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는 절대 나오지 않을 방송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방송에는 절대 나오지 않을 방송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5.29 15:51
  • 수정 2020.05.29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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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차별‧방송국의 권력을 폭로하는 방송작가유니온
[인터뷰] 김한별 감독‧박지혜 전 방송작가유니온 사무차장

[카메라로보는노동] <일하는 여자들> 김한별 감독‧박지혜 방송작가유니온 전 사무차장 인터뷰

“실험 Experiment! 진보 Progress! 대화 Communication!”

지난 2001년 10월 26일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제1회 인디다큐페스티발을 개최하며 내건 슬로건입니다. “사회적 발언” 속에 “미학적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독립다큐멘터리의 가치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독립다큐멘터리는 우리 사회의 주류가 주목하지 않는 ‘노동’의 모습을 담담히 비춰왔습니다.

<참여와혁신>은 2020인디다큐페스티발 노동 다큐멘터리 프리뷰에 이어 두 명의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일하는 여자들>의 김한별 감독과 <깃발, 창공, 파티>의 장윤미 감독입니다.

*2020인디다큐페스티발은 5월 28일부터 6월 3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 입구역점에서 진행됩니다. 상영시간 및 예매 관련 사항은 인디다큐페스티발 공식홈페이지를 참조해주십시오.

김한별 감독(방송작가유니온 부지부장)과 박지혜 방송작가유니온 전 사무차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alaborplus.co.kr

<일하는 여자>의 감한별 감독은 7년차 방송작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의 부지부장이기도 하다. 그는 대학시절 방송다큐멘터리 외주제작사에서 막내작가 일을 하게 된 이후 “찐영화는 다큐멘터리”, “방송다큐멘터리는 작가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방송작가를 꿈꾼 계기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방송작가는 꿈과 달리 문제가 많았다. 불합리한 현실은 김한별 감독에게 카메라를 잡게 했다.

<일하는 여자>에서 주인공 격으로 나온 박지혜 전 방송작가유니온 사무차장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 간 방송작가로 일했다. 처음으로 일했던 방송국에서는 말 그대로 ‘노동착취’를 당해 노조 생각은 엄두도 못 냈다고 말했다. 마치 70년대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시다'들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그는 이러한 방송국의 부조리를 말하고 싶었지만, 개인의 활동으로는 변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노조에 가입하고 2018년부터 약 1년 반 동안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유니온에서 상근자로 활동한 이유였다.

<일하는 여자들>이 나오기까지의 여정을 방송국에서 일하는 ‘그녀’들에게 물어봤다.

*인터뷰는 5월 23일 낮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진행됐다.

자기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한별(이하 ) : 저는 김한별이라고 하고요. 시사교양 분야의 작가로 방송국 보도국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부지부장도 맡고 있고요.

박지혜(이하 ) : 저는 2016년부터 2018년 2년간 방송작가 일을 하다가 1년 반 동안 방송작가유니온에서 활동가로 일했어요. 지금은 동물권 관련 단체에서 일하고 싶어서 준비하는 중이예요.

방송작가유니온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 초기부터 방송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건 아니었어요. 언론노조에서 ‘비정규직 미디어 노동권리 찾기’(미로찾기)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그때 활동가 한 분이 방송작가들의 노동조합을 설립할 계획을 하셨어요. 2016년도에 ‘막내작가 구하기 프로젝트’나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 조사’도 시행해서 노동조합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됐죠. 본격적인 준비는 2017년부터 했었어요.

: 2017년 11월 11일에 방송작가유니온을 출범했어요. 언론노조에서 맨 처음에 조직화를 시작한 게 가장 컸었죠. 그런데 그 전부터 방송작가들의 노동환경이 불합리하다는 인식은 다 가지고 있었어요. 1980~90년대와 처우가 똑같았거든요.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비정규직-저임금인 채로 일했었죠. 기존에 눌려왔던 것들이 조직화로 촉발돼서 결국 노조까지 만들어지게 된 것 같아요.

일터에서 불만이 곧바로 노동조합이라는 참여로 직결되지 않는 것 같아요. 두 분에게 계기가 될 만한 사건이 있었나요?

: 저는 S 방송국에서 일할 때는 정말 노동착취를 당했기 때문에 노조에 가입할 여건이 안 됐어요. 노조에 대해 알아볼 시간조차 전혀 없었거든요. 잠잘 시간도 부족한데요. 그러다가 다른 방송국에 가게 됐어요. 거기서 호흡이 긴 다큐멘터리를 만들다보니 시간여유가 조금 생겼어요. 당시 다큐멘터리 내용이 사회 부조리를 취재하고 탐사하는 것이었는데, 방송국 내부의 부조리가 보였던 거예요. 막내작가로서 매일 매일이 놀라움과 충격의 연속이었죠. 방송국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도요. 그래서 대자보를 써야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묻힐 것 같은 거예요. 혼자만의 싸움으로 해결 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노동조합’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페이스북에서 방송작가유니온 페이지를 찾아서 제 발로 들어간 케이스예요.

