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동원F&B노동조합
<17> 동원F&B노동조합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8.10.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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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와 사회참여 통해 노조활동 활성화
기업의 참여도 이끌어

캔참치로 유명한 동원F&B는 대표적인 종합식품업체다. 제품도 캔류에서부터 면류, 냉동식품, 육가공 식품, 김치류에 커피까지 생산한다. 대부분의 식품회사가 생산에서부터 판매망까지 형성하고 있는 것과 같이 동원F&B도 광주, 청주, 창원, 성남, 아산, 진천, 연천의 생산공장과 함께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별로 구분했을 때 전체 종업원 2700여 명 중 사무직 7백여 명, 생산직 6백여 명을 제외한 1400여 명이 판매영업직에 근무하고 있어 인력구성에서는 영업직 비중이 월등히 높다. 자체 판매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식품회사들의 경우 백화점, 할인매장 등에 코너를 마련하기 위해 직원을 매장에 파견해 해당 매장에서 근무하는 일종의 파견업무를 시행한다.

동원F&B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의 판매직 사원들이 각 매장에서 파견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매장의 업무규칙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매장 소속 직원들과는 다른 처우 때문에 마음 상하기도 한다고 강진명 동원F&B노동조합 위원장은 말한다.

ⓒ 동원F&B노동조합

노조 창립 20주년, 어려움은 마찬가지

동원F&B노동조합은 1988년 11월 25일 결성됐다. 노조가 결성되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유통업의 특성상 영업직 종업원의 참여가 쉽지 않아 초기 노조위원장을 사무직 출신이 맡기도 했었다. 그러나 관리직의 위치에 있는 사무직 직원들이 노조를 계속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점차 판매직원 중심의 노조로 변모하였으며 생산직 종업원들이 속속 노조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올해 11월이면 노조 창립 20주년이 되지만 현재 동원F&B노조의 조합원은 전체 종업원의 10%인 280여 명이 전부이고 이마저도 대부분이 여성조합원이며,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강진명 위원장은 “전국 사업장에 종업원이 퍼져있고 해당 거래처로 파견 나가있는 상태”라며 “각 매장에서의 업무형태도 다 달라서 교육이나 조직이 힘들다. 심지어 조합원 총회조차 단체 휴무를 내거나 아침 일찍, 저녁 늦게 열어야 가능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한 사측에서 매장에 공문을 보내 조합활동 참여를 허락해주도록 요청해도 매장 여건이 맞지 않아 참석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여기에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해 매장을 찾아도 매장 입장에서는 노조위원장이 방문했다는 것 때문에 엄격하게 면담을 제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니 보안과에서 명찰을 패용하고 조합원을 만나도 직접 일하고 있는 매장이 아닌 여사원 휴게실 등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설움이 있다고 한다.

ⓒ 동원F&B노동조합

조합원 교육이 노동조합의 ‘힘’

다른 노조의 고민도 마찬가지겠지만 동원F&B노조에서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골몰하고 있다. 판매영업직 1700여 명 중 1천여 명이 비정규직이고 40대의 기혼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원F&B노조는 복리후생도 중요하지만 고용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비정규직 1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단체협상 체결에 성공했다. 2006년도에 이미 80여명이 무기계약으로 전환했고 매년 그 숫자를 늘리고 있다.

이렇게 계약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소한 이후 동원F&B노조는 복리후생을 확장하기 위해 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직군을 SC 1급에서 4급으로 구분하고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4급 직원에 대해 5년 근무 후 승급이 가능하도록 해 임금과 복리후생 부분도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 단협에서는 그동안 SC 3급까지 지급됐던 학자금 지원을 3년 이상 근무한 SC 4급에게도 혜택이 주어지도록 협상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를 이루기까지 대부분이 여성인 SC 4급 조합원들의 힘이 컸다고 밝힌 강 위원장은 이들을 조직하기 위해 그동안 3회에 걸쳐 ‘비정규직노동자 교육’을 실시했고 이제 ‘여성노동자 교육’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육에는 조합원 뿐 아니라 비조합원, 심지어 노조가 없는 다른 업체 직원들까지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고 전했다.

또한 3년 전부터 교섭에 참여하는 노동자 위원들 중 절반을 SC 4급이며 기혼의 여성 조합원으로 구성해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도 했다.

노조의 사회참여, 세상을 바꾼다

동원F&B노조는 노동조합의 봉사활동을 통한 사회참여를 중요한 활동 중 하나로 여겼다. 유통업의 특성상 함께 모일 시간이 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의 휴무일에 맞춰 2004년 12월부터 매월 2번의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처음에는 봉사한다고 생각하고 갔지만 자꾸 다니면서 내가 받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며 “노동조합이 이익집단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조합의 성장은 조합원들만의 힘으로 이룩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책무를 방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로 노동조합 사무실이 위치한 은평지구의 무의탁노인, 결손가정, 정신지체아 보호시설 등을 방문해 식사, 목욕, 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는 봉사단의 이름은 ‘동원F&B노동조합 봉사단’이 아니라 ‘동원F&B봉사단’이다. 사측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이러한 노력으로 사측은 봉사단의 활동을 위해 김치 2천 박스를 기증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에 대해 노사가 협력해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다고 강 위원장은 밝혔다.

이제는 봉사활동이 정례화되어 같은 매장의 다른 업체 직원들까지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조합원이었지만 다른 회사로 옮긴 사람들까지 참여하고 있어 활동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