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농협유통노동조합
<15> 농협유통노동조합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8.10.0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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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소통의 출발점
서비스 질 향상은 조합원 삶의 질이 좌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하나로’라는 브랜드로 불리는 대형할인매장을 농협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매장들은 농협중앙회에서 직영하는 매장과 단위농협에서 운영하는 매장, 그리고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를 한 (주)농협유통에서 운영하는 매장 등 다양한 운영주체가 있다.

(주)농협유통(대표이사 이상영)이 운영하고 있는 매장은 하나로클럽을 비롯해 하나로마트, 축산물사업소, 두레미담 등 전국에 총 29개 매장에 이른다. 유통업체의 특성상 계절적, 시기적 고용이 많고, 노동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이 업계의 관행으로 굳어져 비정규직과 파트타임 고용이 정규직보다 많은 것이 서비스산업 노동자의 현실이다.

이러한 종업원들의 고용안정과 임금체계 개선, 비정규직 해소를 위해 농협유통노동조합(위원장 김현석)이 2000년 결성됐으며 당시 100여명으로 출발한 노동조합은 2008년 현재 약 900여명의 조합원을 조직하는 성과를 보였다. 판매직에서부터 캐셔, 도매 바이어까지 다양한 유통 종사자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농협유통노조는 생활밀착형 전문매장답게 조합원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이 곧바로 고객에게 서비스로 미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조합원들의 복지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 농협유통노동조합

현장과의 ‘거리감’ 없애야

처음에는 유통업 종사자의 특성상 고객을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많은 클레임이 걸리고 상급자의 업무관리가 직접적으로 벌어지는 현장에서 종업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또한 조합이 결성되어도 활동의 제약은 계속되었다.

농협유통노조 이철이 사무국장은 조합 간부들이 현장을 찾아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관리자들이 눈치를 주는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몇 번 간부들을 만난 조합원들은 관리자에게 눈치를 받고는 “현장에 오는 것은 좋은데 말은 붙이지 말아달라”고 부탁받은 적도 많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협유통노조는 1년에 4번에 걸쳐 전국현장순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에 걸쳐 펼쳐진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쉽지만도 않겠지만 조합원들이 대부분 업무에 바빠 조합원을 개별적으로 만나지는 못하고 대신 대의원을 만나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조합원과의 소통 문제가 농협유통노조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조합원 전체가 함께할 수 있는 체육대회 등에 대한 고민 등도 계속되고 있지만 유통업의 특성상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조합측은 설명한다. 여기에 조합간부들을 괴롭히는 것은 상근간부가 3명이다보니 업무를 보느라 현장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곳에 현장이 밀집된 것도 아니어서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위해 농협유통노조는 상근자를 늘리기 위한 협상을 사측과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한명이라도 더 늘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 노조측의 설명이다.

ⓒ 농협유통노동조합
비정규직 문제, 정규직 ‘공감’이 중요

농협유통노조는 일명 연봉직, 계약직이라고 불리는 비정규직 인원이 정규직의 약 2배 정도 된다. 이것은 유통업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복리후생 차이가 점차 벌어지자 노조는 지난 단협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2009년 6월 30일까지 마무리하기로 사측과 협의했다. 사측은 비정규직의 70%만을 별정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농협유통의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모든 유통부분에 지시한 사항으로 농협중앙회 직영 매장과 단위농협 매장은 이미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유통노조는 이에 대해 최대한 많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협유통노조가 싸워야 할 대상은 사측만은 아니라는 것이 이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이 사무국장은 “비정규직의 해법 중 상당한 부분은 정규직의 양보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며 “정규직도 비정규직을 위해 기존의 일방적 복리후생에서 선택적 복리후생으로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농협유통노조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50%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250억의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사측이 전적으로 책임지기는 유통업, 특히 할인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기존 정규직에게 지급됐던 복리후생 부분을 일정 정도 양보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 이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조합원들이 서로를 경쟁자로 보는 시각이 늘어가고 있다”며 “차라리 사측과의 투쟁이 오히려 쉽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단위사업장에 맞는 활동 필요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올해부터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이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특히 유통업에서 판매와 캐셔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업무시작부터 끝까지 서서 일해야 하는 고통에 휩싸여있다. 이로 인해 하지정맥류 등 산업재해라고 할 만한 작은 병들을 앓고 있다는 것이 서비스연맹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농협유통노조 이철이 사무국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취지에는 절대적으로 찬성하지만 의자에 앉는다는 것이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가능하면 현장의 상황에 맞는 실천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며 “의자에 앉았다가 손님이 오면 일어선다는 것은 손님에 대한 예의 등을 떠나서 조합원 스스로가 상당히 불편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무국장은 하나의 예로 ‘발 지압 깔판’ 등의 지급을 언급했다. 각 단사 현장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협유통노조는 조합원들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를 고려중이다. 서비스 노동자의 어려움은 현장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 농협유통노조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