: 저는 지혜가 일했던 방송국에서 시사 다큐멘터리를 맡았었어요. 그때 맡았던 주제가 특수고용노동자였어요. 대구 모 기업에서 수은에 중독된 노동자들이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재처리가 안 된 거예요. 사업주나 국가나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 사람들을 취재하고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만들었는데, ‘그럼 나는 뭐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실제로 일하는 팀에서 피디 한 명 빼고는 모두 프리랜서 특고였죠.

방송국에서는 노동조합이 굉장히 큰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나도 노조에 가입해야 겠다고 생각을 했고, 어디에 가입할 수 있을까 찾아보니 언론노조 조직화를 알게 됐어요.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방송국에서 일하니까 언론노조에 가입해야 하나?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방송작가들한테 소위 ‘갑질’ 하는 건 피디거든요. 어쨌든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했어요.

김한별 감독.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alaborplus.co.kr

다큐멘터리에서는 방송작가의 불안정한 노동조건 속에 여성차별이 녹아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현장에 계시면서 언제 이러한 점을 느꼈는지 궁금해요.

: 방송작가의 문제지만 대부분 여성이 많은 직종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여성이 많은 직종이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하고, 점점 더 노동조건이 안 좋아지는 방향으로 고착화되는 거요. 사실 ‘가부장제’가 가정뿐만 아니라 일터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어요.

현장에서 방송작가의 일은 피디랑 방송기자가 하는 일과 굉장히 비슷해요. 그럼에도 노동조건이 판이하게 달라요. 저희가 집에서 뭐 찾으려면 엄마를 부르잖아요? ‘엄마 이것 좀 해줘’라고요. 방송국에서는 작가를 불러요. ‘작가님 이것 좀 해주세요.’ 자잘한 일부터 방송의 큰 구성에 관한 일까지 모두 방송작가가 맡은 게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가들만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가 있기도 하고요.

작가들만 책임을 진다는 게 어떤 말인가요?

: 예를 들어서 최근에 어떤 프로그램 시청률이 안 나왔어요. 그래서 작가진이 다 갈렸어요. 해고를 당한 거죠. 그런 일들이 정말 비일비재해요. 가령 시청률이 안 나왔다는 이유 혹은 프로그램을 쇄신해야 한다는 이유, 프로그램이 오래 되면 작가를 교체 하는 것이 횡행하고 방송가에서는 정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물론 피디를 교체하는 일도 있지만, 그건 다른 프로그램으로 전적하는 경우지 일자리를 잃지는 않잖아요?

방송국 현장에서 방송작가에게 자잘한 일을 시킨다는 말을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 예를 들어서 다과 세팅, 출연자 마중배웅, 주차 할인, 사무실 비품-간식거리 구비 등 힘쓰는 일을 제외하고 프로그램 외적인 모든 잡일들을 작가들이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이유는 작가들 대부분이 20대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조연출도 막내작가와 같은 수련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요새 그나마 여성 비율이 높아졌지만 대부분 남성이거든요. 그러다보니 남자 조연출이 저보다 나이가 어려도 저한테 일이 다 오는 거죠. 심지어 어떤 피디는 ‘커피를 타고 다과를 준비하는 게 막내작가의 일’이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 여성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당연히 있어요. 또 하나는 애초에 작가들이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저도 계약서를 쓰지 않았어요. 구체적으로 방송작가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업무를 수행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작가들이 온갖 일을 다 해도 그게 ‘너희 업무’가 되는 거죠.

: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애초에 피디가 자기가 맘에 드는 방송작가를 뽑아요. 생사여탈권을 피디가 쥐고 있으니까, 피디가 ‘이거 해!’하면 제 일이 되는 거예요. 가령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는 거나, 보험 관련 서류를 복사해서 보험사에 보내는 일이라든지 사적인 일도 방송작가의 일이 되는 거죠. 거절할 권리가 방송작가한테는 없어요. 피디의 심기를 거스르거나 밉보이면 해고니까요. 해고 사유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어요.

방송국에서 방송작가라는 직업이 굉장히 체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일단 작가는 방송사 인력이 아니에요. 저희는 직원 범주에 들어가지 않거든요. 일용직 느낌이죠. 주먹구구인 경우가 많아요. 피디들을 잘 만나면 원고료가 조금 더 올라요. 그건 원고료 지급기준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죠.

