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유족의 눈물, “잊지 말아 주세요”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유족의 눈물, “잊지 말아 주세요”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5.29 13:45
  • 수정 2020.06.01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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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는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호소”
반복된 일터에서의 죽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목소리 커져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유가족이 참사 진상규명과 건설현장 재해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29일 오전 10시 30분,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청와대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4월 29일 화재참사가 일어난 후 한 달 동안 참사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 속도가 붙지 않고 잊혀가는 것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29일 오전 10시 반 청와대 앞에서 '이천 학인스프레스 물류창고 중대재해 책임자 한익스프레스 처벌 촉구 및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29일 오전 10시 반 청와대 앞에서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중대재해 책임자 한익스프레스 처벌 촉구 및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답보 상태 진상 조사,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잊혀간다

박종필 유가족 수석대표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만 반복하는 정부가 원망스럽다”며 단지 약속이 아니라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원인이 하루 빨리 밝혀지길 촉구했다.

유가족 대리인인 김용준 법률사무소 마중 대표 변호사는 “한 달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은 아무 것도 알 수 없고, 아무 조치도 취해진 게 없다”며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단 한 명도 구속이 되지 않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2008년 코리아2000 물류창고 화재로 40명의 노동자가 죽은 참사에서는 7일 만에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 수사가 이뤄진 것과 대조적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경찰은 네 차례 합동 현장감식을 진행했지만 뚜렷한 화재원인을 찾지 못한 상황이어 유가족의 답답함만 늘어나고 있다. 유가족은 답답함과 함께 한 달이 넘어서는 시점에서 참사가 잊힐까 걱정 섞인 목소리도 냈다.

판박이 화재참사,
예견된 인재의 고리 못 끊나

유가족 대리인 김용준 변호사는 “지하 2층 참사 생존자들이 위층에서 쾅쾅 폭발소리를 들었고, 도색 필요한 곳곳에 신나통이 있었고 용접작업을 했다”고 사고 원인을 추측했다. 또한 “준공 시기를 재촉해 무리한 작업을 지시해 같이 하지 말아야 할 작업들이 동시에 진행돼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사 생존자 민경원 씨도 “정상적인 절차대로 정확히 시공했다면 이렇게 빠른 시간에 타버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화재 감시자 및 안전 관리자를 보지도 못했다”고 증언했다. “비상 벨, 피난유도선, 피난유도등, 비상구와 같은 기본적인 것만 준비됐더라도 희생자가 38명에 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건설현장 화재참사 때마다 지적됐던 공기 단축 위한 동시 작업, 안전 시설 및 안전관리자 배치 미비 등이 반복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상무, 시공사 건우 사장, 시행사 임원이 함께 모여 공정회의를 매주했고 사고 당일에도 공정회의를 했다는 게 김용준 변호사의 설명이다. 즉 공정회의에서 안전한 작업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 가능해야,
화재참사 재발방지책 마련과 이행도 중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원인이 사라지지 않고 또다시 건설현장 화재참사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 약속만 있고 이행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중대재해 기업에 대해 강한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것도 이유라고 주장했다.

박종필 유가족 수석대표는 “지난 30일 동안 유가족들은 정부의 답을 얻고자 답답한 가슴을 억누르며 참고 또 참았다”며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똑같은 사고가 일어나고 무능한 정부 앞에 또다시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중대재해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안착을 촉구했다.

박강재 유가족 공동 대표도 “왜 이번에도 똑같은 화재로 인해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는지, 왜 노동자들이 똑같은 참사를 당해야 했는지 알고 싶다”며 “중대재해가 반복되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약속으로 끝나지 말고 법제화 돼 중대재해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이후로 삼표시멘트 공장, 현대중공업 조선소, 쿠팡에서 노동자들이 죽었다. 잇따른 일터의 죽음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이 어떻게 나올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29일 오전 10시 반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유족들이 피켓을 들고 한익스프레스의 책임을 묻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29일 오전 10시 반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유족들이 피켓을 들고 한익스프레스의 책임을 묻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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