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 한국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황석영의 신간
‘철도원 삼대’, 한국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황석영의 신간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6.02 18:32
  • 수정 2020.06.03 0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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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기념 간담회, 2일 오전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려
황석영 작가가 2일 오전에 열린 '철도원 삼대'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황석영 작가가 2일 오전에 열린 '철도원 삼대'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황석영’이라는 작가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그는 ‘객지’, ‘가객’, ‘삼포가는 길’, ‘장길산’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민족의 정체성과 한을 묘사해온 대표적인 작가다.

이번에 출간된 ‘철도원 삼대’는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린 작가의 역작이다. 이번 소설은 이백만·이일철·이지산에 걸친 철도노동자 삼대와 고공농성을 벌이는 이백만의 증손이자 공장 노동자인 이진오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그려낸다. 소설은 한국 문학사에 쉽사리 등장하지 않는 근대 산업노동자를 전면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지난 28일 <철도원 삼대> 출판 기념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으나, 저자가 늦잠을 자는 통에 불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2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작가 황석영의 정중한 사과로 시작됐다. 이후 플로어에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황석영 작가는 화기애애하게 답했다.

Q. 노동자의 삶에 대해 다룬 이유가 궁금하다. 또한 최근 노동자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서 많이 거론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식민지 근대를 통해 엄청난 산업사회에 진입하는데, 한국 문학에서 산업노동자를 전면에서 다룬 장편소설이 거의 없다. 한국문학에서 그 부분이 빠져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동안 이념적으로 금기시되기도 했고, 군사정부의 독재가 있기도 한 탓에 한국문단에서도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황석영 ‘객지’ 등 외에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대하소설 같은 경우에도 대부분을 농민 위주로 다룬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빠져있었고, 그래서 (근대산업노동자를 한국문학에) 채워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IMF 이후 비정규직화하고 자본의 힘이 세지면서,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더 열악해 진 것 같다. 얼마 전에 우연히 신문을 보는데 김훈 작가가 얘기하더라. 나는 진보·보수를 다 아우르는 사람인데, 보수 쪽으로 보더라도 이건 기본 휴머니티에 어긋나는 일이다. ‘발언해야겠다, 죽음을 방지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기사를 보고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Q. 노벨문학상을 꿈꾸는가?

노벨상 얘기는 낡은 얘기다.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에서 주던, 노벨상에 버금가던 상 중 ‘로터스(lotus) 상’이라고 있었다. 각 나라 사회에 있는 민중들의 고통을 딛고 올라오는, 연꽃 같은 상인데 그것도 작가회의와 동시에 사라졌다. 협의를 해서 작가회의와 로터스 상을 어떻게 복원할 수 없겠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노벨상도 대학에서 추천해서 도서관에 책을 보내고, 노인들이 그걸 들춰보면서 선정한다. 뭐 대단하겠나, 뭘 알겠나, 잘 모르는 거다. 저번에 노벨문학상을 필립 로스 말고 밥 딜런에게 준 걸 보고 굉장히 놀랐다.

Q.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1년 여 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CCTV 철탑에서 내려왔다. 소설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어떤 느낌이었나?

노동자는 어필하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 언론도 마찬가지고, 1년은 넘어야 ‘오래 있었네’ 하고 돌아본다. 3~4개월 있으면 주목도 못 받고 해결도 못한다. ‘어떻게 사람을 그런 곳에 올려놓고, 400일을 기다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강제로 끌어내리면서 떨어져 죽기도 하고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점점 나아진다는 걸 실감한다. 더 좋아져야 한다.

Q. 통일-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구상에서 괴롭히거나 침략하지 않고 당하기만 했는데, 70년 동안 전쟁이 종식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일단 한반도를 둘러싼 파도는 이미 다 나왔다. 이것만 해도 큰 진전인데, 조만간 코로나 정국이 끝나면 다시 대화도 시작되고 협상도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Q. ‘철도원 삼대’의 ‘삼대’가 염상섭의 ‘삼대’와 연관성이 있나?

나는 식민지 근대의 시작을 염상섭의 소설에 두고 있다. 서구에서도 1차 대전을 20세기 시작으로 보는 것처럼, 우리도 근대의 시작으로 3.1운동으로 보는데, 염상섭의 ‘삼대’가 그 무렵을 다뤘다. 염상섭의 ‘삼대’가 개화기부터 그때까지 식민지 부르주아의 삼대를 통해서 근대를 조명해내는 소설이라면, (‘철도원 삼대’는) 그 뒤를 이었다. 3.1운동부터 전쟁까지의 산업노동자를 다뤘다.

Q. 소재를 왜 철도노동자로 했는가?

철도는 근대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중공업이다. 이런 경우 노동자들의 핵이라고 부른다. 서구의 경우에도 철도노조가 역사도 깊고 굉장히 세다. 프랑스는 산별노조의 맏형이라고 할 정도다. 근대 산업사회의 중심이 되는 노동자를 철도노동자로 봤다.

이날 황석영 작가는 “전반기 문학에서 리얼리즘에 입각해 썼던 엄정한 문장이나 구성·작품 세계와는 달리, 후반기 문학에서는 리얼리즘 세계를 확장하기 위한 방식으로 우리가 가진 서사인 민담을 채용해 쓰려는데 이번 소설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황 작가는 “작가는 죽을 때까지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작품을 써야한다. 그것이 작가가 세상에 갖는 책무”라며 “다음 작품은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볼 수 있는 철학동화를 쓰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