: 방송작가나 스태프 인력에 대한 고민이 방송국에는 없어요. 방송국 예산에는 제작비가 있고 인건비가 따로 있어요. 그런데 방송작가나 스태프는 인건비가 아니라 제작비에서 임금이 지급되는 구조예요. 이번 코로나19 때문에 제작비 긴축에 들어갔거든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안고 있어요. 실제로 코로나19 때문에 일거리를 잃은 스태프 분들, 작가뿐만 아니라 피디나 조연출들도 많아요.

방송작가의 열악한 노동조건에는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더불어 여성차별의 구조가 함께 작용하는 것 같아요. 두 문제가 어떻게 엮여있다고 보세요?

: 사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고 생각해요. 제가 ‘방송국에서 일하는 여자들’이라는 글을 쓴 적있어요. 맨 처음 방송작가라는 직업의 시작을 봐도 애초에 여성들이 많이 몰리는 직군이기 때문에 노동조건이 온전하게 보장되지 않아도 됐던 거죠.

그래서 여성들이 더 많이 모이면, 그 이유로 더 처우가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죠. 이런 생각을 한 적 있어요. 처음에 방송작가 직군이 여자 말고 남자가 조금 더 많거나 비슷한 수였으면 절대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요. 방송작가는 방송을 만드는 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요. 방송사에서 방송작가를 주먹구구식으로 돌리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벌써 문제가 제기 됐어야 하는 건데 이제야 말해지기 시작한 이유가 저는 성차별 문제가 컸다고 봐요.

: 최근 방송국에서 남성들이 많이 떠나간 자리를 여성들이 채우고 있어요.

: 해당 직군의 처우가 굉장히 안 좋아졌고 많이 힘들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해요.

: 예전에는 교양작가 직군에 남성 작가가 10% 정도로 그나마 다른 직군에 비해 많았거든요? 그런데 저임금에 열악한 처우를 받다보니 예능작가 쪽으로 남성 작가들이 많이 빠졌어요. 가장 큰 문제는 애초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안정노동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저는 애초에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하고 싶었어요. 업무적으로 봤을 때 편집하고 촬영하는 피디보다 영상을 구성하고 글로 쓰는 작가 쪽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방송작가는 고용형태가 프리랜서 밖에 없는 거예요. 피디는 자기 능력에 따라서 정규직이나 프리랜서, 계약직, 파견직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작가는 프리랜서라는 길 밖에 없는 거죠. MBC에서 일어난 채용 성차별 문제랑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이미지 방송작가유니온 전 지부장이라고 생각해요. 방송작가의 노동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선배 작가와 젊은 작가의 생각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 세대차이가 있어요. 우리 세대들은 윗세대 막내작가처럼 일할 수는 없어요. 그때는 가령 3일 밤낮을 새워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지금 세대들은 선망의 직업이라 할지라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아요. 선배 작가들처럼 자신을 희생해서 ‘맹렬우먼’으로 살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방송국에서 몇 년 전부터 막내작가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에요. 또 작가했다가 그만두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어요. 방송아카데미 관계자 분이 저희 때는 6개월 정도 버티고 작가 일을 그만둔다고 하면, 지금은 3개월로 줄었다고 하더라고요.

: 저는 후배 작가에게 ‘작가직군은 왜 계약서가 없나요’, ‘왜 우리는 4대 보험 못 받나요’ 같은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무 창피한 거죠. 제가 일한지 햇수로 7년이에요.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연차가 있는 선배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방송구조를 만드는 데 제가 일조를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고민을 선배 작가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지 전 지부장님도 영상에서 ‘후배들한테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게 해주기 위해서’ 지부장을 맡았다고 말하잖아요?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에서 주목하는 또 다른 축은 ‘방송국의 권력’이에요. 방송국의 권력이나 위선을 느낀 적 있나요?

: 단적인 예로 이야기하고 싶은 게 파업이에요. 사실 방송국에서 파업할 때 엄청난 대의를 가지고 했잖아요? 그런데 파업기간에는 방송을 만들지 못하니까 프리랜서나 계약직들은 그 기간 동안 아무도 보장받지 못해요. 그리고 단적으로 파업을 열심히 하는 기자나 피디들이 갑질을 더 심하게 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면 정말 열심히 노조활동을 하는 피디가 방송작가한테 상품권으로 임금을 주면서 ‘괜찮잖아. 이번에 이렇게 넘어가자’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거 볼 때마다 당신들이 이야기 하는 정의는 도대체 뭐냐 되묻고 싶어요.

