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거통고지회, “강병재 노동자의 고공농성은 정당하다”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강병재 노동자의 고공농성은 정당하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6.01 18:04
  • 수정 2020.06.01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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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기자회견 열고 “업체 폐업과 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중단하라”
고공농성 사내하청노동자, “하청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절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1일 오전 10시 30분 경남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은 업체 폐업과 하청노동자 대량해고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금속노조 경남지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1일 오전 10시 30분 경남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은 업체 폐업과 하청노동자 대량해고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금속노조 경남지부

업체 폐업에 반발한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노동자가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50m 철탑 고공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지회)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가 강제 무급휴업으로 생계가 막막해져 조선소를 떠나고 있다”며 “업체 폐업과 하청노동자 대량해고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노동자 강병재 씨는 지난 28일 새벽 1시경 대우조선해양 50m 철탑(1도크 서편 도크게이트)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강병재 씨가 소속된 사내하청업체 ‘소망이엔지’가 5월 30일부로 업체 폐업을 예고하자 업체 폐업의 부당함을 알리고 고용 승계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지회는 “소망이엔지 대표는 지난해 ‘원청이 2도크 전기의장 3개 업체 중 하나를 줄이려 한다’는 소식을 알렸고, 지난 4월 15일 노사협의회 노동자대표에게 폐업을 통보하며 ‘원청의 심사 결과 폐업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번 업체 폐업으로 물량팀 노동자는 아무 대책 없이 내쫓겼고, 시급제 노동자인 본공 60여 명 중 23명만 다른 업체에 수평이동 방식으로 고용이 유지되고 나머지 노동자는 일자리에서 쫓겨났다”고 덧붙였다.

결국 강병재 씨는 “이 땅에서 비정규직하청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절망”이라는 심정을 밝히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강병재 씨의 고공농성은 2011년 88일 송전탑 고공농성과 2015년 4월 크레인 고공농성에 이어 세 번째다.

강병재 씨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소망이엔지 희망자 전원 고용 승계 ▲소망이엔지 폐업으로 발생하는 임금 체불에 대한 원청 책임 ▲업체 폐업 시 하청노동자 고용 승계 불가방침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회는 강병재 씨의 고공농성에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지회는 1일 오전 10시 30분 경남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병재 노동자의 고공농성은 정당하다”며 “업체 폐업으로 대량해고되는 상황에서 하청노동자의 선택은 아무 말 못하고 쫓겨나거나 고공농성을 하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비참하다”고 밝혔다.

지회는 이번 강병재 씨가 경험한 업체 폐업을 ‘원청의 솎아내기식 기획폐업’이라고 표현하며 “소망이엔지 폐업은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2도크 전기의장업체 3개 중 1개를 폐업하는 방식으로 줄여서 사실상 하청노동자를 대량해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소망이엔지의 폐업은 시작이며, 원청의 솎아내기식 업체 폐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오는 6월 말 TCO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양플랜트 10개 사내하청업체가 폐업한다는 것이 기정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청폐업과 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중단 ▲코로나19로 해고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고용유지 대책 마련 ▲대우조선해양 매각 철회를 요구했다.

강병재 씨는 “고용재앙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그 나라의 노동정책을 가늠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공기업 성격의 대우조선에서 벌어지는 하청노동자 학살에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노동자 강병재 씨는 지난 28일 새벽 1시경 대우조선해양 50m 철탑(1도크 서편 도크게이트)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노동자 강병재 씨는 지난 28일 새벽 1시경 대우조선해양 50m 철탑(1도크 서편 도크게이트)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 금속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