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왕국을 파열 낸 바늘"...355일 걸렸다
"삼성왕국을 파열 낸 바늘"...355일 걸렸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5.29 22:00
  • 수정 2020.05.30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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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노사가 화합하는 패러다임 생기길 기대"
"언론은 노동자의 아픔 외면하지 말길"
김용희 씨-삼성 간 구체적인 합의 사안은 비공개

서초 삼성사옥 앞 철탑에 오른 김용희 삼성 해고노동자가 고공농성을 접고 355일 만에 내려왔다. 삼성이 제시한 사과와 명예복직, 해고기간 피해에 대한 배상에 합의하면서다.

김용희 씨는 1995년 삼성항공에 노동조합을 만들려다 해고된 이후 복직투쟁을 벌여왔다. 25년간 삼성 측이 사과와 복직 요구에 응하지 않자, 2019년 6월 10일부터 복직 고공농성을 벌여왔다.

삼성을 상대로 복직 투쟁을 벌인 김용희 씨가 철탑을 내려와 고공농성위원회 회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삼성을 상대로 복직 투쟁을 벌인 김용희 씨가 철탑을 내려와 고공농성위원회 공대위 회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철탑에서 내려온 김용희 씨는 "아무도 저를 봐주지 않고 눈을 돌렸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고공농성이다. 목숨을 내던져서라도 해고노동자의 삶이 뭉그러지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사회에 환기시키고 싶었다"며 철탑에 오를 수밖에 없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동존중사회 공약을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김용희 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자 정책은 어디로 갔나. 코로나19로 많은 회사들이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정리해고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며 "노동자가 건강하게,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적 보장제도의 초석을 문재인 정권 임기 동안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용희 씨 협상을 대리 서명한 임미리 고공농성위원회 공대위 대표는 사과문을 포함한 최종합의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최종합의 내용은 '삼성 측과 합의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밝히지 않았다.

임미리 대표가 공개한 최종합의 내용은 "김용희의 농성문제가 삼성과의 양측 합의를 통해 2020년 5월 28일 최종 타결되었으며, 삼성으로부터 고공농성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를 통해 김용희의 명예가 회복되었다"가 전부였다. 임미리 대표는 "이상의 발표문만 공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더 이상은 말씀 못 드린다. 이점 양해 바란다"고 했다.

임미리 대표는 삼성 측의 공개사과문도 전했다. 삼성은 "먼저 김용희 님의 장기간 고공농성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용희 님은 해고 이후 노동운동 과정에서 회사와 갈등을 겪었고, 그 고통과 아픔이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그 아픔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이 부족했던 점으로 인하여 그 가족분들이 겪은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조속히 건강을 회복하시길 희망합니다"라고 했다.

현장을 찾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무엇보다 승리하고 내려와서 다행"이라며 "김용희 동지의 승리는 무노조 황제 경영으로 노동기본권을 차단한 삼성의 높은 담벼락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빨리 내려오셔서 고공 농성과 단식으로 상한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 삼성이 사람답게 일하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의당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삼성그룹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싸워온 과천철거민대책위원회, 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 회원들이 참석해서 김용희 씨의 고공농성 종료를 축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