장폐점"

이에 서울주대리점은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남울주대리점과 통합했다. 

택배연대노조는 이를 노조탄압을 위한 '위장폐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주대리점에 조합원이 늘자 지점장과 대리점장이 짜고 가짜폐점한 뒤, 해당 대리점을 다른 대리점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비조합원만 고용을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서울주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해 지난 17일 지회 창립 총회를 진행한 바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서울주대리점은 지점의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재계약 서명 마감일인 27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남울주대리점과 통합했다는 문자를 택배노동자들에게 보냈다"며 "이는 철저히 기획된 위장폐점이라는 강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택배연대노조는 "남울주대리점 소장이 27일 곧바로 비조합원에게 전화해 '내가 6~7명 새로운 사람을 준비해놓고 있다' '제가 비조합원에게 전화한 이유가 있겠지요?' 등의 발언을 하며 조합원에 대한 탄압을 공공연히 드러냈다"고 이야기했다. 27일은 서울주대리점이 교섭절차에 따른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확정공고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기자회견을 위해 울산에서 서울까지 온 서울주대리점 택배노동자 김동석 씨는 "6월 1일부터 계약이 종료되니 장비를 반납하고 다른 일을 알아보라는 연락을 오늘 받았다"며 "대부분 택배기사는 한 달 벌어 한 달 산다. 당장 다음 달 생계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동석 씨는 점심 뒤 롯데택배 본사로 삼삼오오 들어오는 직원들을 향해 "일을 하고 싶어서 올라왔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27일 서울주대리점과 통합한 남울주대리점장이 택배노동자들에게 보낸 문자 ⓒ 택배연대노조
신정대리점 유인선 점장이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본사 앞에서 "일방적 계약해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택배연대노조

"울산남구 신정대리점, 
재계약 원했지만 강제폐점"

반면 신정대리점은 택배수수료를 깎는 재계약 조건도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지점으로부터 재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택배연대노조는 이를 노조탄압을 위한 '기획폐점'이라고 본다. 롯데택배가 소속 택배기사 14명이 모두 조합원이고 노동자와 상생하려 노력하는 신정대리점을 찍어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수료 삭감 조건을 제시했지만 먹히지 않자, 수익 상위 대리점인데도 '영업활동 저조'를 이유로 재차 재계약해지 통보를 했다는 설명이다. 

이동엽 택배연대노조 부위원장은 "롯데택배에서 회사가 어려우니 고통분담을 하자며 한 달 수입이 100만원 가까이 감소하는 개당 120원 수수료 인하안을 가져왔다"며 "회사가 어렵다니까, 코로나19 위기에 일자리를 놓을 수 없으니까 받아들였더니 다음엔 영업활동 저조로 재계약해지 통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동엽 부위원장은 "신정대리점은 울산에서 고객만족(CS) 지표 1등을 받는 등 상위 대리점인데, 롯데택배가 말하는 영업활동 저조라는 이유에는 기준도 없고 투명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진경호 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신정대리점 점장은 노동자와 상생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롯데택배를 넘어 전국 택배노동자들에게 이구동성으로 칭찬받는 점장"이라며 "당연히 롯데택배는 그를 찍었고, '기획폐점'이라는 형태로 해당 대리점을 날려버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가 15년 동안 택배기사를 해서 노동자들 마음을 알아요. 택배기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을 당하나 쉴 수 없다 아닙니까?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사비를 들여서 기사들에게 2박3일씩 휴가를 보내줬어요. 그러니까 다른 대리점 점장들이 저를 안 좋은 쪽으로 보더라고요." (신정대리점 유인선 점장) 

택배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 자리에 선 유인선 신정대리점 점장은 "우리는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왔다. 그런데 지점장에게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며 재계약 해지를 하지 말아달라고 빌어도 한마디도 없다"며 "우린 다른 요구는 없다. 그저 대리점을 지키고, 택배기사들을 지키고 싶다"고 호소했다.
 
"롯데택배, 대리점 사고팔기 만연해" 

30여 명의 택배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가운데  택배연대노조는 이러한 '가짜폐점' '기획폐점' 등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진경호 수석부위원장은 "얼마 전 거제 롯데택배 한 대리점에서 1억 원 넘는 돈에 대리점 점장이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며 "롯데택배는 이 같은 대리점 간 사고팔기를 묵인하고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연대노조는 "롯대택배가 대리점 간 매매행위를 묵인하면서 부당이득 창출, 노조활동 방해 등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조사 중에 있다"며 "추후 롯데택배가 아닌 롯데그룹 본사 앞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롯데택배 관계자는 "노조의 대리점 기획·위장 폐업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서울주대리점은 점주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적법하게 계약 종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롯데택배 관계자는 "신정대리점의 경우 수수료를 어느 정도 낮춰 재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수수료 협의가 안 됐다는 이유로 대리점장이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회사는 5월 안까지 계약을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