: 조금 웃긴 게 정규직이 파업을 선언하면 파업수당이 나오거든요? 끝나고 나서든 어떤 형식으로든 보장이 돼요. 정규직이니까 돌아갈 곳이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파업 기간 동안 비정규직들은 일자리를 잃어요. 그리고 또 눈치를 봐야 해요. 손가락 빨면서 의리 지키기를 해야 하는 거죠.

파업 기간에 일을 하면 ‘변절했네’, ‘배신이네’ 이런 소리가 나와요. 그 사람은 생계를 위해서 한 건데요. 또 파업이 해소되고 제자리를 찾았을 때 정작 의리를 지킨 작가들에게 보상은 전혀 없어요.

: 고용구조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사실 가장 큰 위선은 방송국이 노동문제를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방송국이 현장에 같이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피디들 중에서도 문제를 느끼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작동되는 거죠. 소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언론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데. 참.

박지혜 방송작가유니온 전 사무차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alaborplus.co.kr

다음은 개인적인 감상평이에요. 마지막 장면에서 이정미 의원이 질의를 했는데, 그게 국정감사가 아니라 교섭장의 장면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 사실 엔딩에서는 방송작가유니온의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방송작가유니온 출범 이후에 원고료 협상이나 계약서 작성이 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영상으로 담기에는 어려웠어요. 개인적으로 현장을 담아서 엔딩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국정감사는 방송작가유니온이랑 이정미 의원님이랑 같이 준비를 했어요. 질의응답부터 참고인으로 누구를 부를 것인지도요. 그런데 그게 영상에서 드러나지 않았다면……. 아쉽네요. 그럼에도 국정감사가 되게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방송으로 얘기했다는 거였어요. 사실 방송작가의 이야기가 방송으로 이야기 된 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두 번째는 개인적으로 정치랑 노동이 어떻게 맞닿아 있어야 하는지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이 국회에 가서 어떻게 뭘 하고 있느냐. 실제로 정치를 통해서 노동자의 의견이 이뤄지는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이정미 의원실 일하는 것 보고 저런 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국정감사 이후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무엇인가요?

: 산별협약을 하고 있어요.

: 국정감사에서 KBS 관계자에게 질의를 하잖아요? KBS가 방송작가유니온을 교섭주체, 협상단체로 인정하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거든요? 국정감사의 성과라고 말 할 수 있는 게 협의체를 만들었어요. 방송 3사하고요. 구체적으로 합의를 해서 결과를 만드는 틀이 만들어진 게 국정감사의 성과라고 할 수 있어요.

김한별 감독님은 차기작으로 기획하는 게 있나요?

: 방송작가유니온 활동을 하면서 다른 분야의 노동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어요. 일단 다음 영상은 다른 노동현장을 다루고 싶은데, 방송작가 말고 여성이 많은 직군을 한 번 보고 싶어요. 지금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건 없는데,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현장이 학교비정규직이에요. 많이 비슷해서요. 학교비정규직도 여성이 많고, 정규직 교사들과 갈등도 있고 해서요.

박지혜 전 사무처장은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격으로 나왔는데, 주위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 정말 솔직하게. 너무 추레하게 나와서요. (웃음) 정말 절친한 친구 몇 명한테만 알리고 많이는 안 알렸어요. 이번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하게 될 텐데, 조용히 혼자보고 혼자 묻으려고요. 그런데 한별이가 자꾸 알려줘요. 우리 여기 됐다. 여기 영화제에 선정됐다. 이렇게 알려주는데 그때마다 덜컹해요.

: 제가 출연하지는 않잖아요? 저도 누가 절 찍어서 상영한다고 하면 신경 쓰일 것 같아요.

6월에 서울여성독립영화제에서도 상영한다고 들었어요.

: 네. 세 군데 됐어요. 이번에 인디다큐페스티발, 6월에 서울여성독립영화제, 9월에 서울인권영화제요.

: 하하하. 망했어. 소수의 사람들만 보시길.

: 미안.

5월 말이 지나야 반응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네요?

: 맞아요. 방송분야를 모르시는 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해요.

: 저희가 공식적으로 부천 판타스틱 큐브에서 상영을 한 적이 있었어요. GV(감독과의 대화) 같은 걸 했는데 그때 되게 놀랐어요. 한국 사회에 많은 노동이슈가 있잖아요?그 이슈에 일일이 다 관심을 가지는 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제 얘기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그때 오셨던 분들이 다 관심을 가져줘서 많이 놀랬어요.

*2020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역점에서 5월 29일(금) 오후 3시 30분, 5월 31일(일) 저녁 8시 30분 두 차례 상영된다. 이후 6월 서울여성독립영화제, 9월 서울인권영화제에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