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일 다임러크라이슬러 엔진 공장의 그룹작업
독 일 다임러크라이슬러 엔진 공장의 그룹작업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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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나누고’

경험 ‘더하고’

만족도는 ‘곱하기’

Issue in IssueⅠ해외사례
“노동인구에서 나이든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에 맞는 노동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노동조건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직장에서 젊은이들은 경험이 많은 고령자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독일 금속노조, 공격 2010)

2002년 독일 금속노조가 미래 산업의 쟁점과 노조운동의 발전전략을 담아 발표한 ‘공격 2010’ 이라는 선언문의 일부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노동력의 고령화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다.
독일이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것은 1972년이다. 고령화사회 초기만 하더라도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건전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엄청난 관심이 쏠린 반면, 인구변화가 기업이나 노동계에 초래할 결과에 대한 관심도는 낮은 편이었다.
독일에서 고령화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노동인구의 고령화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단위 노사에서부터 장기적인 혁신능력과 경쟁력 마련을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2002년 프라운호퍼연구소 노동경제연구센터가 51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인사관련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변 기업의 23%가 ‘노동인구의 고령화’라고 답했다. 이들 중 27.4%는 지속적 직업교육훈련을 고령화에 대비한 인사정책 과제로 지적했다. 고령화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등장하고, 글로벌 경제의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각 기업은 작업구조 변화 등 작업 시스템의 변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직접부서와 간접부서의 기능통합
이 가운데 1990년도 초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그룹작업(팀작업)은 자동차산업을 선두로 전산업으로 확대됐다. 현재 독일 내 거의 모든 완성차업체가 그룹작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전체 산업에서는 약 50~60%의 기업이 채택하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모터 조립공장에서는 1990년대 중반 ▲생산현장의 책임과 권한 증대 ▲관료적 통제체제의 완화 ▲현장 작업자의 숙련향상과 문제해결 능력 강화 ▲공정 합리화 과정에의 참여를 통한 노동동기 부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그룹작업이 도입됐다.
이 공장에서 그룹작업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다른 조립공장과 마찬가지로 간접직무와 직접직무의 구별이 엄격해 동료들 간의 상호 지원이나 협력의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1990년 중반 경영진과 노동자평의회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는 새로운 생산방식의 하나로 그룹작업을 도입하기로 합의한다.
그룹작업은 총 3단계를 통해 도입됐는데 1단계는 조립라인 내에서의 직무순환이다. 그런데 1단계 도입에 대한 작업자들의 긍정적 평가는 13%에 그쳤다. 컨베이어의 속도에 예속된 비슷한 노동강도의 작업을 순환하는 것에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숙련향상, 즉 노동의 질적 발전이 일어나지 않고 작업자들이 단지 강도 높은 저숙련작업 사이를 오갔기 때문이다.
2단계에서는 단순조립 라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종검사 업무를 그룹에 통합시켰다. 3단계에서는 자재배치와 PC에서 부품을 주문하던 물류작업자도 그룹구성원이 됐다. 이제 그룹에서 수행하는 일은 라인조립의 한 가지 기능에서 최종검사와 물류가 포함된 세 가지 기능으로 넓혀졌다. 그룹의 책임과 권한의 범위가 그만큼 확대된 것이다.
이 3단계로의 이행은 2단계로부터 9개월, 즉 그룹작업 도입 후 총 15개월이 걸렸다. 처음 5명의 라인작업자 간에만 이루어지던 순환이 8명으로 늘어났고 동시에 최종검사와 물류작업까지도 로테이션에 포함되었다.

고령화 시대의 해법, 다기능화
이 결과 작업자들은 최소한 제품검사와 물류작업의 차례가 돌아올 때 컨베이어의 속도로 인한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정기적으로 컨베이어에서 떠나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노동혁신연구소 이문호 소장은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다기능화’로 노동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숙련향상”이라고 평가했다. 
공장 자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변화를 경험한 작업자들은 76%가 그룹작업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64%가 그러한 그룹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의 직업적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평가했으며, 70%가 작업이 전보다 재미있다고 대답했다.
그룹작업의 3단계 실시 후에는 작업자의 60%가 그 전보다 동료들 간의 상호협력이 잘 이뤄진다고 답했다. 이는 상이한 기능을 갖는 업무가 순환되면서 숙련향상을 위해 서로 배우고 돕는데서 나온 결과이다.
개선활동과 그룹토의의 활성화는 문제해결을 위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학습과 노동동기가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임러크라이슬러 공장의 작업장혁신은 전체적으로 기능통합적 숙련향상을 통해 학습과 노동동기를 부여하면서 심신의 건강에 기여하는 작업형태의 사례이다.
이문호 소장은 “다임러크라이슬러 공장은 숙련·동기·건강이라는 3요소가 하나의 연관된 체계 속에서 인간적인 노동환경을 형성했다”며 “이는 빠른 노화현상을 막고, 늦은 나이까지 업무능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측면에서 고령화시대에 적합한 작업 구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