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직위원회 출발, 분야별협의회 향방은?
공무직위원회 출발, 분야별협의회 향방은?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6.04 18:52
  • 수정 2020.06.0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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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공무직본부, “행안부 분야별협의회 나서야”
공무직위원회 사실상 ‘노정교섭’ 틀, 노-정 힘겨루기
생각보다 촉박한 시간... 공무직노동자 문제 해결 기회 놓칠 수도

지자체공무직노동자들이 협의 대상인 행정안전부에 공무직위원회 내 분야별협의회 조속 추진을 촉구했다.

4일 오후 1시 정부서울종합청사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자치단체공무직본부(본부장 이종열, 이하 지자체공무직본부)가 공무직위원회 내 분야별협의회에 행안부가 나서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3월 말 공무직위원회 설치 훈령이 통과됐다.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노동자와 기간제 노동자의 처우와 노동환경 등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공식적 틀이 마련된 것이다. 해당 논의가 실질적이기 위해서는 분야별협의회가 설치돼야 한다는 게 지자체공무직본부의 입장이다.

이종열 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시민들의 사회서비스 요구가 늘고 있다”며 “해당 사회서비스를 최일선에서 제공하는 게 공무직노동자이고, 앞으로 공무직노동자는 더 늘 것”이라 설명하고 “공무직노동자의 처우 개선 문제가 빨리 논의될수록 시민들에게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빨리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4일 오후 1시 정부서울종합청사 앞에서 전국자치단체공무직본부가 공무직위원회 내 지방자치 분야별협의회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4일 오후 1시 정부서울종합청사 앞에서 전국자치단체공무직본부가 공무직위원회 내 지방자치 분야별협의회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노동계, “분야별협의회로 세부 안건 논의해야”
정부, “각 부처의 내부적 여건이 성숙돼야 가능”

현재 공무직위원회는 그 안에 발전협의회를 뒀다. 발전협의회에는 노동계, 정부, 전문가가 참여해 공무직의 임금 처우·노동 환경 등 구체적인 사안을 다뤄 정책방향을 본위원회에 올리는 역할을 한다.

지자체공무직본부가 요구하는 분야별협의회는 공무직노동자들의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좀 더 심층적인 의견 수렴과 의제 협의를 위한 공간이다. 발전협의회에서 세부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내용을, 발전협의회 결정에 따라 의제별·분야별협의회를 구성해 논의를 할 수 있다.

공공부문 공무직노동자 소속은 4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공공기관 등이다. 각각 상응하는 부처는 인사혁신처, 행안부, 교육부, 기재부 등이다. 따라서 4개 분야의 분야별협의회를 설치해 구체적인 의제를 만들자는 게 노동계의 요구다.

현재로서는 교육공무직노동자 관련 분야별협의회만 개최될 예정이다. 나머지 3곳도 분야별협의회를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이종열 본부장은 “행안부는 여건이 성숙되면 분야별협의회를 하겠다며 응하지 않는다”며 “분야별협의회에서 세부적 안건을 만들고 발전협의회에서 정돈해 본위원회로 올리는 체계가 없으면 공무직위원회는 사상누각일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노동부 공무직위원회 담당 관계자는 <참여와혁신>과 통화에서 “지자체공무직노동자의 상황은 지자체별로 다르니 일률적으로 행안부에서 지자체공무직노동자들과 협의하기는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지자체장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후 논의가 가능하므로 시간이 조금은 필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입장을 좁히는 과정에서 서로가 처한 처지를 이해하며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무직위원회에 참석하는 노동계의 인식은 달라 보인다. 노동부의 답변에 대해 “공무직위원회 시작이 작년 비정규직 파업 과정에서 노정교섭의 차원의 안을 제시했고 정부가 받아들였으며, 첫 번째 안에는 분야별 교섭이 없이는 실질적 논의가 없기 때문에 분야별협의를 하기로 돼 있었다”며 “노동부는 그렇게 하기로 노력했는데, 각 부처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정 교섭 힘겨루기,
생각보다 촉박한 시간... 기회 놓칠 수도

사실상 공무직위원회는 공무직노동자들과 정부 사이의 노-정 교섭인데, 각 부처도 교섭에 들어가기 앞서 신중하게 판단 중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정 교섭의 첫 단추인 만큼 지금의 행보가 장기적인 노-정 교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교육부는 분야별협의회에 응했는지가 의문이다. 교육부가 분야별협의회를 하기로 한 것은 작년 이야기로 돌아가야 한다. 학교비정규직 파업을 통해 교육부와 단체협약을 맺으며 교육공무직 관련 분야별협의를 공무직위원회 내에서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처럼 미리 약속된 것이 아닌 한 노-정 교섭 전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힘겨루기가 장기화될 경우 공무직 법적 지위 확보, 노동환경 개선 등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10월 국정감사가 본격화되면 각 부처의 업무량이 늘어 실질적 논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를 넘기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이어서 논의가 탄력 받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공무직위원회 활동 기한은 3년이지만 실질적 논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정부가 2018년 조사한 결과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 노동자와 기간제 노동자는 48만 명이다. 공무직위원회에 48만 명의 미래가 달린 만큼 노-정의 어깨가 무거운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